박근혜 ‘대물 만들기’ 나선 박(朴)의 남자들 <집중분석>

2011.01.04 09:49:21 호수 0호

공주님 ‘용상’은 우리가 만든다


국제전략연구소(GSI)는 이명박 대통령의 ‘두뇌집단’으로 한반도 대운하 등 대표 공약의 산파 역할을 했다. 이곳 출신들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요직에 진출했다. 초대 대통령실장이 된 류우익 서울대 교수, ‘왕의 남자’로 불리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비핵개방 3000’ 창시자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도 GSI 출신이다. 한편 ‘6인회의’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였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 박희태 국회의장, 김덕룡 전 국민통합특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재오 특임장관이 그 멤버다.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싱크탱크였던 바른정책연구원(BPI)은 백용호 대통령정책실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07년 경선 패배 교훈 ‘출범 늦었다’ ‘이슈 빼앗겼다’
경선 포섭용 ‘선제적 시작’, 대권 도전용 ‘복지 올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을 불과 8개월 앞둔 시점에 당시 박 전 대표 캠프 상황실장인 최경환 의원(현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대선 캠프를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캠프 개소식은 2007년 1월3일이 돼서야 마쳤다. 그 후 정책자문단을 발표하기 시작해 대선을 3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단 10여 명을 처음 공개했다.

‘선제적 정책행보’
2년 앞두고 싱크탱크 출범



이후 순차적으로 자문교수단을 공개하면서 다소 급조된 인상을 주기도 했다. 출범이 늦어 주요 이슈에 대한 선점 또한 늦었다. 경선 기간 내내 ‘콘텐트 부족’이란 비판에 시달렸다. 특히 ‘경제’와 ‘안보’ 분야 이슈를 선점 당했다. 박 전 대표가 경선에서 석패하자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 “준비가 너무 늦었고, 주요 이슈를 빼앗겼다”라는 반성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그로부터 4년여 흐른 2010년 12월27일.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교수)이 출범했다. 18대 대선을 720여일 앞둔 시점이다. 지난 경선 때보다 1년 가량 앞당겼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안국포럼’을 출범시켰다. 2007년 당내 예비 경선 당시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초반 기선을 제압당한 경험이 약이 됐다. 경선 패배에서 교훈을 얻은 박 전 대표는 경제·외교안보 등 15개 분야에서 발기인만 78명이나 되는 매머드급 싱크탱크를 만들었다. 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 12월20일 ‘사회보장법 전부 개정안 공청회’를 통해 복지 관련 윤곽을 제시하는 등 ‘선제적 정책행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년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내준 적이 없고 현재 다른 예비주자들보다 지지율에서 20% 가량 앞서 있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중성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만큼 국가운영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통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런 세간의 평가에 “정책 일정을 대선 일정과 동일시하지 말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제 교사’로 알려진 이한구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용 싱크탱크가 아닌 네트워크”라면서 “전문가들이 자기 전문 지식을 컨트리뷰션(제시)해서 서로 간 영향을 미쳐 결과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박 전 대표의 거침없는 움직임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들조차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파격적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미 대선 주자로 나서겠다는 뜻을 드러낸 만큼 이제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다”며 “숨기거나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게 오히려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 총회가 열린 지난 12월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의 헤드 테이블엔 한나라당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이한구 의원, 김광두 서강대 교수, 최성재 서울대 교수, 조대환 변호사, 황부영 브랜다임 앤 파트너스 대표가 동석했다. 박 전 대표는 축사에서 “훌륭한 전문가들이 모였기 때문에 우리 앞에 놓인 많은 난제를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진정한 선진국으로 만드는 대업도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며 “앞으로 더 많은 분이 이 모임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서 김광두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 이사장 겸 원장으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인사말에서 “통섭(通涉)의 시각에서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각계 인사들이 모이게 됐다”며 “박 전 대표가 공부 모임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해와 회원으로 모시게 됐다. 박 전 대표도 다른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월 5만 원의 회비를 내는 회원일 뿐”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79% ‘학자’
전략만 있고 전술은 없다?

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박근혜 인맥’은 박 전 대표를 포함 학계 정계 재계 법조계 등 78명이다. 79%(62명)가 대학교수(강사포함)·연구원 등 학자들이다. 나머지는 전직 관료, 기업인, 변호사, 의학박사 등이다. 서강대 출신이 7명으로, 서울대 출신 7명과 더불어 최다였다. 현역 의원은 경제통인 3선의 이한구 의원이 유일했다. 연구원은 서울 마포구의 한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고 내년 초 사단법인 신고를 마치는 대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발기인 중 유일한 현역 정치인인 이 의원은 2004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였을 당시 정책위의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초부터 정기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경제와 복지 분야 조언을 했고, 박 전 대표가 국회 상임위를 재정위로 옮기면서 교류가 더욱 활발해졌다고 한다. 현안 관련 리포트도 박 전 대표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경제 대변인’ 역할도 겸하고 있다. 최근 진보 진영에서 불거진 박 전 대표의 ‘한국식 복지’에 대한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껍데기조차 보지 않고 그냥 비판한 거 같다. 그런 비평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도록 세부계획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더불어 이번 복지 공청회와 국가미래연구원 출범을 통해 화려하게 전면으로 부상한 인물들이 있다. 이른바 ‘스터디 그룹 5인방’이다.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인 김광두(서강대)교수와, 신세돈(숙명여대), 김영세(연세대), 안종범(성균관대), 최외출(영남대)교수가 바로 그들이다. 출범식 직전 김 원장은 기자들과 간이 인터뷰 형식을 빌어 연구원의 성격을 브리핑 했다. 그는 언론과의 접촉이 자연스러웠고 주도적이었으며 달변이었다. 또한 그는 발기인 중 유일한 현역 의원인 이한구 의원과 친구이기도 하다. 마음 맞는 교수들의 참여도 그가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신세돈 교수는 행사 전 행사장 입구에 직접 나와 박 전 대표를 기다렸다. 행사장에 유일하게 있던 화환은 한나라당 심재철 정책위의장에게서 온 것이었다. 심 의장은 “복지 예산 계획이 없어 솔직하지 못하다”며 행사 3일전 ‘박근혜 복지’에 대해 비판을 한 바 있다.
 
기자가 신 교수에게 “심 의장이 보낸 화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좋은 취지에서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곁에서 본 신 교수의 첫 인상은 다소 수줍어하는 듯 보였으나 할 말은 분명하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친박계 이혜훈 의원의 남편으로 알려진 김영세 교수는 관찰 결과 세련된 언변과 자연스러운 손동작이 눈에 띄었다. 입가에 웃음을 견지한 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정연하게 주변 인물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다. 한편 출범식 당일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이름표를 반드시 패용해야 됐다. 지인의 이름표를 잰걸음으로 가져다 준 인물이 있었다. 바로 안종범 교수다. 상당히 활동적으로 움직였으며, 지인과의 대화를 화장실에서 계속 이어갈 정도로 소탈하며 집중력이 높아 보였다. 아쉽게도 영남대 최외출 교수의 움직임은 포착하지 못했다.

최근 대두된 주변 그룹들과 별개로 지난 2007년 경선 이전부터 줄곧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인물군도 있다. 홍사덕 의원,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허태열 국회 정무위원장, 서병수 최고위원, 유승민 의원,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한선교, 이정현 의원 등이다. 또한 외곽에서 박 전 대표를 지원하는 인물들도 있다. 남덕우 전 총리, 김종인 전 의원, 김용환, 김용갑 전 의원,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김기춘 전 의원, 강신욱 전 대법관 등이다.

5년전 MB 안국포럼 격
5인방 활동도 각양각색

‘친박 좌장’이던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탈한 뒤 내부에서는 좌장 자리를 두고 얘기가 많았다. 중진의 홍사덕 의원, 친박 몫 최고위원을 지낸 허태열 의원, 현 최고위원인 서병수 의원 등이 거명되기도 했다. 이 중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 의원 출신의 홍사덕 의원은 서청원 전 의원이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친박의 큰 형님 역할을 했다. 여전히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매끄럽다.

2007년 대선 예비 경선 당시 캠프 상황실장을 역임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대표적 박 전 대표 측 인사다. 최 장관의 임명 당시 ‘친박 달래기’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박 전 대표의 측근 중 측근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직전 발생한 박 전 대표의 피습사건의 현장과 병상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이는 당시 비서실장인 유정복 의원(현 농림부 장관)이었다. 그는 자타공인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오랜기간 박 전 대표를 최단 거리에서 보필했다. 박 전 대표측 인사들은 유 장관의 입각에 따른 ‘공백’을 걱정하기도 했다.

‘한국형 복지’ 공청회 스타, 새롭게 떠오른 ‘스터디 5인방’
‘구관이 명관’ 오래도록 자기 자리 지키는 친박 인사는?

박 전 대표와 서강대 동문인 ‘서강 라인’ 서병수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의 든든한 우군이다. 최근 각종 현안 관련 ‘친박’ 대표주자로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승민 의원도 빼놓을 수 없는 박 전 대표 라인이다. 박 전 대표측 대표적 책략가인 유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예비 경선 당시 캠프 정책총괄단장을 맡았다. 박 전 대표 비서실장 시절 정무·기획·연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박 전 대표를 보필하기도 했다.


한선교 의원은 지난해 12월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 관련 국회 공청회 행사 당시 말끔하게 사회를 봤다. 한 의원 역시 지난 2007년 경선 당시부터 박 전 대표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현안 관련 박 전 대표의 상대 진영과 공방을 벌이는 것 또한 그의 몫이다. 공식적인 ‘박근혜의 입’은 여전히 이정현 의원이다. 2007년 대선 예비 경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후 인연이 쭉 이어졌다. 언론과의 접촉 빈도가 많지 않은 박 전 대표이기에 지금도 주요 사안이 발생할 때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을 기자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그를 항상 박 전 대표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라는 호칭을 단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지난 12월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사인 남덕우 전 총리가 직접 박 전 대표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남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다. 2002년부터 약 2년간 박 전 대표의 후원회장도 맡았다. 김종인 전 의원도 박 전 대표 ‘경제 가정교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 전 의원도 서강대 교수 출신으로 박 전 대표가 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 정책을 세우도록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전 의원은 정운찬 전 총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사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김용환, 김용갑, 김기춘 전 의원 등도 박 전 대표 고문 그룹이다. 박 전 대표는 이들과 가끔씩 점심 식사를 하며 조언을 듣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 밑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냈고 충청 출신인 김용환 전 의원은 특히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데 상당한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관이 명관’ 오랜 측근
‘묵묵한’ 원로 자문그룹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수감됐다 최근 가석방된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한 6선 의원 출신이다. 서 전 대표는 출감 후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 2000여 명에게 “박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든든했다”며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주로 박 전 대표에게 정무적 판단과 관련된 조언을 해준다. 또 자신의 사조직인 ‘청산회’를 통해 박 전 대표의 지지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신욱 전 대법관도 눈에 띈다. 그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고검장과 대법관을 역임했고 2007년 예비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 법률특보단장을 지냈다. 당시 캠프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기춘 전 의원이 검찰 후배인 강 전 대법관을 박 전 대표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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