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드는 비법’ 이 손안에 있소이다”

2011.01.04 09:31:08 호수 0호

2012 노리는 잠룡 싱크탱크 밀착해부

박근혜 베일 속 감춰졌던 자문그룹 ‘국가미래연구원’ 출범
정몽준 정책 ‘양날개’, 오세훈·김문수도 시·도정 자문그룹 갖춰
정동영·손학규·정세균 돕는 이들 수면 아래·위서 활동 시작해



차기 대권경쟁이 조기 가열되면서 대선주자들의 ‘두뇌’가 속속 깨어나고 있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의 정치 행보를 조언하거나 정책 생산에 매진했던 ‘싱크탱크’가 수면위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 본격적인 대권 행보로 보는 시선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지만 향후 대선조직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정치권에 가동중이거나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싱크탱크를 쫓았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대권 도전에는 대선조직이 함께 한다. 주요 정책과 대선 전략을 구상하는 싱크탱크와 전국적인 세몰이를 주도하는 지지모임들이 머리와 팔, 다리처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

이중 차기 대권을 향한 움직임에 시동이 걸리면서 ‘두뇌’가 먼저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국적인 세몰이에 앞서 싱크탱크들이 속속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대권경쟁 조기 과열
잠룡 싱크탱크 남달라

지난 12월27일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정책 구상을 가다듬을 싱크탱크가 출범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이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정치 현안이나 대권 행보와 관련, 각계의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문그룹의 정확한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만큼 ‘국가미래연구원’에 쏠린 시선은 대단했다.

베일을 벗은 ‘국가미래연구원’에는 지난 대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자문 교수들과 기업·관료 출신 인사, 전·현직 의원 등 수십 명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박 전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만든 김광두 서강대 교수가 원장을 맡았으며,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와 김영세 연세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최외출 영남대 교수 등 박 전 대표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핵심 정책 자문 교수들이 주축이 됐다. 

박 전 대표와 그의 ‘경제 과외’를 맡은 이한구 의원이 현역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했을 뿐 정치인들은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앞으로 외교·안보·국방·경제·복지·교육 등 주요 분야와 관련, 박 전 대표가 내세울 대선 정책의 핵심 키워드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지난 12월20일 ‘한국형 복지’를 주제로 한 공청회를 개최하며 대선행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데 이어 제2, 제3의 정책 제안이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

또한 이미 활동을 시작한 ‘포럼부산비전’ ‘호남연대’ ‘국민희망포럼’ 등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향후 대선캠프로 변모할 수 있는 조직을 곁에 두고 있다. 시정과 도정 관련 정책을 자문하는 정책 자문그룹이 그것이다.

오 시장의 정책자문단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행정2부시장을 지낸 최창식 성균관대 석좌교수와 서울복지재단 대표인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 제타룡 전 시정개발연구원장, 서장은 전 정무부시장이 각각 주택·복지·행정·정무를 맡고 있고, 이상철 전 정무부시장은 기획·홍보를 도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이 사실상 대선캠프를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용석 시의원은 “경기도가 서울시보다 인구 100만명이 더 많은데도 경기도지사 보좌조직은 78명인데 비해 서울시장 보좌조직은 비서실, 대변인실, 시민소통기획관, 정무조정실, 시민소통특보, 시민불편개선단장 등 총 217명+α로 경기도지사 보좌조직보다 3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대변인실과 시민소통기획관 안에 있는 팀들을 살펴보면 완전히 대선캠프를 연상하게 한다”며 “뉴미디어 기획팀, 뉴미디어 정보서비스팀, 뉴미디어 커뮤니케이션팀, 뉴미디어 여론분석팀, 보도 기획팀, 인터넷 뉴스팀 등등 시민을 위해 헌신 봉사해야할 공무원 조직이 오 시장 개인을 위한 충성 조직으로, 대선조직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자문은 경기도의 싱크탱크인 경기개발연구원을 맡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1995년 연구원 20명 규모로 출발했으나 현재 박사급만 8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개발연구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등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구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 지사의 최측근인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이 맡고 있는데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메가시티 전략, 일자리 창출 정책 등 김 지사가 평소 입에 달고 사는 사안들이 연구원의 2대 연구 과제라는 점에서 김 지사의 싱크탱크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의 대선캠프
정책 자문그룹에 숨었다?

또한 경기도정보다는 중앙정부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김 지사의 차기 대권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개발연구원 측은 “대한민국은 중앙에 80%의 권한이 집중돼 있는 만큼 중앙정부 정책을 제대로 알아야 지방자치단체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설명한다.

시·도정 자문그룹이 대선을 위한 조직으로 변모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과 김 지사가 차기 대선 출마 의중을 은근슬쩍 내비치고는 있지만 차기 대선에 출마할지, 임기를 마무리한 후 새로운 꿈을 꾸게 될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측근인 차명진 의원도 차기 대선주자들의 싱크탱크 출범과 관련, “당내에 이미 훌륭한 연구소와 의원들이 있지 않나”며 “따라가기를 해선 안 된다”는 말로 거리를 뒀다.

반면 정몽준 전 대표의 싱크탱크는 활기를 띄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아산정책연구원’과 ‘해밀을 찾는 소망’ 등 두 개의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문을 연 ‘아산정책연구원’은 한승주 전 장관이 이사장 겸 원장을 맡아 통일·외교·안보에 대한 정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여의도에 자리 잡은 ‘해밀을 찾는 소망’은 경제위기 극복과 정치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해밀을 찾는 소망’을 열며 정 전 대표는 “정쟁을 잘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책을 수립해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정치인이 하는 일 중에 하나는 폴리틱스(politics), 정쟁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폴리시(polish), 즉 정책 수립인데 제일 바람직한 것은 정쟁과 정책 수립에서 균형을 갖추는 것이다. 순진한 사람들이 모여 순수한 정책을 연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야권에서는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대선행보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쯤 ‘미래정치경제연구회’를 출범, 남북관계·서민생활·일자리·야권연대 등 4대 분야 정책 대안을 마련키로 한 것.

지난 전당대회 때 캠프에 참여했던 인맥들이 대거 출동, 김진표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이미경·박병석·강기정·최재성·김유정 의원과 윤호중·김교흥·한병도 전 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한명숙 전 총리가 지원사격에 나서며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준영 전남지사도 힘을 보탤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윤성식 고려대 교수와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 전도영 서강대 교수가 주축을 이루고 한승헌 전 감사원장과 김일수 고려대 교수,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도 한몫 거든다는 것.

최근 정책통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정 최고위원은 “내년부터는 정책에 중점을 두고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으로부터 철저한 정책검증을 받을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손학규 대표는 차기 대권과 관련, “아직까지는 대선 준비를 한다며 여유롭게 개인 욕심만 챙길 때가 아니”라며 “지금 앉아서 싱크탱크나 만드는 게 당 대표가 할 일이냐. 개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지지율을 높이는 게 지금 우리의 과제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심스런 대권 만들기

그러나 물밑에서는 지난 대선 손 대표의 싱크탱크였던 ‘동아시아 미래재단’이 재시동에 들어간 상태다. ‘동아시아 미래재단’은 2기 이사회의 출범과 함께 임시 특별기구인 기획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원배가 운동과 홈페이지 보완 등 새로운 활력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재단의 본격적 활성화를 위한 모임을 갖고 재단의 역할과 사업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성수 미래재단 이사장은 이와 관련, “손 대표의 칩거와 맞물려 재단의 활동도 답보상태에 있었다. 이제 진성회원도 1000명이 되고 손 대표의 발걸음도 바빠졌으니 재단의 고유 목적 사업도 보다 활성화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지난 12월7일 ‘위기의 한국사회 진보개혁의 과제’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활동폭을 늘려가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김연철 인제대 교수, 권만학 경희대 교수, 김관옥 계명대 교수, 이상이 제주대 교수, 이병훈 중앙대 교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등 오랫동안 자문단의 역할을 했던 이들과 올해 안에 싱크탱크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이 미국에 머물 당시 마련한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가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경연은 지난해 조용히 활동을 시작했으나 당초 개방형 연구소를 표방한 만큼 본격 가동되면 메머드급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차기 대선주자들의 싱크탱크는 비록 지금은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차후 대선구도가 본격화되면 후방 지원 및 비밀 병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오랜 기간 땀 흘려 준비한 대선주자들의 ‘대권 핵심 키워드’를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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