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박인비 ‘닮은꼴’ 골프인생

2016.07.18 09:39:12 호수 0호

세계 호령한 여제의 길

박세리 동경한 ‘세리 키즈’박인비
LPGA 명예의 전당 오르기까지 비슷



1998년 7월7일. 당시 스무살이었던 박세리는 ‘맨발의 투혼’으로 경제난에 빠져있던 한국 사회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박인비는 박세리의 우승을 보고 이틀 뒤부터 골프를 시작 한 이른바 ‘세리 키드’의 간판주자다.

박세리가 데뷔 후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까지 걸린 10여년은 꽃길과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1997년 삼성의 후원을 받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박세리는 그 해 가을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고 1998년부터 미국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데 이어 US여자오픈까지 석권했고 첫해에만 4승을 올리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해에도 4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박세리는 2000년도에는 주춤한 듯했지만 2001년과 2002년 매년 5승씩 거두며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골프 인생의 목표였던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7년 만에 달성한 탓일까. 2004년 자신의 22번째 우승컵을 안은 이후 박세리는 슬럼프에 빠졌다. 경기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성적은 잘해야 중위권이었다. 컷오프 되는 횟수도 많았다. 박세리는 2005년 손가락 부상을 입게되자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병가를 제출했다. 남은 시즌을 포기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박세리는 2006년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고 국민들에게 또 한번 큰 기쁨을 선사했다.


2007년 LPGA투어에 데뷔한 박인비는 한국 여자골프의 선구자 박세리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걸었다. 1998년 박세리가 제패한 메이저대회 LPGA 챔피언십을 2013년부터 3년 연속 우승했다. 박세리 성공 신화의 발판이 된 US여자오픈 우승은 2008년 달성했다. 당시 19세였던 박인비는 박세리가 보유하던 최연소 기록을 깼다. 대회 역사상 만 스무살이 안된 선수가 우승한 것은 박인비가 최초였다.

세리 키드가 ‘골프 여제’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은 브리티시여자오픈이었다. 박세리가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했던 그 대회에서 박인비는 지난해 우승을 거머쥐며 사상 7번째 커리어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메이저대회에서 무려 7승을 거뒀다. 또 박세리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수상했던 베어트로피(시즌 최저 평균타수·2003년)도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나 수상했다. 박인비는 박세리가 세웠던 이정표를 그대로 밟았다.

박인비는 롤모델을 뛰어넘었다. 박세리가 한번도 차지하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도 2013년 한국 선수로는 처음 받았다. 남겨놓은 숙제도 있다. 박세리의 한국인 최다승(25승)이다. 박인비는 지난해까지 17승을 따내 박세리에 8승이 모자란다. 박인비와 박세리가 오는 8월 리우올림픽에서 코치와 선수로 참가하게 되면 닮은꼴 인생의 정점을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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