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면

2016.07.15 16:59:45 호수 0호

브레네 브라운 저 / 더퀘스트 / 1만5000원

대중심리서의 천국인 미국, 아마존에서는 한 달에 1000종 안팎으로 심리 분야 신간이 출간된다.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출간되는 신간이 20종 남짓인 것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양이다. 이렇듯 20세기 이후 현대 심리학의 근거지는 미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학문적으로 명망 높은 심리학자 외에도 미국에는 대중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연구자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이번에 대표작 <마음가면>을 출간한 브레네 브라운이다.
수치심, 불안 등 현대인이 시달리는 부정적 감정 연구에 15년 이상 매진해 온 그녀는 현대 대중심리의 최고 권위자다. 오랜 연구 끝에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고 그 과정과 결과를 고스란히 이 책에 쏟아 부었다. 자신의 취약성을 인정하고 드러내면 수치심, 불안, 강박 등의 공격에도 끄떡없다는 것이 <마음가면>의 핵심 내용이다.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때, 시험에 떨어졌다고 가족들에게 얘기할 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나에게 실망한 친구에게 연락할 때…. 우리는 일상에서 취약해지는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 취약해진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상처 받거나 공격당하기 쉬운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자신을 숨기려고 황급히 가면을 쓴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마음가면을 쓰는 이상 수치심이나 불안,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마음가면을 벗고 자신의 취약성을 당당하게 드러내면 무엇보다 마음이 홀가분하고 무슨 일을 해도 후회가 남지 않는다. 진솔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변인들과의 관계 또한 더욱 단단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건강도 좋아지고 거짓 마케팅에도 속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마디로 삶을 내 뜻대로 멋지게 살아갈 강인함을 갖게 된다.
브레네 브라운의 주 전공은 사회복지 분야다.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 중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정서적 결핍을 파고들어 부정적 감정의 근원을 연구하게 됐다. 취약성 안에 답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그녀가 성별, 나이, 국적을 다양하게 표본화하여 직접 인터뷰한 사람만 1300명, 수집한 사례만 1만건에 달한다. 이렇듯 일상과 사회적 맥락 안에서 접근하는 브레네 브라운의 독창적인 연구 결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주었다. 남과 비교하는 문화,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치중하는 문화는 어디든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평생을 걸쳐 일상에 이런 문화가 깊이 스며들어 있다. 어쩔 수 없이 강박과 수치심, 불안이 팽배해지고 사람들의 정서는 메말라지기 쉽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안 되면 되게 하라’ ‘나만 아니면 돼’라는 씁쓸한 유행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것이 지금의 우리 모습 아닌가.
어둠을 탐색할 용기가 있어야 우리가 가진 빛의 무한한 힘을 발견할 수 있다고 브레네 브라운은 말했다. 그녀가 15년째 공들여 밝히고 있는 ‘취약성의 힘’을 기억하라. 우리 안의 취약성이 가져다 줄 심리적인 힘을 믿어라. 세상은 가면을 벗은 진짜 내 모습을 기다리고 있다. 순도 100%의 모습으로 세상에 대담하게 뛰어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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