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택시와 음주단속의 단상

2016.07.04 10:03:56 호수 0호

최근 회식 모임 후 귀차니즘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택시를 타고 귀갓길에 올랐다. 늦은 밤 시간인지라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하던 택시는 얼마 가지 않아 거북이걸음을 했다. 신호 때문인가 싶었지만 앞쪽에서는 경광봉을 든 경찰관들이 전 차선에 선 채로 음주측정을 하고 있었다.



앞 차량의 운전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측정기에 입을 대고 입김을 불어댔다.

필자가 탑승했던 택시는 으레 그래왔다는 듯 창문은 내리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유유히 현장을 떠났다.

"왜 택시기사님들은 음주측정을 안 하나요?"라고 묻자 택시기사는 "우리는 영업용인데, 일일이 어떻게 단속하나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랬다. 사실 이 같은 경험은 한 두번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는 자가용을 몰고 운동하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신사역사거리 인근 교차로를 지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앞서 측정을 기다리던 택시 차량은 경찰관의 수신호에 따라 측정을 하지 않고 그냥 자리를 빠져나갔다.


지난달 30일, 결국 일이 터졌다.

혈중알코올 농도 0.12% 상태에서 충북 청주 시내 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은 택시기사 송모씨가 앞서가던 차와 추돌해 승객 김모씨를 숨지게 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2012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전력이 있다고 한다.

혹자들은 택시의 음주운전 문제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탈로 치부하기엔 애꿎은 사망자 발생 등 겪어야할 상처가 너무 크다. 이날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귀가를 위해 송씨의 택시를 탔다가 억울하게 운명을 달리한 김씨의 영혼은 어떻게 달래야 할까?

현행 도로교통법상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할 수 없도록 돼 있다.(제44조)

경찰은 교통 안전과 사고 방지를 위해서 필요시 음주 단속을 한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현실과 법의 괴리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업계 안팎에서는 '택시는 음주 제외차량'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실 경찰 입장에서는 택시기사들은 운전이 '밥줄'인 만큼 자체적으로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택시 기사들의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2012년 449건, 2013년 404건, 2014년에는 382건으로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영업차량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단속을 하지 않는 구태는 고쳐져야 한다. 사고는 항상 안일한 생각과 일처리 과정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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