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빅3 ‘정-손-정’ 장외전쟁 막후

2010.12.21 10:52:23 호수 0호

여당 향해 창 들었지만 머릿속엔 ‘동상삼몽’


민주당 빅3가 ‘밖’에서 다투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전당대회 후 민생행보를 계속해왔다.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후에는 예산안·법안의 무효화를 내걸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도 장외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대여투쟁을 위해 한 자리에 모여 있다고 해도 숨은 속내까지 같지는 않다.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이 손 대표를 견제 혹은 지원하는 사이 당내 주도권을 둔 신경전도 함께 펼쳐지고 있다.

손학규…민생행보, 장외투쟁 ‘밖으로 밖으로’
정동영·정세균…정치 이슈마다 따로 또 같이

민주당 빅3로 불리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이 모두 밖으로 뛰쳐나왔다.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서다.
손학규 대표는 전당대회 이후 민생행보를 늘려왔다. 일용직 노동자, 지역 중소기업인, 농민 할 것 없이 가리지 않고 만났고 영·호남은 물론 충청도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출사표를 던지며 주장했던 ‘국민생활 우선 정치’ ‘실천적 진보’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 꾸준히 현장을 찾아, ‘친서민’을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외연 확대도 노렸다.

민생 챙기다 전사로



‘하루해가 짧은’ 바쁜 일정 탓인지 전당대회 이후 치솟았다 금세 하락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지지율이 다소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손 대표는 현 정권과의 대립각을 한층 더 날카롭게 했다. 제1야당의 수장의 ‘야성’을 키웠던 것. 그는 4대강 사업과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민간인 불법사찰·대포폰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며 ‘100시간 국회 농성’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반발, 100시간 서울광장 투쟁에 나섰다. 한나라당이 일방 처리한 예산안·법안의 무효화를 위해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것. 이후에는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순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손 대표는 지난 15일 “날치기 예산이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서 여권에서 책임을 전가하는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민 앞에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하고 날치기 예산을 무효화하라”고 촉구했다.

장외투쟁은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야성을 키우는 동시에 민주당 내부의 결속력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지방선거나 재보선 등 선거가 치러지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칩거한 탓에 당내 세력기반이 미약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예산안 강행처리를 막지 못해 원외 인사의 리더십 한계도 지적받았다. 이러한 위기를 장외투쟁으로 반전시킨다는 것. ‘외부의 적’이 확실한 만큼 손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단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외투쟁은 또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번 장외투쟁에서 전국을 순회, 방방곡곡에 ‘민주당’의 이름을 새롭게 새기고 있다. 특히 ‘형님예산’ ‘결식아동 급식 예산 삭감’ 등 국민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이슈와 지역적 이슈를 적절히 결합,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손 대표는 천안을 찾은 자리에서 “이번 예산안을 두고 이명박 정부가 충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형님 예산 늘리면서 실제 충남도청 이전 예산 1000억원을 신청했는데 날치기한 예산에서는 500억원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정권이 더 적극적으로 (충남지역을) 대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각 지역의 바닥민심을 파고드는 전략은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번 예산안 강행이 한나라당에 독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표로 만들 수 있는 고리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도 대여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를 견제하거나 협력하며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미 FTA, 대북문제 등에 선명한 논조를 보이는 것으로 손 대표와 차별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 대표는 과거에 한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을 우려,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것들이다.

지난 전당대회에 들고 나왔던 ‘보편적 복지론’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서울광장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한나라당은 예산안 날치기로 복지 포기선언을 했다”며 “민주당은 한나라당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당내 특별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문제는 그의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으로 ‘햇볕정책’ 계승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지난 10일에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한반도 자위대 파견’ 발언과 관련, “청와대가 협의한 적 없다고 뭉개고 있는데 정식으로 민주당이 항의해야 한다”며 당의 대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정세균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손을 잡았다. 그가 당대표로 있을 때 강조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 저지를 위해서다. 손 대표를 지원,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것이 자신이 당대표로 있던 시간들을 헛고생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

다만 ‘전사’로 나선 손 대표와 달리 정책통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장외투쟁에서도 “예산안은 15일까지 처리되면 집행에 아무 차질이 없고, 24일에 통과되면 집행에 큰 무리는 없으며 31일 전에 처리가 되면 준예산 편성은 방지할 수 있다”고 일정을 상세하게 거론, 시선을 집중시켰다.

‘밖’ 싸움이 곧 ‘안’ 싸움

당장 장외투쟁에서 빅3의 속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장외투쟁의 성과를 확인한 뒤에야 ‘다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외투쟁이 큰 반향을 일으킬 경우 손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함과 동시에 당내 지지기반을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장외투쟁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원내복귀 후 원외에 있는 손 대표보다는 원내에 있는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의 역할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당내 주도권 경쟁에서 이들의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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