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하극상 살인사건 전말

2016.05.30 13:37:47 호수 0호

깔보는 사장, 전무가 죽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사장이 무시해서 죽였다.” 지난 19일 사장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조모씨는 경찰에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계속 무시해 홧김에 죽였다”고 주장했다. 건설회사 전무로 5년째 일해왔던 조씨의 범행동기는 무엇일까.        



지난 8일 대구에서 40대 남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실종된 남성은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8)씨로 태어난 지 50일가량된 아기의 아빠였다. 김씨는 거래처 사장들과 골프를 치기 위해 외출했다가 연락이 끊어졌다.

건설사 임원들

이날 실종 직전까지 회사 전무인 조모(44)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경찰조사에서 사장인 김씨와 함께 골프 모임에 갔다가 술을 마시며 저녁식사를 한 후, 9시쯤 대구 시내 한 정류소에 김씨를 내려줬다고 진술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폭탄주 2잔을 마셨고, 헤어질 당시 김씨가 많이 취해있었다고도 했다.

김씨의 휴대전화는 회사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그날 낮 사망자의 아내는 한 차례 남편과 통화한 참이었다. 조씨는 김씨의 실종신고를 하러 간다는 말에 가족과 함께 경찰서까지 동행했다. 가족들은 전단과 현수막을 만들어 김씨 찾기에 나섰다.

아내는 경찰에 “남편이 폭탄주 2잔에 그렇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부축받아야 할 정도로 주량이 약하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구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조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만촌동 모 아파트 앞 버스 승강장에 내려주었다고 주장했으나 주변 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거짓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씨가 실종된 직후 조씨의 행적도 수상했다. 실종 다음날 이른 아침, 군위군 근처 주유소에 들러 삽을 빌렸다.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파기하고 새 것으로 교체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경찰은 조씨가 김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조씨를 긴급체포했다. 조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진술을 거부하다가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지난 19일 밤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조씨는 수면제(아미노플루니트라제팜)를 넣은 숙취해소제를 차량에 보관해 두고 있다가 8일, 건설업체 사장 2명과 골프모임을 가진 뒤 식당에 들어가기 전 피해자에게 먹였다. 식사 중 잠이 든 피해자를 차량에 태우고 회사 주차장까지 이동했다. 같은날 오후 9시30분께 뒷좌석에 타고 있던 피해자를 목졸라 살해했다. 이후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다음날 새벽, 사체의 옷을 벗긴 후 경북 군위군 노귀재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조씨의 자백에 따라 4개 중대가 군위군의 한 야산을 수색한 결과 20일 김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다음날 조씨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범행을 자백한 이후 조씨는 불안증세를 보이며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사장인 김씨가 평소 자신을 무시하고, 처우 개선도 해주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고 진술했다. 조씨가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승진과 월급 인상을 요구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새벽부터 나와서 열심히 일을 했고 지난해에 비해 회사 사정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월급 인상이라든가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서 평상시에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실시된 현장검증에서도 또다시 “사장이 내 인생을 갉아먹어 홧김에 그랬다"고 주장했다.

목졸라 살해하고 시신 야산 유기
무시해서? 돈 노린 계획범죄 가닥

사망한 김씨의 아내는 믿었던 조씨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언론에 “의형제처럼 지내니까 당연히 의심하지 않았다”며 “조 전무가 싹싹하고 일이 있으면 많이 도왔다. (남편을 살해한 것을) 정말 인정하기 싫었고 그럴 거라는 생각을 안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러한 아내의 진술로 볼 때, 사장 부부가 조씨를 신뢰했고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피의자 조씨의 ‘무시해서 죽였다’는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이 보다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 조씨의 채무관계 등을 조사하는 등 수사력을 모은 결과, 피해자의 금전 및 재산을 노린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것이 서서히 드러났다. 주변 인물을 조사한 결과 피의자의 주장과 다른 점이 많았던 것이다.

처음엔 조씨가 ‘처우 개선과 경제적 지원 등에 불만을 품고 살해했다’고 주장한 것을 경찰이 그대로 브리핑하고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했으나, 추가로 주변 인물을 조사하면서 경찰 측이 “사실과 달라 조씨의 변명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에게 거액의 채무가 확인돼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서 사장을 살해해 재산적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 이 부분을 집중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 가족에 따르면 사망한 김씨가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1억원과 4000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이에 지인들이 “전무라고 잘해줄 필요 없다”고 충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 가족은 현재 범행동기는 다 돈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 결과 조씨는 사장을 매장한 며칠 뒤 다시 찾아가 나프탈렌과 락스를 뿌려 범행 은폐를 시도해 사건에 혼란을 주려 했다.

또 사장을 살해한 후 일부러 차를 운전해 김씨의 집 근처인 수성구 만촌동 A아파트 앞 버스승강장까지 이동한 뒤 사무실로 돌아간 다음 자신의 아내에게 “사장을 보내고 지금 간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알리바이를 만들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땅 속 시체 부패’ ‘CCTV 녹화 기간’ ‘검색어 지우기’ ‘실종자 골든타임’ 등 범행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한 흔적도 발견됐다.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살해되기 사흘 전에 있었던 1차 범행시도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조씨는 숨진 김씨와 함께 지난 5일 수성구 모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경찰이 주점 관계자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한 결과, 이날 김씨가 단지 술에 취했다고 보기에 이상할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주점 관계자들은 김씨가 평소와 달리 귀가할 때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이날도 조씨가 사장에게 숙취해소제를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주점 관계자는 “김씨가 잠이 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두 사람의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도 했다. 김씨 아내도 “다음 날 아침 남편이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씨는 1차 범행 시도를 부인했다.

골프 갔다 행불

경찰은 지난 26일, 조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송치 후에도 계좌·통화내역·디지털 증거 등을 분석하고 주변 관련자 등을 조사해 공범 여부, 직접적 범행동기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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