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자신을 김영삼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고 밝힌 한 남성이 자신 몫의 유산 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친자확인 소송 중에 전 재산을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혼외자인 그가 유산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소송을 제기한 남성 외에 ‘가네코 가오리’라는 이름의 혼외자 스캔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혼외자인 김모(57)씨가 김 전 대통령의 유산을 나눠달라며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유류분이란 상속재산 중에서 직계비속(자녀·손자녀)·직계존속(부모·조부모)·형제자매 등 상속인 중 일정한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법적으로 정해진 몫을 말한다.
“3억 달라”
민법은 상속재산 처분의 자유를 무제한 인정하면 가족생활의 안정을 해치고 상속인의 생활 보장이 침해된다는 이유로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1 만큼 유류분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를 상대로 3억4000만원 상당의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앞서 서울가정법원은 2009년 김씨가 김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친자확인 소송에 대해 “김씨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친생자로 인지한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시에서 “원고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친아들이라고 주장하며 제출한 증거 일부가 인정되고 김 전 대통령이 유전자 검사 명령에 응하지 않은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친자 소송에 있어 명확한 증거인 DNA 검사에 대해 피고가 끝까지 불응하고 다른 증거에 의해 심증이 굳어질 경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김씨는 자신이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이라며 각종 서류와 증인 등을 신청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유전자 검사 명령에도 응하지 않고 소송대리인도 선임하지 않는 등 대응을 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김씨와의 친자확인 소송 중이던 2011년 1월 상도동 자택과 거제도 땅 등 50억원 상당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고, 거제도 땅 등을 김영삼민주센터에 기증했다. 상도동 사저는 부인 손명순 여사 사후에 소유권을 김영삼민주센터에 넘기도록 했다.
김씨의 소송대리인은 “김 전 대통령이 김영삼민주센터에 전 재산의 증여 의사를 표시했을 땐 김씨가 친자라는 게 실질적으로 결정 난 상태였다”며 “김영삼민주센터도 김씨의 유류분 권리가 침해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김씨가 김 전 대통령의 친자로 등록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대리인은 “재판 전에 합의되면 끝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재판 과정에서 사실조회를 통해 김 전 대통령 집권 이전부터 재산 관계를 추적해 유족들을 상대로 상속회복 청구권 소송을 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혼외자 논란에 휘말린 일은 처음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이 1992년 민자당 대선 후보였을 당시 숨겨둔 딸이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온 적이 있다.
친자로 확인된 김씨 유산소송 제기
숨겨둔 딸 가네코 가오리도 재조명
김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인 2000년에는 이경선씨로부터 자신의 딸 가네코 가오리는 김영삼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씨는 천륜을 인정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이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1960년대에 김 전 대통령을 만나 가오리양을 낳고 일본에 입양시켰다는 사연을 공개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가오리는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무시해왔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김 전 대통령과 통화를 하던 중학생 가오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아빠”라고 부르자 김 전 대통령은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말 한 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그 후 가오리는 아버지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20여 년이 흐른 뒤 “아버지를 찾은 후 결혼하겠다”며 어머니 이씨에게 매달렸다고 한다. 당시 김 전 대통령과 그 주변에선 이 소송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이 사실을 부정했다. 측근들은 “우리가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과거 가오리에 대한 김 전 대통령의 공식적인 답변은 두 차례 있었다. 하나는 1992년 신한국당 대선 후보 때다. 1987년과 1992년 두 차례 대선 운동 과정에서 가오리의 존재는 흑색선전물의 단골 메뉴였다.
나머지 한 번은 이씨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가 보도된 뒤다. 이 인터뷰 기사는 이씨와 김 전 대통령과의 만남, 딸의 출산과 성장, 김 전 대통령과 가오리의 두 차례 만남,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생활비와 양육비 명목의 23억원 수수 등 충격적인 사실을 담고 있었다.
누구 또 있나?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김기수씨는 “이경선씨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이씨가 원하는 것은 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딸을 빙자해서 돈을 얻겠다는 칠십 노인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라고 측은함을 표했다. 하지만 이씨는 선고를 앞두고 돌연 소를 취소해 가네코 가오리와 김 전 대통령의 ‘혼외자 논란’은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