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분뇨처리 오해와 진실

2016.04.26 10:19:49 호수 0호

내가 싼 대소변 어떻게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 우리집 화장실에서 배출한 분뇨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변기 물을 내리면서 한 번씩 다들 품었던 의문이 아닐까. 시대와 지역에 따라 분뇨를 처리하는 방식이 제각각 다르지만, 저개발 국가에선 아직도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수질오염과 전염병이 발생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수도법'에서 분뇨란 수거식 화장실에서 수거되는 액체성 또는 고체성의 오염물질(개인하수처리시설의 청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 포함)을 의미한다.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된 각 가정이나 산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정화조 또는 오수처리시설에서 1차 처리된다.

신도시는 달라

이후 하수관망을 따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가서 수질 기준에 맞게 최종 처리된 후 공동수역으로 방류되는 과정을 거친다. 정화조가 없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분뇨수거차량을 이용해 수거돼 분뇨처리시설에서 최종 처리되고 있다.

현행법에선 연 1회 이상 정화조 내부 청소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정화조 청소를 하지 않으면 분뇨가 정화되지 않은 채 하수구로 방류돼 수질오염 및 악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화조 청소를 이행하지 않으면 10만∼100만원 사이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지자체에서 대상자에게 등기 안내문을 보내 청소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대부분 잘 협조되고 있다고 한다.

정화조가 없는 지역은 앞서 밝혔듯 분뇨수거차량을 이용해 수거하는데, 매해 한 번 이상씩 수거해 각 지자체마다 분뇨를 버리도록 지정된 분뇨처리시설로 가져간다. 분뇨처리시설에서 슬러지(침전물)는 따로 처리하고 오수는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연계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하수종말처리장 내에 분뇨처리시설을 함께 두고 있는데 따로 건설돼 있는 지자체도 있다. 


모 지자체 수질환경사업소에 따르면, 최근 건설되는 신도시 지역 건물엔 정화조가 없다고 한다. 분뇨를 포함한 하수가 ‘직관’이라고 불리는 하수관을 통해 바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가는 것이다. 내곡지구, 마포구 상암DMC, 서초구 양재동 등의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중랑, 서남, 난지, 탄천 등 총 4곳의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있다. 해당 시설은 하수종말처리장, 물재생센터, (수질)환경사업소 등으로 지자체마다 다르게 명칭하고 있다. 상수도사업소가 정수사업소, 맑은물관리사업소 등으로 불리는 것과 같다.  

서울시의 1일 하수(생활하수·분뇨 포함) 발생량은 2006년 494만6000톤, 2010년 465만6000톤이 발생했으며, 2012년 518만2000톤인 것으로 집계됐다. 분뇨처리시설 내엔 정화조 슬러지와 분뇨가 연 365일 지속적으로 반입되고 있다. 지난 2004년 1월부터는 음식폐기물 침출수도 반입되면서 함께 처리되고 있다.

하루 140톤을 처리할 수 있는 분뇨처리시설의 경우 지름 65㎜의 투입구가 45개 마련돼 있다. 분뇨가 처음 들어가는 종합협잡물 처리기는 분뇨 폐수 속에 함유된 5㎜ 이상 고형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시설이다. 미세협잡물은 원심분리기를 통해 제거한다.

이렇게 전처리된 분뇨는 호기성(好氣性) 미생물(공기가 충분한 곳에서 생존하는 균)을 이용해 약 16일 동안 1차로 처리한다. 이것을 자연 침강시켜 고액분리한 후 침전오니(침전물)의 일부는 1차 탈질조로 반송하고 잉여오니는 탈수 처리한다. 2차 탈질조를 통해 다시 한 번 처리하며, 이 역시 호기성 미생물을 이용한다.
 

이후 1·2차 침전오니와 농축오니를 슬러지와 탈리액으로 분해한다. 마지막으로 한외여과막을 통해 분뇨 속의 각종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처리수를 모래 여과시켜 최종 방류한다.    

변기 물 내리면 정화조로 직행
종말처리장서 수질정화후 방류

각 지자체 하수종말처리장마다 견학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다. 경기도의 모 지자체 소속 수질환경사업소 관계자는 “처리장에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40분 정도 소요되는 견학 코스를 마련하고 있다. 혐오시설이지만 누군가는 처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예전과 달리 복합시설을 지어 주민친화적으로 한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악취가 나지 않는다. 시설 규모와 유입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유입에서 최종 처리까지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귀띔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사이 중랑·난지·서남·탄천 등 4개 물재생센터 내 문화·체육시설을 이용한 시민은 총 13만6528명이었다. 이 외에도 각종 공연, 벼 베기 행사,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정화조 찌꺼기와 지렁이를 이용한 ‘지렁이 분변토’ 꽃 화분 만들기 체험 행사, 골프·테니스·탁구장 등의 체육시설 개방 등을 통해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물재생센터를 지역민들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1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인분을 단 5분 만에 처리해 만들어낸 물을 들이킨 후 “그냥 물이네요”라고 말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것은 인분을 재니키 만능제조기라는 기계에 넣어 1000°C 이상의 높은 온도로 태워서 순수한 수증기만 걸러내 식수로 만든 것으로,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처리과정에서 생기는 열은 전기로 전환하고 바싹 마른 오물 덩어리는 비료로 쓸 수 있는데다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어 '일석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활용법도

또 분뇨를 로켓 연료로 전환하는 방안, 동물 분뇨에서 뽑아낸 인을 식량 경작을 위한 필수 영양분인 인(P)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이 현재 유럽에서 연구 중이다. 일본의 한 연구진은 돼지 분뇨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하는 ‘고체 산화형 연료전지(SOFC)’를 개발하기도 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한민국 하수처리 역사

1394년(태조 3년) 10월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후부터 하수처리가 있었으나, 조선시대엔 도성 내의 청계천 개수정비가 하수도사업의 전부였다. 당시 도성 내의 하수를 성 밖으로 유출시키는 청계천은 우기에 자주 범람했는데 이로 인한 가옥 침수가 극심했고 하수구도 여기에 연결돼 있어 매우 불결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하는 등 큰 문제가 됐으나 태종 11년(1411년) 개거도감을 설치한 이래로 청계천을 개수, 준설해왔다.

1410∼1430년(태종11년∼세종 16년)에 최초로 자연하천에 제방을 쌓고, 폭을 넓히는 공사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1760년(영조 36년)에 대대적인 청계천 개수 준설작업이 있었다.

근대적인 하수도는 일제침략으로 건설됐다. 1910년 한일합방이 이뤄진 경성부 시대에 1917∼1941년 4기에 걸쳐 225㎞의 하수도 개수공사가 이뤄졌다.

해방 후엔 6·25전쟁 직전 청계천 준설을 했다. 1954년 전후 복구사업으로 하수도 개량공사에 착수했다. 하수에 의한 공공수역의 수질오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1976년에 국내 처음으로 하루에 15만톤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청계천하수처리장을 건설한 데 이어 1979년 21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중랑하수처리장을 건설, 가동에 들어갔다.

계속해서 가양, 난지, 탄천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는 본격적인 하수처리 시대를 맞게 됐으며 하수사업의 재원확보를 위해 원인자 부담금 원칙에 따른 하수도 사용료를 1984년부터 징수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서 하수도 시설에 문제점이 발견됐다. 하수관을 점검한 결과 전체 9889㎞ 길이의 하수관이 파손되거나 이음부가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수가 새어나가 지하수, 토양,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고 많은 양의 지하수가 하수관 내에 들어와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고 있어 맑은 물을 처리하게 되는 등 처리효율을 저해했다. 이에 지난 1992년부터 하수관에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해 정밀조사를 시행한 결과, 평균 4m마다 1개소가 불량한 것으로 판명돼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하수관 종합정비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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