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늘 아픈가

2016.04.25 09:02:29 호수 0호

크리스티안구트 저 / 부키 / 1만4800원

신경과 의사이자 의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구트 박사. 그도 어느덧 40대 초반에 접어들었다. 잘나가던 20대 시절에는 혈관에서 젊은 피가 아무런 방해 없이 팽팽 돌았고, 피부는 탱탱했으며, 두뇌는 탁월한 학습 능력을 자랑했다. 새벽까지 술을 마셔도 푹 자고 일어나면 몸이 거뜬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호시절은 지나갔다. 힘, 정력, 지력은 어느새 쑥 빠져나가 버리고, 휴일이 되어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해가 지날수록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질병이 하나씩 추가되리라. 그래서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현대 의학의 신조에 따라, 마흔 넘은 사람들이 으레 겪는 통과 의례, 바로 건강검진을 거치기로 마음먹는다.
박사는 가정의를 찾아가고, 상담을 해 주던 의사는 운동 습관이라든가 흡연 여부 등을 캐묻다가 기어이 식생활에서 문제점을 찾아낸다. 스테이크 옆에 딸려 나오는 야채들을 장식품으로만 여기는 데다 아침마다 빈속에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들이붓는 행태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식의 잘못된 음식 섭취를 계속하면 나중에 나이 들어 표시가 나는 법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불안감에 위축된 박사는 추가로 대사 이상 검사에 심장 검사, 전신 내시경 검사까지 받기로 동의한다. 검사를 받은 날 저녁, 해방감에 잠시 시름을 잊고 기름진 피자에 와인을 거푸 마시고 있노라니 양심의 가책이 슬금슬금 밀려온다. 오랜 구습이 미처 떠나기도 전에 다시 찾아온 셈이었으니 말이다. 결국 다음 날 아침 숙취에 절어 늦잠을 자고 만 구트 박사에게 문득 회의가 든다. 앞으로 정말 이 모든 재미를 포기하고 살 것인가? 평생 수도사처럼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가?
40대 초반에 접어들 무렵, 젊은 시절에 비해 체력과 지력이 점점 고갈되어 간다는 것을 느끼고 건강검진을 받기로 마음먹은 크리스티안 구트 박사. 그는 사뭇 압박적인 상담과 검사를 거치던 중 문득 유한한 삶을 온통 건강과 젊음에 대한 집착에 쏟아 붓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하는 회의를 품게 되었다. <나는 왜 늘 아픈가>는 그런 고민을 시작으로 이 모든 사안을 비판적으로 따져 여러 가지 취재와 조사, 내적 성찰에 매달려 완성한 책이다.
젊음을 되찾기 위해 안티에이징 시술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붓는 할리우드 연예인, 건강 정보를 찾아다니느라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사실상 큰 효과도 없는 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책임하고 경솔하다며 겁을 주는 언론 등을 등장시키면서, 건강에 대한 광기와 허세, 과장과 맹신이 가득한 이 사회를 조롱한다.
저자는 이미 충분히 건강하지만 더욱 건강해지고자 기를 쓰면서 삶에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건강’이라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되찾기 위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