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배짱상속 전말

2016.01.18 09:42:53 호수 0호

아무 눈치 안 보고 금수저 대물림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사조그룹의 배짱상속이 도마에 올랐다. 회장 장남이 왕좌에 다다랐는데 그 과정이 석연치 않다. 편법을 썼다는 의혹이 짙다. ‘배째라’식의 사조 후계작업을 도려냈다.



사조그룹에 3세 시대가 열렸다. 주인공은 주진우 회장의 장남 주지홍 상무. 주 상무는 지난 6일 그룹 식품총괄본부장에서 사조해표 상무이사로 승진했다.

애지중지 회사 키워

올해 39세(1977년생)인 주 상무는 연세대 사회학과와 미국 미시건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외국계 컨설팅업체 베어링포인트에 재직하다 2006년 사조인터내셔날에 입사했다. 이후 사조해표 기획실장, 경영지원본부장, 식품총괄본부장 등을 지냈다. 기존 사조산업 기획팀에서 전담했던 M&A 등 그룹의 미래 신성장 사업을 맡아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에 들어갔다.

주 회장은 이미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해 경영승계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지난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 지분을 주 상무 쪽에 몰아준 것. 방법은 이랬다. 주 상무의 사조산업 지분은 3.87%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주 회장은 직접증여 대신 간접증여를 택했다. 계열사간 지분 정리를 통해 주 상무가 최대주주(39.72%)인 사조시스템즈를 지배구조 정점에 올려놨다.

사조시스템즈는 주 회장이 지난해 8월 사조산업 주식 50만주(약 330억원)를 넘긴 데 이어 지난해 12월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해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 사조산업 지분 18.75%를 보유한 2대주주(주 회장 19.94%)로 등극했다. 그 밑으론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체제가 구축됐다. 주 상무가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사조그룹 경영권을 확보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의 후계작업은 거의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제 주 회장의 최종 사인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문제는 주 상무의 승계 발판인 사조시스템즈의 ‘과거’다. 지워지지 않는 내부거래 흔적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 덕분에 사조시스템즈가 지주사 자리에 오를 수 있었고, 결국 주 상무의 승계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내부거래 자회사를 대부분 정리한 다른 기업들과 달리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건물 관리와 경비업, 전산업무업 등의 용역사업을 하는 사조시스템즈는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대표적인 회사다.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사조시스템즈는 합병 전인 2014년 매출 126억원 중 71억원(56.5%)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황태자 승진…승계 발판도 마련
일감 몰아주기로 지주사 만들어
전형적인 편법…변칙 증여 완성

그전엔 더 심했다. 2013년 특수관계사들이 사조시스템즈에 밀어준 매출 비중은 92%에 달했다. 총매출 76억원에서 70억원이나 됐다. 2012년에도 매출 70억원에서 64억원이 계열사에서 나와 내부거래율 91%를 기록했다.

사조시스템즈에 합병된 사조인터내셔널도 사정은 마찬가지. 2014년 매출 192억원 가운데 189억원(98%)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사조 계열사들은 ▲2010년 48%(매출 487억원-내부거래 234억원) ▲2011년 52%(543억원-283억원) ▲2012년 61%(507억원-307억원) ▲2013년 76%(370억원-280억원)의 일감을 사조인터내셔널에 몰아줬다.
 

사조인터내셔널은 고등어, 오징어, 청어 등 수산물 도매업체였다. 선박용 비품 및 농수축산물 도매업 등도 했다. 두 회사는 사실상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였다. 2014년 말 기준 사조시스템즈는 주 상무가 51%, 주 회장이 11%의 지분을 소유했다. 사조인터내셔널도 주 상무 47.28%, 주 회장 20.35% 등 개인 지분이 70%에 달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지주사로 올리는 전형적인 편법상속”이라며 “정부가 칼을 빼 들었지만, 사조 일가는 오너곳간 채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변칙적인 승계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주 회장에겐 승계 작업이 다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두 아들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사조그룹에 따르면 주 회장의 차남 제홍씨는 2014년 7월 판로개척을 목적으로 출장을 떠나 러시아 극동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한 호텔 9층 객실에 투숙했다.

그는 이날 오전 12시께(현지시간) 호텔 식당에서 출장 동료, 현지 지사 직원 등과 식사 이후 객실로 들어간 뒤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제홍씨가 객실 창문을 여는 과정에서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추락한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주 회장은 부인 윤성애씨와 사이에 두 아들(지홍-제홍)을 뒀다. 변을 당한 제홍씨는 연세대 체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평소 남자답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주 회장의 애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해병대 출신으로 수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후문이다. 정확한 입사 시기는 확인되지 않지만 회사 일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사망 전까지 사조시스템즈 지분 53.3%를 소유한 최대주주였다.

아들 입속에 ‘탈탈’

주 회장과 그의 가족들은 제홍씨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아들을 가슴에 묻은 주 회장의 마음고생은 말로 헤아릴 수 없었다. 한동안 아들 얘기만 나오면 눈물부터 흘렸다는 후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 아들이 한 명 뿐인 주 회장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그래서 더 마음이 급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진우 회장은?

고 주인용 사조그룹 창업주의 2남3녀 중 장남인 주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1978년 부친이 갑자기 뇌내출혈로 타계하면서 가업을 승계하게 됐다.

그의 나이 29세 때였다. 급거 귀국한 주 회장은 직원 6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수산업을 시작했다. 이후 2004년 사조해표(구 신동방)와 2006년 사조대림(구 대림수산), 2007년 사조오양(구 오양수산)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작은 수산업체에서 종합식품 전문기업으로 변모했다.

주 회장은 정치를 공부한 만큼 '금배지의 꿈'을 간직하다 1996년부터 8년간 15·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경북 고령·성주)을 지내기도 했다. ‘외도’를 끝낸 그는 2004년 사조그룹 회장으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2007년 17대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주 회장은 이듬해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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