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줄줄 엮인' 터널공사 비리 백태

2015.12.22 12:47:31 호수 0호

혈세 빼돌리는 수법도 가지가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전국 터널공사 현장에서 공사자재를 설계량보다 적게 시공하거나 공사 기법을 조작하는 수법 등으로 공사비를 빼돌리는 행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공사는 대부분 대형 시공업체가 수주하기 마련. 몇몇 대형 시공업체가 국민 혈세로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시공업체 A사는 지난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강원도 대관령터널 굴착 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비 71억원을 과다 청구했다. 설계도에는 A사가 공사를 맡은 원주∼강릉 구간에 최신 굴착공법을 사용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A사는 공사비를 더 챙기기 위해 훨씬 값싼 공법을 택했다. 최신 공법에 필요한 비싼 자재들을 전부 사용한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자재를 절반 가까이 줄여 공사한 것이다.

공법 조작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공사비 빼돌리기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9월 말까지 7개월 동안 고속도로·터널·철도 등 전국 64개 주요 공사 현장을 대상으로 ‘터널분야 부패실태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총 9개 공구에서 자재 누락, 공법 조작 등의 수법으로 관련 공사비 수백억원을 과다 청구한 사실을 적발했다. 올해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이 발주한 고속도로·철도 터널공사 시공업체들이 부당하게 빼돌린 금액은 91억원에 이른다. 부정·비리 사실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추가로 지급됐을 45억원까지 합하면 모두 136억원 규모다.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설계보다 적게 투입하거나 값싼 공법을 이용한 뒤 공사비를 과다 청구하는 등의 수법을 썼다. 주요 적발 사항은 ▲공사 자재 (락볼트) 부족 시공 ▲비싼 설계상공법 대신 값싼 공법으로 시공 후 공사비 차액 편취 ▲비싼 전자뇌관 수량을 부풀려 공사비 과다 청구 ▲미시공 공사비의 기성금 수령 등이 있다.


특히 공사비 편취 사례 대부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철도노선 구간에서 적발됐다. 철도 건설 현장의 소음·진동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무진동 바위파쇄나 전자발파 등 공사비가 비싼 최신 공법으로 설계한 뒤 실제로는 다단발파 등 상대적으로 값싼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하거나 설계변경 과정에서 전자뇌관 수량을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공사비를 빼돌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울산포항 복선전철 ㅇ공구를 시공한 B사는 경북 경주 인근 입실터널 종점부를 굴착하면서 설계상 특허공법인 ‘수퍼웨지’(무진동 바위파쇄) 공법이 아닌 다단발파 공법으로 발파·굴착하고도 일부 구간만 다단발파로 시공한 것으로 속여 공사비 차액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례가 적발됐다.

수퍼웨지 공법의 경우 ㎥당 공사 단가가 20만원이지만 다단발파 공법은 4만원대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B사는 공법 굴착구간은 177m인데, 이중 37m만 다단발파로 시공해 공사비 4.7억원을 점감했다. 발주처를 속이고 공사비 20억원을 편취한 셈이다.

2013년 성남여주 복선 전철 ㅇ공구를 시공한 C사도 마찬가지다. C사는 경기도 성남시 인근 도심 굴착구간 220m 중 일부 구간만 수퍼웨지 공법으로 굴착하고, 나머지는 공사비가 싼 공법으로 굴착하고 설계대로 전체 구간을 수퍼웨지 공법으로 시공한 것처럼 위장해 공사비 11억을 과다 수령했다.

대형 시공사 공사비 편취 적발
9개 공구서 140억원 과다 청구

공사자재를 부족하게 시공한 경우도 있다. 2012년 경 울산포항고속도로 ㅇㅇ공구를 수주한 D사는 터널 지보재인 락볼트(갱도를 지지하기 위해 암반 내에 뚫은 구멍에 꽂아넣어 사용하는 자재)를 부족하게 시공했다. 설계 및 기성 수량인 7만5000여개보다 3만1000여개 부족한 4만4000여개만 구입. 하도급업체에 지급하여 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공사 기성금은 설계수량대로 전액 수령하여 17억원을 편취했다.

공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성비를 과다 청구하기도 했다. 강원도 강층철도 ㅇㅇ공구를 시공한 E사는 대관령터널을 굴착하면서 설계내역상 반영된 선대구경 보링(다단발파, 전자발파 등 공법으로 발파시 소음 및 진동을 줄이는 공법) 공법으로 1275m굴착했다. 하지만 E사는 1375m를 시공한 것으로 속여 공사기성금 11억원을 과다하게 청구했다.

권익위는 이번 점검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제도상 문제점들을 관계기관과 함께 개선할 계획이다.

공사현장에서 사용하는 화약 취급 장부의 보존기간은 ‘기입을 완료한 날로부터 2년간’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터널공사 등 토목공사가 통상 5∼10년간 비교적 장기간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기간 설정의 실효성이 없어 ‘해당 공사구간의 준공 후 1년’등으로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시행령」의 관련규정을 제도개선 권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화약류는 관리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공사 현장에서 사용되는 여러 종류의 화약과 뇌관의 종류와 용도를 좀 더 세밀하게 구분하여 관리할 수 있도록 위 법령의 관리 서식도 함께 개선하도록 경찰청에 권고하기로 했다.


터널의 안전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락볼트 등을 설계대로 시공하지 않는 수법이 세금계산서·거래명세서·송장 등을 쉽게 위변조하여 속일 수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앞으로는 세금계산서의 서식란에 ‘제출처’등 항목을 신설하고, 발주기관의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명기하도록 하여 발주기관이 공사현장의 세금계산서를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현행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상 세금계산서 서식 일부를 개정하는 내용을 국세청에 권고할 예정이다.

그밖에 발파 소음 및 진동으로 인한 민원 발생 원인이 터널 굴진시 시험발파를 실시하지 않았거나, 시험발파를 실시한 경우에도 발파 제원보다 화약량을 임의로 늘린데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현장의 소음진동계측 방법의 개선과 함께 관련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국토교통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권고했다.

자재 누락

권익위 관계자는 “그간 여러 경로를 통해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터널공사 구간의 공사비 빼먹기 실태가 이번 조사를 통해 일부 사실로 밝혀졌다”며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건설 비리는 반드시 추방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 수수료’ 아시아드CC 비리 

부산시 출자기업인 아시아드CC 전 대표가 측근을 통해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건네받고, 부산시민공원 건설을 담당하던 4급 공무원이 건설업자에게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가 쇠고랑을 찼다. 

검찰은 6개월간의 수사 끝에 7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드CC의 김모 전 대표는 2012년부터 2년 동안 코스관리 용역업체 N사로부터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4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측근을 N사의 아시아드CC 현장소장에게 보내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N사가 부담해야 할 코스관리비용 1억900만원을 아시아드CC에 전가했고 회사자금 7100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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