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연정국악원 수상한 채용 내막

2015.12.07 09:53:02 호수 0호

합격자 정해놓고 들러리 세웠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 상임 무용단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사전 내정설이 돌던 A씨가 최종 합격을 하면서 ‘낙하산’의혹이 불거졌다. 연정국악원 단원은 지방공무원법에 의거해 공무원이다. A씨가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높은 사람이 A씨를 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하 국악원) 안팎에서 돌았던 루머다. 그런데 이 루머가 지난 11월23일 현실이 됐다. 이번 연정국악원에서 단 한명만 뽑은 무용수가 바로 루머의 주인공인 A씨였기 때문이다.

어머니 입김? 

애초 공개채용 직전부터 A씨의 내정설이 돌던 탓에 대전 무용계는 이번 채용이 ‘낙하산’이라고 단정하는 분위기다. 국악원 관계자는 “채용비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공정한 절차에 채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가 낙하산 논란에 휘말린 배경에는 몇 가지 정황과 이유가 있다. 일각에서는 그 중심에 A씨의 어머니가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어머니는 연정국악원 무용 단원 출신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대전 무용계서 발 깨나 넓은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어머니는 국악원 안무자·악장 등과도 친분이 있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에서 무용을 전공한 관계자는 “A씨 어머니 인맥은 대전 무용계에서 닿지 않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낙하산이 의심스러운 또 다른 대목. 지난해 연정국악원에서 한 공연이 열렸다. 공연에는 A씨와 그의 부모가 함께 출연했다. 온 가족이 시립 무용단 공연에 출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A씨 아버지의 경우 무용과 전혀 무관한데도 공연에 설 수 있었던 점은 의문이다. 

평소 A씨 어머니와 친분이 있던 안무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무자는 자신의 학원생을 대거 출연시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제 제기를 하자 국악원은 “연주단을 관리하는 기관으로써 책임을 통감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재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앞으로 철저한 단원교육을 하겠다”고 해명한 바 있다. 
 

A씨는 이 공연을 기점으로 국악원의 객원 무용수로 활동하게 됐다. 객원 무용수는 기업으로 보면 회사 인턴이나 마찬가지다. 당시에도 일각에선 “A씨 어머니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겠냐”고 수군거렸다. 

한국 무용을 전공하고 있는 재학생들은 “시립 객원 무용수는 스펙”이라며 “(무용가) 지망생이라면 객원은 큰 경험이다. 누구나 하고 싶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요즘 같은 취업난에 기업 인턴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게 객원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정식 오디션도 거치지 않고 국악원 객원 무용수로 들어갔다. 국악원은 A씨에게 객원 활동을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악원 예술단장은 “예술계는 실력 있는 친구들을 추천받아서 객원 무용수로 쓴다”며 “극단에서 객원 무용수를 공개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객원 무용수를 공개채용 하는 극단이 어디 있냐”고 되물었다. 

그의 말과 달리 국립발레단이나 서울시무용단은 객원무용수를 매번 공개채용한다. 특정 인맥이나 불공정한 방법으로 채용되는 낙하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국악원 예술단장은 A씨를 객원 무용수로 뽑은 것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A씨는 국악원 안무자의 학원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무용계 관계자는 “안무자는 수석단원에게 A씨 레슨을 맡겼다”며 “그 수석단원도 안무자, 악장과 함께 출퇴근하면서 그 자리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공개채용 전부터 특정인 내정설
설마설마 했는데…루머 현실로?
 

국악원의 채용 합격 기준을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또 있다. 통상적으로 예체능은 실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비율로 따지면 8:2 정도다. 국악원 역시 1차 실기 80점, 2차 면접 20점으로 분배했다. 


그런데 2차 면접 전형 요강을 보면 ‘해당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 및 자세 등 5개 평정 요소 적격성 종합평가’라는 대목이 있다. 이 5개 평가 요소를 ‘상·중·하’로 나뉘는데, 이중 위원 과반수가 2개 항목 이상 ‘하’를 평정할 경우 불합격 된다. 이런 면접 방법은 올해 공무원시험 면접이 강화되면서 바뀐 체계다. 
 

무용계 종사자들은 이런 면접체계가 실정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관계자는 “이것만 보면 실기가 아닌 면접이 당락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아무리 실기를 잘해도 ‘하’를 과반 이상 받으면 불합격이다. 몸으로 보여주는 무용수에게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면접 당시 악장이 심사위원으로 들어온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전에는 관장이 주관하던 면접을 악장이 주관한 것이다. 악장이 면접을 주관하지 않았던 이유는 연주자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심사의 형평성 유지와 불필요한 잡음을 배제하기 위해 채용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악장은 A씨 어미니와 친분이 있을 뿐만 아니라, A씨가 국악원 객원 무용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A씨와도 안면이 있다. 

이번 국악원 채용에 참가한 한 응시자는 “당시 내정설이 돌아 설마했다. 설마가 현실이 됐을 때 응시생으로서 그 박탈감과 열패감은 말할 수가 없다”며 “금수저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는 딸의 채용 논란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전 바닥이 좁고, 아내가 또 무용을 해서 그쪽 분야에 아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게 아이(A씨)의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그 자리는 누가 합격해도 말이 나올 자리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응시생들 부글부글 

국악원이 이번에 채용한 인원은 6명뿐(대금2, 소금1, 피리1, 거문고1, 무용1)이다. 아직까지 무용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 채용 관련 잡음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유독 무용 부문에서만 뒷말이 무성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1981년 대전시에서 창단한 시립 국악연주단체다. 지방정부 최초로 수립된 시립전통음악기관으로서 전통음악의 올바른 계승을 위해 설립됐다. 연정국악원은 1만2000여권의 도서와 3300여 점의 음반이 소장되어 있는 자료실을 시민에게 상시 개방하여 전통음악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국악기를 직접 소개해주며 궁중음악·민속음악·창작음악 등을 들려주는 찾아가는 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연간 100여회 이상의 다양한 정기·상설·기획음악회, 매년 개최되는 시민을 위한 국악강습회, 미국·일본·프랑스·호주·중국 등지에서의 해외초청공연을 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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