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48)이성만 아람에스알아이 대표

2015.11.30 17:28:42 호수 0호

부동산 회사 차렸다가 '쪽박'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 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48화는 235억4700만원을 체납한 이성만 (주)아람에스알아이 대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홈페이지 '데이터개방' 항목에서 ▲통신판매사업자 ▲선불식할부거래사업자 ▲다단계판매사업자 ▲방문판매사업자 ▲전화권유판매사업자의 상호, 대표자 이름, 영업 현황 등을 통합 공개하고 있다. 국민들은 공정위가 공개한 자료를 믿고 이들 업체와의 거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관련 자료를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상영업?

(주)아람에스알아이는 공정위가 공개하고 있는 항목 가운데 전화권유판매사업자로 등재돼 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37-16번지를 주소지로 기재한 (주)아람에스알아이 대표는 이성만씨다. 이씨는 국세청과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이씨는 지난 2012년 국세청 발표에서 신규 명단공개자 가운데 체납액 기준 상위 여덟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발표에서 상위 10위에 랭크된 인물은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으로 확인된다. 이씨는 서울시가 2014년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서도 체납액 기준 14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순위에서 이씨 바로 위인 13위는 '기획부동산 대부'로 알려진 김현재씨가 차지했다.

그런데 (주)아람에스알아이는 공정위 홈페이지상 정상영업 중(?)이다. 2002년 8월21일부터 '정상영업'이란 표시가 선명하다. 연락처로 기재된 '02-512-XXXX'으로 전화를 걸자 A한의원으로 연결됐다. 이씨는 한의사도 아니었을 뿐더러 한의원은 TM(텔레마케팅)이 허용되는 사업영역이 아니다.


이씨가 대표로 있던 또 다른 회사는 (주)태영티에프에스다. 2004년 1월9일 개업한 (주)태영티에프에스는 같은 해 12월31일 폐업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공정위 홈페이지에선 폐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연락처로 기재된 '02-515-XXXX'로 전화를 걸자 한 시중은행 지점으로 연결됐다. 해당 은행과 (주)태영티에프에스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도 없었다. 주소지로 기재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215-17번지에서도 (주)태영티에프에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주)태영티에프에스는 김모씨가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부동산 회사다. 토목공사를 주된 사업 영역으로 적시했지만 실제 입찰 기록은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국세청은 (주)태영티에프에스의 소유자가 이씨라고 봤다. (주)태영티에프에스는 2004년부터 법인세를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21억100만원이다. 국세청이 고지한 최종 납부기한은 2009년 11월26일까지였다. 서울시는 (주)태영티에프에스의 대표로 김씨를 지목했다. (주)태영티에프에스는 2010년 1월부터 지방소득세를 체납했고, 체납한 세금은 2억600만원이다.

(주)아람에스알아이의 법인 체납 기록은 없다. 이씨 개인 앞으로 부과된 국세 및 지방세 기록만 확인된다. 이씨는 2004년부터 종합소득세 등 10건의 국세를 체납했다. 체납한 세금은 204억1100만원이다. 이씨는 2008년 8월부터 지방소득세 등 5건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 서울시가 거둘 세금은 8억2900만원이다.

서울시 10억3500만원 
국세청 225억1200만원
기획부동산 청산 "환수 어렵다"

(주)아람에스알아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한 빌딩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7월에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1주당 금액을 5000원으로 책정한 (주)아람에스알아이는 자본금 5000만원짜리 중소 부동산 회사였다.

사업 목적을 보면 ▲부동산 매매업 ▲부동산 임대업 ▲분양대행업을 적시했다. 2002년 7월19일에는 통신판매업을 신규 사업 영역으로 등기했다. 이는 (주)아람에스알아이가 전화권유판매사업자로 분류된 원인이다.

이씨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아파트를 2002년 6월26일 자신의 주거지로 기재했다. 1998년 12월4일 동거인 정모씨가 매입한 해당 아파트는 2008년 2월27일 B씨에게 3억7500만원에 매매됐다. 이후 정씨는 경기 수원으로 이사했으며, 이씨는 서울 송파구 쪽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현재 이씨는 서울 한 원룸텔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 실패한 그에게서 세금을 받아낼 방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주)아람에스알아이는 상법에 따라 해산절차를 밟았다. 2007년 12월5일 해산 간주 처리된 (주)아람에스알아이와 관련한 자료는 전무한 상황이다. (주)아람에스알아이는 2010년 12월3일 청산종결된 것으로 간주됐다.


부동산 매매 및 임대, 전화권유판매를 결합한 형태의 영업은 이른바 '기획부동산'으로 불린다. 삼흥그룹 대표인 김씨가 창시한 것으로 알려진 기획부동산은 부동산 판매에 텔레마케팅 기법을 더한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개발 호재가 있다"라며 땅을 사라고 부추긴 뒤 매매 과정에 부동산업체가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생긴 차익을 남기고 남은 돈은 다시 부동산에 투자한다.

사실 (주)아람에스알아이가 설립된 2002년은 부자들 사이에서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기 시작한 때이다. 김대중정부 말기 조짐을 보이던 부동산시장 과열은 노무현정부 들어 정점을 찍었다. 당시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부동산에 투자해 집값, 땅값을 끌어올렸다. (주)아람에스알아이의 체납 세금은 이 같은 부동산 투기에 편승한 결과물로 풀이된다.

답답한 것은 관련 세금이 부동산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반대급부라는 것이다. 특히 개발 없는 매매 및 임대만으로 수익구조를 설계한 (주)아람에스알아이는 (주)태영티에프에스와 함께 부동산시장의 어두운 그늘을 드러냈다.

또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체납 세금을 환수하기 어려운 까닭에 전체 추징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받기 어려운 세금은 '결손' 처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 걸림돌이다. 결손 처리라 함은 각 세무서장 또는 시도 지방자치단체장이 부과한 세금을 징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때 납세 의무를 소멸시키는 행정 처분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돈이 없는 체납자에게 부과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이다.

부동산 투기

하지만 결손 처리는 행정상 이득과 별개로 조세 형평성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양날의 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타 지자체에 비해 환수율이 낮은 것은 결손 처리를 안 하고 끝까지 세금을 받아내기 때문인데 중앙(정부)에서는 환수율로 트집을 잡는 경우가 많다"라며 "결손 처리를 하더라도 5년 내에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처분을 취소할 수 있는 만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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