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흐지부지 ‘수입차 봐주기’ 논란

2015.11.30 10:57:07 호수 0호

큰소리치더니…외제차 눈치 보나

[일요시사 경제팀] 박민우 기자 = 정부가 수입차 업계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탈세와 보험료 문제를 바로 잡겠다던 의지는 온 데 간 데 없다. 헛발질만 하는 모습. 이러다 흐지부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경기불황에도 수입차 비중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 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불티나는 수입차
사상 최대 판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19만6543대로, 이미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섰다. 올 수입차 판매량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19만6359대)보다 20% 가까이 성장한 23만5000대로 역대 최대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차 점유율은 15.8%. 20%선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내년엔 올해보다 8.5% 증가한 25만5000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협회 측은 “다양한 차종, 뛰어난 성능, 매력적인 디자인, 비교적 저렴한 가격 등이 수입차의 인기요인으로 꼽힌다”며 “특히 주요 소비층이 20∼30대로 올라선 것도 수입차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잘나가는 수입차 시장.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형 악재가 돌출했기 때문이다. 바로 탈세 논란이다. 관련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등 정부와 정치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수입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무용 차량은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따라 차량 가격은 물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를 5년간 무제한으로 사업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오너나 그 일가, 또는 경영진이 고가 수입차를 회사 명의로 구입해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데 있다. 대부분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 명의로 수입차를 구매한 뒤 개인용도로 타는 것은 결국 세금 탈루란 지적이다.


정부는 서둘러 보완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업무용 차량 관련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고가 업무용차의 무분별한 세금 탈루행위를 막기 위해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만 가입하면 저가차에서부터 수억원대의 고가차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경비처리를 허용하는 게 골자. 그러나 허술하기 짝이 없다. 개정안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 실효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다음은 업계에서 논란 중인 업무용차 관련 정부수정안 문제점이다.

업무용차 과세강화 수정안 ‘허점투성이’
과세실효성 의문·조세형평성 문제 여전

▲수억원대 업무용차 방치 = 기획재정부가 국회 조세소위원회에 제출한 업무용차 관련 수정법안은 차값과 유지비 전액 경비처리가 가능한 현행법과 사실상 다른 점이 없다. 따라서 고가 업무용차를 악용한 세금탈루와 조세형평성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점은 기존에 차량구입비에 대해 5년 만에 전액 경비처리가 가능했던 것을 연간 1000만원씩 차값 전액 공제하는 것에 불과하다. ‘무늬만 회사차’라고 불리는 수억원대의 업무용차는 여전히 수천만원의 세혜택을 기존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세법은 5년째 되는 해에 1억원 전액 경비처리가 되고 세감면은 매년 836만원씩 5년간 총 41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안대로 개정되더라도 매년 1000만원씩 경비산입이 허용되고, 10년째 되는 해엔 현행과 동일하게 41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수정안은 차량 가격에 따라 경비로 산입하는 기간만 추가로 늘어났기 때문에 무늬만 회사차로 불리는 수억 원대 회사차의 세감면 혜택은 기존과 동일해 서민납세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조세형평성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눈가리고 아웅
일단 내고 보자

▲너무 적은 한도설정 = 수정안은 매년 1000만원씩 경비처리가 허용되기 때문에 차량가격 5000만원까지 현행과 완전히 동일하게 세감면을 받을 수 있다. 과세 실효성이 거의 없어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에서 주장했던 3000만원 한도설정 입법안을 무색케 할 정도다. 6000만원 차량은 6년, 7000만원 차량 7년, 8000만원 차량은 8년으로 연장돼 기존과 별반 차이 없이 세감면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수정안은 고가의 무늬만 회사차에 대한 세감면 혜택은 그대로 둔 채 제공기간만 늘린 것이어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수정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납세자 입장에서는 업무용차 1대에 대해 차값의 감가상각 종료시까지 장부상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과세실효성도 없이 납세자 부담만 증가시킨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무늬만 회사차의 세금탈루를 해결하려면 업무용차 구입비와 유지비에 대해 일정금액을 한도로 비용인정 한도가 설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용처리를 제한하면 한도를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선 자동적으로 소득·법인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애초 취지대로 업무용으로 적합한 차량을 보호하는 동시에 업무용으로 부적합한 고가차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7∼11월 발의된 5개의 업무용차 관련 입법안들은 별도 예외 규정 없이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해 3000만∼4000만원의 비용인정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윤호중 의원은 구입비에 대해 3000만원까지,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은 4000만원까지,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구입비와 유지를 합쳐 5000만원까지만 경비처리를 허용하는 소득·법인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다.

▲허위기재 뻔한 운행일지 = 정부 수정안은 현행법 대비 세감면 혜택을 받는 기간만 연장된 것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늬만 업무용차 규제를 위해 정부가 새로 추진하는 것은 운행일지 작성 밖에 없는 셈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운행일지는 업무용차의 사적사용 방지에 관한 규제”라며 “일반 서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수억원대 업무용차에 과도한 세제혜택이 제공되는 조세형평성 문제는 전혀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운행일지를 통한 과세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과세당국이 수백만 대에 달하는 업무용차의 운행일지 허위기재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행정력과 비용이 필수적인데다, 더 큰 문제는 사업주가 작정하고 허위 기재한 것을 과세당국이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업무용차의 업무상 사용과 사적 사용의 구분이 모호하고,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출퇴근까지 업무로 간주하기 때문에 운행일지 허위기재가 매우 쉽다. 당연히 운행일지를 매일 기록하지 않고 주1회 또는 월1회 기록해도 인정해주는 운행일지는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적 사용에만 초점 = 정부 수정안은 업무용차 문제를 사업주의 사적사용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도대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이 넘는 고가의 승용차가 필요한 업무가 무엇인가’라는 의혹과 함께 업무용으로 보기 힘든 억대 고급승용차의 구입비와 유지비를 전액 경비 처리해 세금을 탈루하는 것이다. 사적사용 여부보다 업무용차로 적합한 통상적인 가격 수준이 얼마냐가 더 중요한 대목이다.

규제 없는 규제
행정·비용 낭비

서민들을 분노케 한 이유는 사업주 또는 사업주 가족이 단순 출퇴근용이나 개인사용 목적으로 억대의 고급차를 사용하면서 거액의 세금감면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비롯한 급여소득자들은 세감면 혜택 전혀 없이 전적으로 개인비용으로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다. 납세 관계자는 “정부는 단지 업무용차의 사적사용 여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업무용차 가격이 일반 서민납세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통상적인 수준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경비인정 한도 설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마찰은 핑계 = 정부는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해 경비산입 상한액 설정이 어렵다고 한다.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게 그 이유인데, 이 논리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재임 당시 한·EU FTA 및 한·미 FTA 재협상을 주도한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은 업무용차 비용한도 설정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통상마찰 우려를 일축했다. 김 의원은 “배기량과 차량가액에 따른 손금산입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외산을 불문하고 모든 차량에 적용될 손금산입 한도를 설정하는 것은 정당한 조세정책으로서 기 발효된 FTA 협정의 위반 여부를 논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대당 비용한도 설정이 미국 및 EU와 체결한 FTA 협정 위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과 관련해 “자동차 교역 자유화와 같은 취지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FTA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전문가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최근 WTO 판례 등을 종합하면 고가의 국산차가 많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3000만원 상한선 설정이 국산차를 보호하기 위한 사실상의 차별조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메르세데츠 벤츠코리아 디미트리스 실라카스 사장의 발언. 그는 지난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적으로 이용한 회사차에 한국 정부가 과세하려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 재수정 요구 ‘퇴짜’
“너무 복잡…다시 가져와”

▲다른 나라 사례는? = 주요 선진국 경우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한 비용한도 설정과 운행일지 작성 의무화를 통해 탈세를 방지하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는 예전부터 고가 업무용차의 세금탈루 문제가 사회이슈가 돼 업무용차 구입비에 대해 비용인정(경비처리) 상한액을 설정하고 있다.

캐나다는 합리적 기준을 벗어난 고가 업무용차량에 대한 경비처리를 제한하기 위해 1989년에 경비상한액 설정을 도입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 상한금액은 2만달러, 현재는 3만달러다. 호주 역시 1999년 도입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독일도 세무조사시 해당 업종의 평균적인 업무용차 가격수준과 자사 이익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차를 업무용차로 구입하면 평균수준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선 경비로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정부 수정안은 국회에서 퇴짜를 맞은 상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여론에 밀려 내놓은 업무용차 과세강화 관련 법안을 수정해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조세소위는 재수정을 요구했다. 주요 이유는 고가의 업무용차에 부여되는 과도한 세제혜택을 방지할 수 있는 차량 1대당 구입비 및 유지비에 대한 비용한도 설정 없이 과세 실효성 없는 안을 가져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탈루 못 막아”
입법안서 후퇴

조세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수정해서 가져온 안이 너무 복잡하다”며 “구입비와 유지비를 포함해 대당 비용인정 한도를 설정해 단순화시켜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또 대당 비용한도를 설정하면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정부 의견에도 “통상마찰이 없는데 왜 통상마찰을 주장하느냐”며 수정안을 돌려보냈다.


<pmw@ilyosisa.co.kr>


<업무용차 과제관련 법안발의 현황> 입차 보험료 개선안 {허점}
고가차 할증만 있고 저가차 할인은 없다

금융당국의 수입차 보험료 개선안을 두고 저가차 역차별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가입자간 형평성을 도모하기 위해 고가차량의 자차보험료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고가차량 관련 자동차보험 합리화’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엔 ‘고가차의 자차보험료 인상’도 포함됐다. 수입차를 비롯한 고가차량은 사고시 지급 받는 수리비가 많은 반면 납입하는 보험료는 이보다 적어, 고가 수입차 수리비를 저가차 운전자가 낸 보험료로 보전하는 식이었다.

개선안에 따르면 전체 차량 평균 수리비를 100%으로 보았을 때 차종별 수리비가 120%를 초과하면 ‘고가수리비 할증요율’을 신설·적용해 초과비율에 따라 자차보험료를 3∼15% 더 부과하도록 했다. 특별요율이 신설되는 고가차엔 수입차 40개 모델, 국산차 22개 모델이 포함됐다. 특별요율이 적용되지 않는 저가차에는 국산차모델만 280개가 포함됐다. 수리비가 비싼 고가차는 대부분 수입차, 수리비가 싼 저가차는 전부 국산차였다는 얘기다.

수리비 대신 부담…역차별 여전
“수입차주에 싼 보험료만 받아”

그러나 개선안은 평균수리비를 초과하는 고가차량에 대한 특별할증(3∼15%)만 있다. 평균보다 수리비가 적게 드는 저가차량에 대한 특별할인은 없다. 결국 자동차보험사 수익만 불리는 보험료 인상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가차와 저가차간 보험료 역차별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보험료 현실화를 통해 보험료 인하를 기대했던 저가차 운전자들의 불만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국산차 운전자는 7조2398억원을 보험료로 납입하고, 차량 수리비와 렌트비로 4조4481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수입차 운전자는 자동차 보험료로 9241억을 납입하고 보험금으로 1조2369억원을 받았다.

개인으로 따지면 국산차 운전자는 55만5000원을 보험사에 내고 34만1000원을 수리비로 지급받았다. 반면 수입차 운전자는 105만3000원을 내고 141만원을 지급받아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회사 입장에서 보면 국산차 운전자 계정에선 1인당 최대 21만4000원의 흑자를 낸 반면 수입차 운전자 계정에서는 1인당 최대 무려 35만6000원의 적자를 본 것이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3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수입차 보유자는 국산차 보유자들로 하여금 더 비싼 보험료를 내게 만드는 ‘나쁜 외부성’을 가져다주는데 현행 보험료는 이 점을 무시하고 수입차 보유자에게 싼 보험료만을 받고 있다”며 “대물배상과 관련해 국산차와 수입차를 구별하지 않는 현행 보험료 구조는 불공평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수입차 비중이 높아질수록 사고 한 건당 지급되는 평균 보험금이 커지고, 보험회사는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킬 것”이라며 “보험료 인상분은 전적으로 수입차 보유자가 져야 할 부담인데도 현행 보험료율 구조에서는 국산차 보유자도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고 현행 자동차보험료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민>


<2014년 국산·수입차 납입보험료와 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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