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청와대 차출설 '소문과 진실'

2015.10.19 11:09:00 호수 0호

대구 총선 협상용 카드 만지작?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대구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관련해 '청와대 차출설'이 돌고 있다. 김 전 청장 본인은 '차출설'을 부인한 가운데 소문의 진위 여부와 '차출설'이 퍼진 배경 등을 살펴봤다.



박근혜정부는 정권 출범 후 여러 차례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부터 이완구 전 국무총리까지 청와대의 인사 검증은 실책을 거듭했다. 최근 두 청와대 참모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이들 후임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청와대발 인사 논란이 재현될 수 있어서다. 지난 5일 사의를 표명한 두 공무원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박종준 경호실 차장이다. 민 대변인과 박 차장은 각각 오는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자 윤곽
아직 안갯속

경호실 차장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는 청와대 대변인 쪽이 높다. 반면 내부 직급상 청와대 대변인은 경호실 차장보다 아래다. 청와대 대변인은 고위공무원 가급(1급 상당)이고, 경호실 차장은 차관급이다. 대변인은 홍보수석(차관급)의 지휘를 받으며, 차장은 경호실장(장관급)의 지휘에 따른다.

민 대변인의 공백은 김성우 홍보수석이 메꾸고 있다. 후임자 윤곽은 안갯속이다. 박근혜정부는 윤창중·김행 전 대변인 등 예상 밖 인사로 언론의 예측을 뒤집은 바 있다.

이번 정부에서 누가 인사를 좌우하는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면접도 없이 청와대 비서실로부터 내정 당일에야 인사를 통보받는 경우도 있었다. '밀실 인사' '수첩 인사'란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반면 경호실 차장은 주력 후보군이 일찌감치 형성돼 관심을 끈다. 이달 초 청와대 안팎에선 소위 '김용판 차출설'이 힘을 받았다. 내용의 핵심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신임 대통령 경호실 차장(혹은 경호실장) 자리를 놓고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김용판 차출설'은 대구지역 총선 공천, 검찰총장 인사, 경찰청장 교체설 등과 맞물려 소문을 키웠다.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경호실 차장 후보로 김 전 청장과 구 청장을 물망에 올렸다. 전임자인 박 차장은 경찰대 출신으로 경찰청 차장을 지낸 뒤 2013년 6월 경호실 차장에 내정됐다. 때문에 후임자 역시 경찰 간부 출신이 내정될 것이란 '추측'이 돌았다.

신임 경호실 차장 김용판·구은수 경합
김 "사실무근…(유권자) 심판 받을 것"

박 차장의 사임을 전후로 추측은 구체화됐다. '김용판·구은수 경합설'이 나왔다. 지난 9일 경찰 관계자는 "그 건으로 설왕설래 말들이 많은데 두 후보가 경합 구도인 것은 맞다"라며 "구체적으로 '누가 될 것인지' 아는 사람은 있어도 인사 문제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 역시 같은 날 "두 후보가 경합 중"이라고 확인했다.

김 전 청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영남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 행정고시에 합격했고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충북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2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에는 이른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은폐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 전 청장은 박근혜 대통령 선출을 위해 수사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올 1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법원은 '김 전 청장이 대선에 개입할 의도가 없었고, 수사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라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합 후보로 알려진 구 청장은 충북 옥천 출신으로 충남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서장, 서울지방경찰청 101경비단 단장, 충북지방경찰청장 등을 거쳐 2013년 1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에서 근무했다. 재직 당시 직책은 사회안전비서관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측은 "인사와 관련한 내용은 박 대통령께서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 없다"라면서도 "그런 얘기(김용판·구은수 경합설)가 두 달 전쯤 나왔던 것은 들어서 알고 있다"라고 했다. 또 청와대 측은 "지금은 잠잠해진 얘기"라며 "그 실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경호실 차장에
경찰간부 물망

당초 김 전 청장의 '청와대 차출설'은 사정라인과 몇몇 언론 등에 퍼졌다. '역정보'일 가능성을 배제하면 김 전 청장이 구 청장보다 앞선 후보군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실제 차출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이 현재 대구에서 총선을 준비 중인데 청와대로 갈 경우 선거를 포기해야 한다"라며 "실장이면 모를까 차장으로 가는 것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월 대구로 내려간 뒤 '총선 전초기지'인 달구벌문화연구소를 개소했다.

김 전 청장도 청와대보다는 지역에 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3일 기자와 통화한 김 전 청장은 "어디서 그런 말(차출설)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청와대로 간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전화를 받은 적도 없고, 갈 생각도 없다. 내 마음은 굳혀졌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출사표를 던진 지역구(대구 달서구을)에는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공천을 받기 위해 경합 중이다. 윤 의원은 김 전 청장과 같은 경찰 치안정감 출신이다.

김 전 창장 외에 출마를 검토 중인 후보로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태용 대구시당 대변인, 정의당 이원준 전 대구시당위원장이 있다. 하지만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김 전 청장의 거취는 새누리당이 어떤 후보를 공천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당 공천이 변수
검찰 인사 촉각

구 청장은 경호실 차장 외에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된다. 올해 안에 조기 승진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된다. 강신명 경찰청장이 총선을 앞두고 사임하면 그 자리를 꿰찰 것이란 게 소문의 요지다. 그러나 강 청장은 '내년 8월로 예정된 임기를 마치겠다'라며 총선 출마와 관련한 여러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다음 달 마무리될 검찰총장 인사가 변수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이 임명된다면 강 청장의 입지는 지금보다 좁아질 것이란 게 주된 예측이다. 강 청장과 김 청장은 나란히 대구 청구고를 졸업했다. 기수상으로는 강 청장이 후배다.

이른바 '강신명 교체설'에 힘을 싣는 이들은 '검·경의 수장을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로 앉힐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지난 14일 법조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어차피 김수남, 박성재(현 서울중앙지검장)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라며 "출신 고교보다는 TK(대구·경북)로서 얼마만큼 (정권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청와대 출신' 경찰청장 후보 1순위
'회전문 인사' '보은 인사' 논란 불가피


구 청장이 차관급인 경호실 차장 혹은 경찰청장으로 승진한다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경찰로 돌아온 구 청장은 전임인 강 청장에 이어 '청와대 출신 서울청장'이란 '승진 공식'을 만들었다.

강 청장 역시 이번 정부 들어 대통령비서실 사회안전비서관을 역임했으며,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장에 올랐다. 특히 구 청장이 경호실 차장으로 발탁된다면 2년 사이 청와대→경찰청→청와대를 오가는 꼴이 된다.

믿는 사람만…
인사 돌려막기

김 전 청장의 경우는 '보은 인사' 논란이 불가피하다. 비록 무죄는 확정됐지만 18대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 직후인 12월16일 밤 11시 국정원 수사결과를 공표한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법원조차 김 전 청장의 무죄를 인정하면서 판결문을 통해 "발표 시기와 내용에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판시했다.

현재 김 전 청장은 이 같은 논란을 스스로(총선) 극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청와대 차출설'에 대해선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는 종종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은 바 있다. 미국에서 돌아온 박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총장 후임 루머
실세 비호설 & 호남 배척설

차기 검찰총장 선임을 위한 후보자 인선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유력 후보군을 둘러싼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내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근거 없는 루머'는 검찰 내부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몇몇 언론에 떠돌았던 유력 후보 A검사와 관련한 '야당 의원 접촉설'은 전후관계가 뒤틀린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언론에는 A검사의 딸이 최근 한 대기업에 입사했으며, 이를 야당 측이 문제 삼으려 하자 A검사가 술자리를 찾아가 읍소했다는 식의 소문이 돌았다.

정치권 확인 결과  A검사는 당일 야당 의원의 부름을 받고 접촉했지만 딸과 관련한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검사의 딸은 그가 검찰 고위직에 오르기 전 대기업에 입사했다. 이날 만남에서도 딸과 관련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루머에서 야당 실세로 지목된 의원은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다.

A검사와 관련한 두 번째 소문은 정권실세 비호설이다. 이는 경쟁후보인 B검사가 정권 눈 밖에 난 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식의 소문과 대비되며 주목받았다. 그러자 A검사 측은 "B검사가 정보를 흘리고 있다"라며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동시에 'B검사가 후배 공을 가로챘다' '총장 승진에 눈이 멀었다' 등의 루머가 교차됐다.

한편에선 A검사, B검사 모두 검찰 인사에서 호남권 검사를 배제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경쟁 후보인 C검사와 관련해서도 정권실세 친분설이 끊임없이 전파된다.

문제는 외부인 어느 누구도 이 같은 루머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또 내부 정보의 특성상 '특정 정보'가 왜곡된 형태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루머가 돌면 돌수록 각 후보자의 리더십이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때문에라도 차기 검찰총장 선임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법무부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후보자 선정에 착수했다. 추천위 위원장에는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이 위촉됐다.

이밖에 안세영 경제·인문사회 연구회 이사장,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비당연직 위원에 선임됐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홍복기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내정됐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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