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전문가 윤재호와 함께 알아보는 경매 정복기<36>

2010.07.27 11:10:37 호수 0호

위험한 장사가 많이 남는다고?

고수익을 얻으려면 그에 못지않게 위험이 따르는 ‘투자방안’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은 불황의 시대인 요즈음도 계속되고 있다. 투자의 시대에는 수익과 위험의 상관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경매는 수익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위험도 높다. 따라서 경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위험을 얼마만큼 제거하는가 여부가 성패를 가름한다고 봐야 한다. 

함정 물건 만나면 투자원금 까먹는 경우 발생
위험을 얼마만큼 제거하는가 여부가 성패 좌우

법원경매 투자에서 특히 가장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할 것이 있다면 권리 상 하자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함정 있는 경매물건을 만나게 되면 투자원금마저 까먹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경매의 특성이다. 아무리 값싸게 낙찰 받았더라도 인수해야 할 권리가 발생하거나 포기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는 탓이다.

‘나는 새’도
떨어졌다



가끔 10년 넘게 경매투자만 전문으로 했던 고수들도 경매물건 중에 함정에 빠지기 쉬운 숨은 권리관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등기의 ‘공신력’을 인정하지 않고 ‘공시력’만 인정한다는 점에서 등기부등본 상 권리관계 파악을 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매입문자를 비롯해 어지간한 경매 전문가라고 할 지라도 매각(낙찰)으로 등기상에서 무조건 소멸되는 권리관계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 ‘가처분’이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라면 선순위 ‘가처분’과 더불어 매각(낙찰)으로 소멸되지 않고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후순위 ‘가처분’이 매각으로 소멸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 부담되어 결국 소유권의 절반을 상실하게 된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박모씨의 실제 사례를 알아보자.

자칭 경매 전문가인 박씨는 경매 입문 10년차다. 그간 수많은 낙찰사례와 컨설팅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1997년 ○○은행을 퇴직하고 퇴직금과 모아둔 여유자금을 합한 5억원의 자본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경험부족 등으로 회사를 설립한 지 채 2년도 안되어 부도의 쓴맛을 보게 됐다. 

그로부터 재기를 위해 절치부심하기를 2년. 우연한 기회에 대학에서 운영 중인 경매교육 과정을 마치고 나서 박씨의 인생행로는 반전이 시작됐다. 10년 전 사실상 무일푼으로 경매를 시작했으나 지금은 순 자산이 20억원을 상회하는 자산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는 분명 경매로 성공신화를 창조한 사람 중의 하나다.

하지만 얼마 전 박씨는 경매입문 10년 만에 처음으로 권리분석을 잘못하고 낙찰 받은 물건으로 인해 큰 낭패를 보게 됐다. 2007년 4월말, 박씨는 인천지법 한 경매계에서 진행된 인천 중구 운남동 소재 전 120㎡(18.5평/공유지분)에 응찰을 결심했다.

이 물건은 각각 감정가 1800만원과 2000만원에 불과한 비교적 소액 물건이었다. 처분에 제약이 불가피한 지분물건이지만 2004년에 감정 평가되어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우량물건이었다.

더구나 이 물건의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확인해 보니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의 시가화예정용지로 편입돼 2006년 말 수용보상이 예정되어 있어 환금성이 보장된 물건이었다.

등기부 상의 권리관계를 살펴보니 1순위로 저당권 및 지상권이 설정되고 나서 2순위로 처분금지 가처분이 기입되어 있었다. 2순위 가처분은 선순위 가처분과 달리 매각으로 무조건 소멸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른 권리관계도 잘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앗! 소유권
절반 상실 웬 말?

드디어 입찰일. 그간의 오랜 경험상으로 볼 때 본건이 상당한 우량물건이어서 다수의 경쟁이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이 날 입찰은 두 물건이 한 사건이었지만 물건번호를 달리해 개별입찰로 진행됐다.

그는 이런 관계로 ‘전’은 최저입찰가보다 190만원을, ‘대지’는 최저입찰가보다 330만원을 각각 올린 금액으로 응찰했다. 개찰 결과 각각 4명과 6명이 응찰했으나 두 물건 모두 최고가매수인은 불과 10만원 미만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모두 박씨 차지였다.

순간 입찰 법정에서는 감탄의 탄식 소리(?)로 가득했다. 그간 수많은 입찰사례가 있었던 박씨. 하지만 이처럼 근소한 차이에 성공한 경우는 처음이었던지라 그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박씨는 ‘전’의 경우 매각허가 결정조건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했기 때문에 즉시 관할 관청인 인천광역시 경제자유구역청을 방문했다. 당시 박씨는 세대원 전원이 1000㎡(302.5평) 미만이어서 농지자격증명신청서 작성 시 취득 목적을 ‘주말농장용’으로 해서 비교적 손쉽게 기한 내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 받을 수 있었다.

그 뒤 무사히 매각허가결정에 이어 항고기간이 지난 후 잔금을 납부하고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친 박씨. 연말에 나올 수용보상금의 수익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여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영종지구 보상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관할 등기소에서 한 통의 등기우편물이 도착했다. 우편물의 내용에는 박씨가 취득한 지분면적 중 각각 1/2에 해당하는 지분면적의 소유권이 판결에 따라 상실됐다는 것이다.

경매 진행여부 확인은 ‘하루 전에 반드시 해라’
‘가처분’은 조심 또 조심, 자칫하면 떠안을 수도

즉시 등기부등본을 발급 받아보니 사실이었다. 그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용을 알아보니 이 물건은 원래 지금은 사망한 정모씨의 소유로 생전에 1순위로 전체 면적에 대해 채권자 이모씨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후 2순위로 역시 채권자 이모씨 명의의 처분금지가처분 등기가 경료됐었는데 이후 소유자 정모씨의 사망을 원인으로 그의 처와 자식들에게 상속등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상속받은 한 사람의 지분에 대해 그 이후에 다른 채권을 원인으로 해서 채권자 송모씨가 본건에 대해 강제경매에 부친 것이었다.

박씨는 경매 낙찰에 따른 소유권이전 등기 시 법무사를 통해 분명히 전체 지분에 대한 가처분 중 본인 지분에 대해서는 말소등기를 완료한 바 있었다. 하지만 가처분권자인 이모씨는 그동안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가처분)에 대한 정식 재판(본안소송)에서 경매 사건의 채무자 겸 소유자 지분 중 1/2에 해당하는 소유권을 넘겨주라는 원고승소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본 소유권이 경매 매각으로 이미 제3자인 박씨에게 이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말소된 가처분에 대한 대항력이 없는 관계로 그는 본인의 아무런 귀책사유도 없이 판결에 따라 낙찰 받은 지분 중 각각 1/2에 대한 소유권을 잃게 된 것이다.
후순위가처분이라도 매각으로 소멸되지 않는 권리인지 여부를 반드시 입찰 전 확인해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값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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