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레이더> 박용성 의심스런 이유

2015.04.27 10:34:50 호수 0호

툭하면 막말…뻑하면 사퇴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두산가 박용성씨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자신의 막말이 ‘제2의 조현아’사태로 확산될 기미를 보이자 서둘러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과연 진정성이 있는 것일까. 과거 사례로 가늠해봤다.

 


박씨의 막말이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 21일.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중앙대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발단이 됐다.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다.”

진정성 있나
 
박씨는 이날 바로 꼬리를 내렸다. 중앙대 이사장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 회장과 대학체육회 명예회장 등 맡고 있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중앙대와 관련해 일어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는 게 사퇴의 변. 더 구체적으로 막말 이메일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제2의 조현아’사태를 우려해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떠났다.
 
사실 박씨의 막말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재계에서 ‘미스터 쓴소리’라 불릴 정도로 그동안 거침없는 발언을 마구 쏟아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논란이 일었다.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말들은 다음과 같다.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1998년 그룹 구조조정 당시)
▲“기업들이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 경영을 해도 괜찮다”(2001년 6월 관훈클럽 간담회)
▲“추락한 일본 모델을 답습한 한국을 본받지 말라”(2002년 3월 중국 푸단대 강연)
▲“첨단병을 앓고 있는 한국기업들은 들쥐떼 근성을 갖고 있다”(2002년 3월 포스코 특강)
▲“조용한 아침의 나라? 요즘은 분란이 많은 나라!”(2002년 6월 월드비즈니스)
▲“아들딸을 요직에 앉히고 경영권을 주면 망하기 딱 십상”(2002년 9월 대한상의 기자간담회)
▲“돈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나. 그런데 쓰는데 익숙한 정치인과 관료들은 항상 쓸 궁리만 한다”(2002년 12월 언론 인터뷰)
▲“386세대는 경제공부를 안 한 것이 아니라 경제감각이 없는 것”(2004년 7월 최고경영자대학 간담회)
▲“이상한 법(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뒤 나라 경제가 엉망이 됐다. 억지로 막으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2004년 11월 서울대 강연)
▲“대학은 문제 많은 집단으로 강성노조보다 더하다”(2010년 6월 중앙포럼)
 

박씨가 히든카드로 꺼내든 사퇴도 처음이 아니다. 대기업 경영인으로서 위기 때마다 제 발로 떠났다. 그랬다가 사태가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다시 발을 들여놓곤 했다. 
 
‘참수 이메일’ 파문…결국 물러나 
사건만 터지면…비슷한 행보 반복
 
박씨 등 두산가 형제들은 1991년 페놀 사태 당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페놀 사태는 두산전자 구미공장에서 페놀 원액이 새어 나와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대구의 수돗물을 오염시킨 사건.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였다. 벼랑 끝에 내몰린 두산그룹은 전면적인 전문경영인(CEO) 체제를 선언했지만, 불과 2년 뒤 두산가 형제들은 다시 그룹을 장악했다.
 
시민단체들은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성토했으나, 박씨 등은 당당하게 그룹 정문을 통과했다. 두산 측은 “오너일가의 복귀는 대주주로서 책임을 지기 위한 것”이라며 “각 부문별 전문경영인들이 실질적인 경영을, 오너일가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만 맡을 것”이라고 항변해 빈축을 샀다.
 
2005년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물론 박씨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두산그룹은 그해 ‘형제의 난’으로 쑥대밭이 됐다. 이후 흐트러진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오너들의 회장직 사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의 수습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당시 두산그룹을 이끌던 박용성·박용만 형제는 동반 사퇴했다. 두산그룹은 오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 CEO를 영입했다.
 
이도 잠시. 형제의 난을 일으킨 고 박용오 전 회장이 영구 퇴출되는 등 사태가 잠잠해지자 박씨 형제들은 경영복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횡령과 분식회계 관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받은 박씨는 2007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경영 보복을 넓혔다. 두산중공업 회장과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또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박씨의 막말은 사퇴로 수습하기 어려울 만큼 비난 여론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엔 복귀가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의 이번 사퇴를 두고 검찰 수사 피하기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박씨는 MB정부의 중앙대 특혜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중앙대 총장 출신인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교육부에 외압을 행사해 특혜를 주고받은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씨가 모든 실무를 위임받았던 사실을 확인, 직접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소환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박씨도 위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과거를 보니…
 
이 와중에 중앙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박씨를 고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참수 이메일’관련 협박과 모욕 혐의로다. 박씨는 이래저래 ‘검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모양새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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