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체 예다함 '이상한 광고' 논란

2014.12.22 10:03:49 호수 0호

월 1만6000원만 내면 된다더니…

[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사랑하는 가족이 갑작스럽게 떠난다면? 남아있는 사람은 장례를 준비해야 하지만 밀려드는 슬픔에 경황이 없다. 그래서 생겨난 게 상조회사의 상조서비스다. 상조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상조회사는 범람했다. 상조회사는 너 나 할 것 없이 광고·홍보에 사활을 걸었다. 자연스레 부작용이 속출했다. 최근 과도하게 장점만 부각하는 한 상조회사에 대한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주인공은 교직원공제회 자회사 더케이라이프의 상조서비스 '예다함'이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음 소식이 많이 들린다. 겨울철 기온이 1도 떨어지면 일일 사망자수는 1.35%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로 추운 날씨는 건강에 '적신호'다. 겨울철 상조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이유다.

국내 상조회사는 1980년대 초 부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확산됐고 상조회사들은 자신들의 상조서비스를 알리는 데 온힘을 기울여 왔다. 인터넷은 물론, TV, 지하철, 터미널, 신문, 잡지 등 주변 어느 곳에서나 상조회사를 홍보하는 광고를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상조 광고 봇물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조 서비스 가입자 수는 378만명으로 작년보다 10만명 증가한 수치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상조 서비스수는 1500개를 넘어섰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불만도 급증했다. 환급 관련 피해가 주를 이뤘고 위약금, 고비용, 추가비용, 부당 서비스에 대한 피해 사례도 끊임없이 증가했다. 원인은 상조회사들의 과장·허위 광고에 있었다. 소비자들이 상조회사의 '장점'만 드러낸 광고에 속고 있다는 얘기다.

이달 초 TV 채널을 돌리던 김모씨는 눈에 확 들어오는 문구를 발견하고 채널을 넘기려던 손을 멈췄다. '한 달 1만6000원으로 150회 납입하면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예다함의 홈쇼핑 광고였다.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터라 항상 상조서비스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예다함 홈페이지에 접속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려 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는 해당 상품이 없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홈쇼핑 상품은 고객 부담을 줄여드리려고 특별히 기획된 상품으로 전담 부서에서 계약 진행을 도와드린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같은 홈쇼핑 광고를 본 장모씨도 타 상조회사보다 저렴하고 미니전기밥솥과 도마 3종, 조리기구 4종, 도자기 8피스, 찜솥 등의 사은품까지 증정한다는 문구를 보고 가입문의를 하던 중 화면을 통해 순식간에 지나가는 작은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전체금액 480만원 중 50%인 240만원은 월납으로, 나머지 50%는 장례진행 후 납입'이라는 내용이었다. 장씨는 "하마터면 속을 뻔 했다"고 전했다.
 

해당 홈쇼핑에서 예다함은 월 1만6000원을 150회 납입하면 장례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만기를 채웠다 하더라도 장례진행 후 나머지 240만원을 일시불로 결재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은 작은 글씨로 나와 있고 방송에서 설명되지 않을뿐더러 2초 만에 화면에서 사라진다.

교직원공제회 상조사 신규고객 유치 꼼수
사은품·광고비 끼워 넣고 "거품 뺐다"

방송이 끝난 뒤 해당 상품 관련 사항을 확인할 수도 없다. 예다함이 정식으로 제공하는 상조서비스는 '예다함 330' '예다함 390I' '예다함 460I' '예다함 680' '제주 예다함' '현장가입 360' 등 6개 상품이다.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한 상품도 6개가 전부다. 480만원짜리 상품은 없다.

고객센터에서는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480만원짜리 상품 구성은 홈페이지의 460만원짜리 상품과 구성이 비슷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 상담원은 "다만 고객의 가족이 많지 않을 경우에는 330만원이나 390만원짜리 상품을 가입하는 게 유리하고 가족이 많을 경우에만 460만원 이상의 상품을 가입하는 게 좋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상담원의 안내는 예다함 홈쇼핑 광고에서 설명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가장 비슷한 가격인 '예다함 460I'는 매장형 기준으로상품금액은 466만6000원이다. 120회 납입 기준 월 납입액은 3만8890원, 150회 납입일 경우에는 3만1110원이다. 화장형일 때는 가격이 약간 낮아진다. 차액은 약 14만원. 사은품 값이다. 고객센터에서도 "차액에 대한 부분은 사은품과 광고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인정했다. 결코 저렴한 상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홈쇼핑 광고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고객환급의무액, 중도해약환급금에 대한 환급기준 및 환급시기 등 약정 관련 사항 안내 하단에는 해당 상품 판매원을 '㈜미래와행복'이라는 회사명과 함께 서울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일반전화번호가 등장한다.
 

상단의 080으로 시작하는 가입전화로 전화를 걸면 ㈜미래와행복 상담원이 전화를 받는다. 예다함 대표번호인 1566-6644로 전화를 걸어 홈쇼핑 상품을 문의하면 '해당 상품은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며 서울지역번호로 시작하는 일반전화를 안내해준다. ㈜미래와행복 전화번호다.

㈜미래와행복은 스스로를 예다함이라고 칭하고 있다. 예다함의 홈쇼핑 상품과 관련된 문의와 계약진행을 대행하는 회사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예다함은 "고객들의 월납입금액을 줄여주기 위해 마련한 특별 상품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예다함 관계자는 "고객이 전화로 해당 상품을 문의할 경우 자택이나 직장으로 자세한 내용이 담긴 서류를 보내주고 상품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고 비교할 수 있는 기간을 약 2주 정도 부여하고 있다"며 "장례발생 시 50%를 일시 납입한다는 내용이 짧게 지나가는 것은 시간이 정해져 있는 홈쇼핑 광고의 특성 때문이지 소비자를 속이려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수상한 전담 부서

예다함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지난 2009년 9월 자본금 500억원을 출자한 상조회사로 상위10대 상조업체 중 하나다. 자본금만큼은 여타 상조회사 중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하지만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신의진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예다함은 자본잠식상태다.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8개 자회사 중 6개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등 방만 경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자회사별 자본잠식률은 더케이서드에이지가 177.4%로 가장 심각하고 더케이교직원나라 75.6%, 더케이호텔앤리조트 52.9%, 더케이예다함상조 43.4%, 더케이소피아그린 40.1%, 더케이손해보험 5.1% 등이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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