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에 이상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연초부터 건설사들이 초비상을 걸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 바로 부도괴담 때문이다. 현재 괴담의 확산지는 사채시장이다. 회사명과 구체적인 자금 악화 규모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괴담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주가 폭락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부도괴담에 대해 살펴봤다.
A건설…유동성 위기에 급여 지급 못하자 부도설 모락모락
‘3월 부도설’에 휩싸인 D건설 유포 범인 색출 “우린 아냐”
부도괴담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주택건설 업체 A건설이다. 업계에 따르면 A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50위권에 진입한 중견 건설업체다. 한 때 아시아를 무대로 공격 경영을 펼쳤던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A건설이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 100억원 단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타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7개월째 임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미지급 급여 규모도 총 130억원에 달한다.
A건설은 워크아웃 중(?)
지난해 12월에는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에 대주단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채권단은 지난달 20일경부터 회계법인을 통해 실사중이며 결과에 따라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A건설은 현재 국내 8곳 사업장 중 3곳이 이미 사고 사업장으로 지정됐으며 다른 2곳도 사고 사업장으로 예고돼 있다.
A건설의 ‘부도설’이 업계에 퍼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이 회사 대표가 전격 사임하면서부터다. 게다가 이 회사 노조가 그룹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의 사임과 함께 법정관리를 공식 요구하면서 위기설이 더욱 확산됐다. A건설이 이처럼 위기에 처한 데에는 국내 미분양과 해외사업 성과 부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2조원 규모의 해외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던 이 회사는 한 은행의 보증 거부로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본격적인 사업 진행을 못하고 있다.
체불 임금이 원인이 돼 보증서 발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결국 사업 자금의 투자와 수익이 반복되지 못하자 유동성 자금에 발목을 잡혔다. A건설은 업계 일각의 부도설에 대해 ‘부도 위기는 없다’는 입장이다. A건설 한 관계자는 “정부의 보증서 발급 등 정책적 지원만 수반된다면 자력으로 자금 유동성 악화에 대한 사태수습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현재 중동지역 신도시 건설사업 중 상당 지분을 한국 업체에 매각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반박했다.
유동성 악화로 부도 위기에 놓인 건설사는 A건설 외에도 여럿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앙아시아에서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였던 지방 중견건설사 B건설은 분양 악화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아프리카 등 해외 사업 진출에 활발했던 C건설 역시 유동성 위기 악화와 함께 최근 주가에 폭격을 맞았다. 뿐만 아니다. 정부의 공공공사 수주에 열을 올려온 일부 건설사들도 최근 들어 수익성 악화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부도괴담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재정적으로 튼실한 일부 건설사들이 흉흉한 소문에 의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D건설이 대표적이다. D건설은 최근 증권가에 ‘3월 부도설’이 퍼져 속병을 앓았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D건설이 갑자기 어려워져 3월경 부도를 맞는다’는 내용의 위기설이 번지면서 투자자들의 항의 문의가 잇따른 것. 이 같은 부도설은 건설사의 주가 급락으로도 이어졌다.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D건설은 근거 없는 루머를 퍼트린 유포자 색출에 나섰다. 그 결과 일부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3월 위기설’을 집중적으로 퍼트린 2~3개의 아이디가 있음을 확인했다. D건설 관계자는 “회사 이미지 하락 및 투자자들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힌 이들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며 “지난해 기준 약 3조원의 수주 잔고가 있으며 수주가 임박한 국내외 프로젝트 등이 있어 경영실적은 점차 더 호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D건설 악성루머에 ‘발끈’
E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넘어 매각설에 휩싸인 경우다. 업계에 따르면 E건설은 ‘분양 수익금을 회사가 만져보지도 못하고 전액 채권은행이 관리 중이다. 워크아웃이나 다를 바 없는 상황으로 채권단이 인수자를 물색 중이다’ 등의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E건설은 뜬금없는 매각설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에서 번지고 있는 부도괴담은 유동성 위기설부터 매각설까지 다양하다”며 “이런 ‘카더라’ 통신이 자칫 건실한 건설사의 경영에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