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청호나이스 ‘돈놀이하는 회장님’

2014.07.14 11:14:16 호수 0호

사채 하는데 자랑스런 대한국민?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청호나이스의 '돈놀이하는 회장님' 편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청호나이스 직원에게 다짜고짜 물었다. "사내에서 말 못하는 금기어가 뭐냐"고. 그랬더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돈놀이하는 회장님"이란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되물었다. "장난 하냐"고. 곧바로 돌아온 답변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쏠쏠한 벌이

정휘동 청호나이스 회장의 개인회사가 도마에 올랐다. 바로 동그라미대부. 사명 그대로 대부업체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재계 오너가 대부업체를 끼고 있는 것 자체가 논란거리다. 게다가 쏠쏠한 수입까지 챙겨 말들이 많다.

2010년 8월 자본금 6억원(현재 20억1500만원)으로 설립된 동그라미대부는 신용대출 등을 하는 여신금융업, 즉 대부업체다. 강남구 대치동에 사무실이 있다. 직원(상시종업원)은 모두 20명.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그라미대부는 지난해 말 기준 정 회장이 지분 99.26%(4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정 회장의 개인회사인 이유다. 나머지 0.74%(3000주)는 청호나이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석호 사장이 갖고 있다.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의 직함을 맡고 있지 않다. 대신 측근들을 배치했다. 정 회장의 동생 정휘철 부회장과 이 사장이 사내이사로 있다. 청호나이스 계열사인 엠씨엠 이기형 대표는 감사를 겸직 중이다.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설립 이후 4년간 27억원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

재계 오너가…개인 대부업 논란
설립 이후 4년동안 27억원 수익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동그라미대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배당을 실시했다. 1주당 2000원씩 총 8억600만원(배당성향 33.9%)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이 중 8억원이 정 회장 주머니로 들어갔다. 600만원은 이 사장 몫이었다.

동그라미대부는 매년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우선 매출이 2011년 35억원에서 2012년 7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억원, 3억원에서 15억원, 13억원으로 향상됐다. 지난해의 경우 8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0억원, 순이익은 24억원을 기록했다.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로부터 약 19억원의 이자수입도 챙겼다. 자신의 개인자금을 동그라미대부에 빌려주고 이자를 받은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그라미대부의 대출채권 규모는 약 280억원에 달한다. 이 중 214억원은 차입금이다.

돈 꿔주고 이자 받아
작년 배당까지 챙겨

124억원은 청호나이스에서, 90억원은 동그라미2대부에서 빌린 자금이다. 여기서 동그라미2대부는 정 회장을 지칭한다. 동그라미대부는 감사보고서에서 동그라미2대부에 대해 "당사의 최대주주"라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에 대해선 "당사의 최대주주가 최대주주인 회사"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지난해 1년 만기, 연리 6.9% 조건으로 90억원을 동그라미대부에 빌려주고 6억1600만원의 이자를 받아갔다. 2011년과 2012년에도 각각 89억원을 빌려준 대가로 6억2800만원, 6억5000만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268억원을 꿔주고 이자로 18억9400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청호나이스는 같은 기간 80억원, 104억원, 124억원 등 308억원을 빌려주고 6300만원, 7억500만원, 7억8600만원 등 15억5400만원의 이자를 받았다.


특이한 점은 정 회장과 청호나이스의 이자 금액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청호나이스보다 적은 돈을 빌려줬지만 이자를 더 많이 챙겼다. 그 틈은 2011년 벌어졌다.

'이상한 이자율' 비교해보니…
'청호나이스' 80억에 6300만원
'정 회장' 89억에 6억3000만원

당시 청호나이스는 80억원에 6300만원만 받은 반면 정 회장은 정상적으로 89억원에 6억2800만원을 받았다.

정 회장은 동그라미대부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11년 8월 대부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것. 동그라미대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 이때다.

정 회장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동그라미대부에 약 99억원을 대여하고 3억1414만원의 이자를 받는 등 대부업체 뒤에서 숨은 '전주' 노릇을 한 의혹을 받았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정 회장은) 회사 신규사업을 위해 대부업체를 설립한 뒤 실체를 갖추고 실질적인 영업을 했다"며 "이 업체가 대부업 등록을 한 이상 정 회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대부업을 등록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대부업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측근들 배치

정 회장은 지난해 '자랑스런 대한국민대상'과 '글로벌 경영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높이고 타의 모범이 되는 인사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그런 상을 받은 정 회장이 '돈놀이'를 하고 있다. 뭔가 좀 어색해도 너무 어색하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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