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 -삼표 ‘황태자 금고’

2014.06.16 10:32:02 호수 0호

속 보이는 뻔한 승계 시나리오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삼표의 ‘황태자 금고’편이다.

요즘 한창 말 많은 삼표그룹. ‘철피아’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그룹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뒷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황태자 금고’얘기다. 베일에 싸인 오너 아들의 회사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증여보다 싸다?
 


형 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을 대신해 부친 고 정인욱 창업주가 별세한 1999년부터 삼표그룹 경영권을 잡은 정도원 회장은 일찌감치 3세 체제 구축에 나섰다. 주인공은 외아들 대현씨. 올해 37세인 대현씨는 경영수업 중이다. 2005년 과장으로 삼표에 입사해 2009년 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이듬해 상무가 됐다. 현재 전무 직함을 갖고 있다.
 
남은 건 지분이다. 대현씨는 지난해 말 기준 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표 지분을 12.7%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83.63%. 2012년 말까지만 해도 정 회장(99.79%)이 100% 가까이 소유했었다. 대현씨의 지분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지난해다. 대현씨가 소유한 회사들이 삼표에 합병되면서 지분이 생겼다.
 
그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대현씨는 골재회사 대원과 물류회사 삼표로지스틱스 등 계열사를 거느렸다. 우선 사실상 개인회사인 삼표로지스틱스를 키웠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서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대부분의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매출 대비 내부거래율이 매년 80∼9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금액은 1000억원대에 달했다.
 
삼표로지스틱스는 계열사에서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렸다. 그러다 지난해 대원에 흡수합병 됐고, 대원은 다시 삼표에 흡수합병 됐다. 이렇게 대현씨는 삼표 지분을 갖게 됐다. 앞서 삼표그룹은 삼표를 통해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상태였다. 
 
그룹 측은 “계열사 간 흡수합병과 지주사 전환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업계에선 경영승계를 대비한 조치란 분석이 나왔다.
 

대현씨로선 갈 길이 멀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그래서인지 또 다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그룹 ‘우산’아래에 들어가 있지 않은 대현씨 개인회사는 10여개에 달한다. 
 
계열사 일감으로 몸집 키워 삼표에 합병
회장 외아들 지분↑…나머지도 작업 중?
 
이 중 신대원과 삼표건설을 주목할 만하다.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대현씨가 ‘대권’을 잡을 때까지 버팀목 내지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황태자 금고’로도 불린다.
 
대원은 지난해 11월 삼표에 흡수되면서 신대원을 분할했다. 골재 제조·판매가 주요 사업인 신대원은 대현씨가 지분 77.96%로 최대주주. 그의 누나 지윤·지선씨도 지분(각각 11.02%)이 있다. 100% 오너회사인 신대원은 삼표기초소재(69.29%)를 비롯해 유니콘(50.5%), 홍명산업(69.03%), 당진철도(100%), 양주아스콘(50%), 타워레미콘(24.39%) 등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매출 구조다. 신대원은 지난해 매출 95억원 가운데 65억원(68%)을 삼표산업(32억), 유니콘(18억원), 삼표(13억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골재, 채석, 고철, 장비 등을 거래했다.
 
분할 설립되고 2달 만에 올린 매출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엔 수백억원대로 늘 것으로 관측된다. 당연히 내부거래가 그만큼 많아질 게 뻔하다.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덩치도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현재 신대원의 총자본은 282억원, 총자산은 680억원이다.
 
신대원 자회사들도 만만치 않다. 삼표기초소재도 안정적인 계열사 지원 덕분에 급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설립 이후 2010년 228억원, 2011년 544억원, 2012년 880억원, 지난해 953억원 등 매년 매출이 늘었다. 계열사 일감 때문에 가능했다. 이 기간 내부거래 금액도 78억원(매출의 34%), 233억원(43%), 421억원(48%), 457억원(48%)으로 불어났다.
 
사정은 삼표건설도 마찬가지다. 대현씨가 최대주주(69.99%)로 있는 삼표건설은 지난해 역시 대현씨가 대주주였던 네비엔을 흡수합병하는 등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삼표건설의 매출은 2012년과 지난해 각각 433억원, 499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내부거래액은 76억원(18%)에서 178억원(36%)으로 확 늘었다.
 
재계 관계자는 “대현씨가 소유한 회사들의 움직임은 삼표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고 단언했다. 이어 “삼표로지스틱스와 같이 내부거래로 덩치를 키운 뒤 삼표에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증여 대신 2∼3번만 합병이 반복되면 결국 그룹 경영권은 대현씨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든든한 자금줄
 
또 다른 관계자도 대현씨가 자신의 회사를 활용해 그룹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승계에 핵심고리가 될 대현씨의 회사들은 든든한 자금줄으로도 활용될 것”이라며 “계열사 지원으로 매출을 올리고 이를 토대로 배당을 받는 식으로 일종의 금고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삼표일가 화려한 혼맥
 
삼표그룹은 화려한 혼맥으로 유명하다. 정도원 회장의 외아들 대현씨는 2011년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3남)의 장녀 윤희씨와 결혼했다.
 
대현씨는 윤희씨의 오빠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상무와 친구 사이로, 두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친분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의 두 딸도 모두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있는 집’으로 시집갔다. 장녀 지선씨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차녀 지윤씨는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결혼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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