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동서·동서식품 ‘기부&배당’

2014.05.29 09:35:21 호수 0호

4258억원 벌어 98만원 나눴다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동서·동서식품의 '기부와 배당'편이다.



나눔 경영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도약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더욱이 불황인 요즘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다.

그저 돈벌이만…

'커피 공룡' ㈜동서가 덩칫값을 못하고 있다. '쥐꼬리 기부'로 빈축을 사고 있는 것. 오너 주머니는 '꽉꽉' 채우면서 기부엔 인색해 말들이 많다.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몰라'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서는 지난해 고작 98만원만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매출의 0.0002%에 불과한 금액. 순이익에 대비해서도 0.00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동서는 같은 기간 매출 4258억원에 영업이익 395억원, 순이익 960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배당금은 얼마나 될까. 이를 보면 ㈜동서가 기부에 얼마나 인색했는지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동서는 지난해 주당 550원씩 총 546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배당성향이 56.9%나 되는 고배당이다. '98만원' 기부금과 대비된다.


문제는 오너들의 '배당잔치'다. ㈜동서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일가는 배당금 366억원을 챙겼다. 최대주주인 김상헌 ㈜동서 회장(22.97%)은 126억원을 받아갔다. 그의 동생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20.05%)과 장남 김종희 전 ㈜동서 상무(9.4%)는 각각 110억원, 52억원을 수령했다.

덩칫값 못하는 '커피 공룡'
매년 '쥐꼬리 기부금' 빈축

문혜영(2.01%)·김정민(3.01%)·김은정(3.18%)·한혜연(3.23%) 등 특수관계인은 각각 11억∼18억원을 배당받았다. 특히 이들 가운데 미성년자도 눈에 띈다. 동서일가 3∼4세로 추정되는 현진·유민양(각각 0.07%)은 각각 3700만원을 챙겼다. 둘의 나이는 4세와 6세로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다.

사실 ㈜동서는 기부금에 대해 그전에도 인색했었다. 업계 1위란 명성과 어울리지 않게 '쥐꼬리 기부' '조막손 기부'란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동서는 2012년 지난해보다 더 적은 5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당시 매출 4215억원에 영업이익 397억원, 순이익 974억원 등 실적은 더 좋았다. ㈜동서의 기부액은 ▲2007년 880만원 ▲2008년 1341만원 ▲2009년 51만원 ▲2010년 601만원 ▲2011년 101만원으로 나타났다.

기부가 인색한 반면 배당은 후했다. ㈜동서는 2012년 470억원을 배당했다. 이중 315억원 가량이 오너일가 주머니로 들어갔다. ㈜동서의 배당액은 ▲2007년 235억원 ▲2008년 264억원 ▲2009년 308억원 ▲2010년 353억원 ▲2011년 397억원이었다. ㈜동서 측은 "㈜동서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부는 동서식품 등 계열사를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그룹 주력사인 동서식품은 커피믹스를 등에 업고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우선 매출이 증가 추세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6000억원대였던 매출은 2004년 7000억원이 넘더니 2005년 8000억원, 2007년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매년 늘어 2011년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단 한해도 적자 없이 1000억∼2000억원의 영업이익과 700억∼18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1년 5100억원에서 지난해 9900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3400억원이던 총자본은 7400억원으로 늘었다.

오너는 수억∼100억대 배당잔치
유치원생 주주도 수천만원 챙겨

그러나 기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6억6200만원을 기부했다. 당시 매출 1조5270억원에 영업이익 2046억원, 순이익 1693억원을 올렸다. 그전에도 비슷했다. 동서식품은 ▲2007년 5억8600만원 ▲2008년 8억4000만원 ▲2009년 9억9300만원 ▲2010년 7억4100만원 ▲2011년 6억2000만원 ▲2012년 6억4600만원을 기부했었다.

반대로 주주들에겐 막 퍼주고 있다. 동서식품은 모회사인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즈사가 각각 50%씩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회사다. 주력상품인 '맥심'브랜드는 크래프트푸즈사의 소유로, 동서식품이 빌려 쓰고 있다. 동서식품은 2008년 크래프트푸즈사와 커피(맥심·맥스웰하우스), 시리얼(포스트) 제품에 대한 상표권 사용계약을 체결하고 ▲2008년 96억원 ▲2009년 222억원 ▲2010년 239억원 ▲2011년 252억원 ▲2012년 263억원을 보냈다. 지난해엔 로열티로 261억원을 지불했다.

동서식품은 거액의 배당까지 실시하고 있다. 2012년과 지난해 각각 112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물론 ㈜동서와 크래프트푸즈사가 560억원씩 가져갔다. 동서식품은 ▲2007년 946억원 ▲2008년 1746억원 ▲2009년 980억원 ▲2010년 1100억원 ▲2011년 1100억원 등 매년 평균 1000억원대를 배당해 왔다.


2004년(배당성향 105.66%)과 2008년(123.88%)의 경우 벌어들인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주주들에게 나눠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어려운 이웃에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비판받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선 돈을 아끼면서도 오너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펑펑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조막손 기부'

㈜동서와 동서식품도 할 말은 있다. 단순히 기부액만으로 사회공헌 정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금액으로 사회공헌 여부를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사회공헌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임직원이 동참하는 적극적인 참여형 봉사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서 다른 계열사 기부&배당은?

㈜동서·동서식품 외에 다른 계열사들은 기부를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서유지는 지난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동서물산과 성제개발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부 내역이 없다.

3개사는 모두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동서유지는 100억원, 동서물산은 40억원, 성제개발은 8억원을 배당했다. 이들 3개사는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이른바 '좀비회사'로 불린다. 대성기계와 동서실업, 미가방, 동서음료 등은 공시하지 않아 기부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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