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씨앤앰 인수전 소문과 진실

2014.05.27 09:20:14 호수 0호

주인 찾기 힘든 ‘케이블 공룡’

[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수도권 최대 케이블 업체인 씨앤앰의 매각 작업이 시작됐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CJ와 SK 등 주요 인수 후보들이 발을 빼고 있고 매각 측과 인수 측 가격 차가 최대 1조원가량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씨앤앰이 '물량 밀어내기'로 공정위 조사까지 받고 있어 매각이 내년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수도권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씨앤앰의 인수·합병(M&A)전이 시작됐다. PEF(사모투자전문회사)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MKOF)는 지난해 말 매각주관사를 골드만삭스로 선정하고 씨앤앰 매각 작업을 본격 시작했다.

시작은 했는데…

MBK는 당초 지난해 초 씨앤앰 매각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SO 권역제한 규정이 예상과 달리 하반기에도 풀리지 않고 최대 원매자로 예상됐던 CJ그룹이 오너 일가의 비리와 관련해 수사를 받자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던 지난 2월6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시행됐다고 밝히면서 SO 간 M&A가 가능하게 됐고 씨앤앰은 방송시장 최대 화두로 급부상했다.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은 SO의 가입가구 수 제한을 'SO 가입가구의 3분의 1'에서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3분의 1'로 완화하고 전체 방속권역(77개) 3분의 1(25개) 초과 금지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부터 태광, CJ, SK, 롯데, 현대백화점, GS, SBS 등 잠재적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업계는 씨앤앰이 대기업에 인수되면 KT(KT스카이라이프+올레tv)와 대등한 규모의 거대 SO 사업자가 탄생해 단번에 선두권에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고 때문에 인수전에 불이 붙을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 씨앤앰은 올해 1월 말 기준 245만8884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업계 3위 사업자다.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13개 권역과 경기도 3개 권역 등 총 17개 권역에서 케이블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의 경우 씨앤앰을 인수하면 가입자 650만1464명으로 업계 1위인 KT와 비등해지고 티브로드홀딩스는 579만713명으로 단숨에 업계 2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대기업 후보들은 대부분 발을 뺐다. 현재까지 인수 의향을 내비친 곳은 태광그룹 계열 SO인 티브로드홀딩스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SBS는 기존 원매자군과 컨소시엄을 이뤄 2대주주 정도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후보들이 씨앤앰 인수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시장에서는 매각 측과 인수 측 가격차가 최대 1조원가량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MBK, 맥쿼리,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씨앤앰 주요 주주들은 씨앤앰을 인수하는 데 만만치 않은 돈을 들였다.

2008년 인수 당시 가입자 1명당 가치를 100만원 이상으로 평가, 2조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 부었다. 파는 쪽에서는 이보다 비싸게 팔고 싶은 게 당연하다. 시장은 인수예상가를 2조5000억원에서 3조원까지 전망하고 있다.

인수 후보들은 2조원도 비싸다는 입장이다. 지난 6년간 씨앤앰의 가입자당 가치가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대형 SO의 거래가는 가입자당 40만∼50만원 수준이다. "부담스럽다"는 게 인수 후보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매각가·인수가 차이 1조가량 벌어져
대기업 후보들도 슬슬 발빼는 분위기

일각에서는 씨앤앰이 보유한 17개 SO를 분할해 매각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씨앤앰은 지난 2012년 울산케이블TV를 울산지역 다른 SO에 넘긴 바 있다. 인수 후보 중 분할인수를 가장 고려할 만한 곳은 SBS다. SBS는 어차피 방송통신법상 씨앤앰 경영권 지분을 모두 인수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SBS가 씨앤앰을 인수하면 지상파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러 경로를 확보해 수익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 그렇지만 SBS 관계자들은 씨앤앰 인수에 대해 "검토한 적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도 씨앤앰의 분할매각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분할 매각의 경우 매각 대금이 씨앤앰 주주들에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울산케이블TV 매각 때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불거진 씨앤앰의 '물량 밀어내기' 의혹도 매각 절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케이블 방송사 한 관계자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인수 후보자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물량 밀어내기 의혹까지 겹치면서 매각 절차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탐나는 매물이라고 해서 이미지가 좋지 않은 회사를 어느 누가 인수하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4∼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씨앤앰 본사에 조사관들을 보내 씨앤앰 하도급 업체 일부가 제기한 '물량 밀어내기' 의혹을 조사했다. 앞선 지난해 협력업체들은 씨앤앰이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신규 가입자 유치를 강제하고 업무비용을 전가했다며 공정위에 씨앤앰을 신고했다.

당시 협력업체들은 씨앤앰이 유선통신망 설치공사와 유지보수, 철거공사 등을 위탁하면서 계약과 관계없는 신규가입자 유치 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목표 물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계약 해지 등의 협박으로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력업체들은 씨앤앰이 2010년 1월 본사 업무인 공사 스케줄 및 계약서 관리업무를 하도급 업체들에 떠넘긴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조사도 변수

이와 관련해 씨앤앰 측은 "씨앤앰과 하도급 업체들 사이에 체결한 계약서에는 마케팅 정책에 협조한다는 문구가 있다"며 "하도급 업체들에게 계약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했기 때문에 부당한 물량 밀어내기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씨앤앰은 2011년에도 티브로드, CJ헬로비전 등 5대 대형 케이블 방송사들과 담합을 통해 IPTV업체들의 방송채널 구매를 방해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19억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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