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 울리는 ‘알뜰폰’ 사연

2014.05.16 19:19:04 호수 0호

어르신 위한 효도폰? 한 달 지나니 불효폰!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최근 알뜰폰(MVNO) 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알뜰폰은 주로 음성 통화만 하고 인터넷 접속 등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아 저렴한 휴대폰을 찾는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6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 알뜰폰을 공짜폰처럼 속여 판매한 뒤 단말기 대금을 청구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효도폰’이 ‘불효폰’으로 전락한 셈이다. 알뜰폰서비스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소비자 불만도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70대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단말기가 공짜라는 판매원의 안내전화를 받고 가입에 동의하고 다음 날 휴대폰을 수령했다.

가입에 동의한 다음 달 김씨는 단말기 대금 월 3760원씩 입금하라는 요금 청구서를 받았다. 황당한 김씨는 가입 당시 들었던 내용과 다르다며 따졌지만 업체로부터 공짜폰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이후 김씨는 기기 값을 내라는 요금 청구서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로 매달 3760원을 입금해왔다.

일종의 사기

이처럼 중장년층들의 피해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3년 동안 조사한 알뜰폰 상담건수에 따르면 알뜰폰 관련 상담 건수는 2012년 184건, 2013년 372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까지 접수된 상담은 667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9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접수된 불만 사유 중 가입시 ‘공짜폰’이라고 설명해놓고 실제로는 단말기 대금을 청구한 사례(40.8%)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약정을 통한 요금할인을 단말기보조금을 주는 것처럼 홍보하는 수법이다. 가입 해지 지연·누락 또는 위약금 과다 부과(18.4%), 약정 기간·요금 상이(14.2%), 고객 센터와 연결 불편(9.3%), 단말기나 통화 등 품질 불만(5.1%)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고령층에 대한 알뜰폰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60대 이상의 불만 접수가 63%를 차지했다. 이러한 문제는 텔레마케터를 통한 알뜰폰 가입 방식에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전화 권유로 인한 가입은 불완전판매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10명 중 7명은 전화권유판매로 알뜰폰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권유판매만 71.2%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일반판매는 116건(17.4%)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대부분의 고령자들은 가입 과정이 복잡해 텔레마케터의 전화 권유 판매를 통해 알뜰폰 서비스를 가입한다. 그러나 텔레마케터의 일방적인 상품소개만 듣고 가입하기 때문에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고, 계약서상 조건과 다른 점을 인지하기 어렵다.

또 전화권유판매로 가입하게 되면 계약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입 후 단말기 대금, 위약금, 약정기간 등 주요한 계약내용이 계약 당시 설명과 다르더라도 소비자가 입증하기 어렵다.

이름이 비슷한 알뜰폰 사업자를 이동통신 3사와 착각하는 경우도 많았다. 전화를 통해 알뜰폰에 대한 가입 권유를 받았을 때 업체에 대한 정보를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SK텔링크, KT 파워텔, KT 텔레캅 등 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명칭이 유사한 업체들이 많아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3사와 동일한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실상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전혀 다르다.

따라서 전화상으로 알뜰폰에 가입했더라도 반드시 계약서를 요구하고 단말기 대금과 요금제, 계약 기간, 위약금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저렴한 휴대폰 찾는 중장년에 인기
가입 권유에 덜컥 가입했다 ‘낭패’
“공짜폰”판매뒤 단말기 대금 청구

알뜰폰은 정부가 경쟁 활성화를 위한 통신비 절감을 위해 2011년 도입됐다. 기존 통신사 요금제보다 평균 30∼40%가량 저렴한 휴대전화 요금제다. 자체 통신망이 없는 CJ헬로비전, 이마트 등 30여개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3사로부터 통신망을 도매가에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월 기본료가 3300원부터 시작해 기존 통신사에 비해 전화요금이 30∼40%가량 저렴하다.

기존의 이통사 통신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통화 품질은 이통3사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기존 이통사에 비해 단말기 라인업이 취약하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다. '갤럭시S5', '아이폰6' 등과 같은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이 아닌 저렴한 3G 스마트폰, 피처폰 단말기가 알뜰폰 시장의 주종을 차지한다.


데이터 사용요금은 오히려 이통사보다 비싸 스마트폰으로 매일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는 알뜰폰을 썼다가 더 많은 요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기 성능을 중시하는 젊은층보다는 요금에 민감하고 인터넷 접속이 필요 없는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 알뜰폰은 ‘효도폰’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효도폰’이라고 불리는 알뜰폰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지면서 ‘불효폰’으로 전락한 셈이다.

피해자만 바보

이러한 지적이 잇따르자 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는 사과 공지를 내렸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알뜰폰 소비자 상담 분석 결과와 관련해 협회 차원의 사과와 함께 조속한 대책 강구를 약속했다.

협회 측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불만 사례를 면밀히 조사 검토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겠다”며 “동일한 불만이 반복되지 않도록 알뜰폰 업체들과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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