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돈되는' 금융상품의 비밀-SC은행 마이심플통장

2014.03.28 13:49:21 호수 0호

높은 금리? 조건 걸린 ‘사탕발림’

[일요시사=경제2팀] 지속되는 금융시장의 불안 속에 자유입출금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SC(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출시한 마이심플통장이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다른 은행 예금상품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실제 마이심플통장 이자는 SC은행이 내세우는 금리 2.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SC은행(스탠다드차타드)의 주요 자유입출금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마이심플통장’이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3조원을 돌파했다. 이 상품은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도 다른 은행 예금상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SC은행은 3조원 달성을 기념해 ‘마이심플통장 2.5% 특별금리 이벤트’를 이달 말(3월31일)까지 진행한다. 이벤트 기간 동안 마이심플통장을 개설한 고객은 통장 개설 다음 달부터 한 달간 예치금액 중 300만원 초과 잔액에 대해 연 2.5% 특별금리를 받을 수 있다.

장점만 부각

다만 이러한 혜택을 받으려면 SC은행이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3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예치해야 연 2.5%이자를 받을 수 있다. 300만원까지는 연 0.01%로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다. 또한 가입 후 약정금리가 변경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조건을 잘못 이해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예컨대 350만원을 예치했을 경우 50만원에 대해서만 2.5%의 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350만원 자체에 2.5% 이자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00만원 이하의 금액을 예치했을 때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SC은행의 마이심플통장 금리는 사실상 타 은행의 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1000만원을 3개월 동안 예치했을 경우 실제 받을 수 있는 금리를 계산해보았다. 실제 받는 금리 계산을 위해 이자소득세(15.4%)는 뺐다.

1000만원을 기준으로 3개월 후 붙는 이자는 300만원 세후이자(0.01%) 63원과 700만원 세후이자(2.5%) 3만7012원으로 총 3만7075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3조원 돌파
실제 금리 2.5% 이하…5000만원 넣어야 혜택

반면 SC은행이 제시하는 조건을 배제하고 3개월 후 1000만원에 대한 순수 세후이자(2.5%)는 5만2875원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1000만원 전체에서 실제로 받는 이자는 1.7∼1.8%에 불과한 셈이다. 마이심플통장에 예치한 금액이 1000만원을 넘지 않을 경우 사실상 1%대 이하의 이자만 붙는 것이다. 5000만원이상의 금액을 넣었을 때 비로소 2.5%에 가까운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즉 이 상품은 입금 금액이 높을수록 유리한 상품이다. 300만원을 웃도는 금액을 넣었을 때는 이자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 CMA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300만원 이하의 잔액으로 입·출금할 경우 이자는 거의 붙지 않는다. 3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입금하더라도 입출금이 잦으면 2.5%의 금리는 받기 어렵다.

SC은행은 소비자들에게 조건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SC은행 관계자는 “홍보자료를 통해 금리 조건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했다”며 “소비자들이 헷갈릴 여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CMA, 정기예금보다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다른 상품과는 성격이 달라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유자금을 장기보다는 단기로 굴릴 경우에 혜택이 크다는 부연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C은행이 마이심플통장에 조건을 내걸어 광고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SC은행 마이심플통장의 약정 금리를 잘 따져보면 높은 금액을 넣지 않는 이상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가 1%이하 밖에 안 된다”며 “다른 은행들의 예금상품 금리와 크게 다를 게 없는데 300만원 조건을 내세워 마치 300만원 이상만 넣어두면 자체 2.5%금리를 주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 은행 상품의 금리와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5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넣어둬야 2.5%에 가까운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고금리 CMA상품에 넣어 두고 쓰거나 소득세가 들지 않는 비과세 정기예금에 드는 게 낫다”며 “SC은행이 제시한 금리는 조건을 내세운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말장난 현혹

전문가들도 SC은행 조건이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러한 상품의 금리조건에 대해 헷갈릴 수밖에 없다”며 “SC은행은 2.5% 금리에 대해 ‘최고’라는 표현을 내세워 과대광고라는 비난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판단해서 가입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러한 복잡한 조건을 금방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며 “감독당국은 이러한 은행의 홍보 문구에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건을 내세워 장점만 부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