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0억 KT ENS 대출사기 '후폭풍'

2014.03.24 11:11:23 호수 0호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금융사건만 터지면 배후엔 '금감원'

[일요시사=경제2팀] 금융감독원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금감원 팀장급 간부가 KT ENS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자랑이었던 KT ENS사기대출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팀장급 간부가 KT ENS 1조8000억원대 사기 대출 배후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된 금감원 간부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의 금감원

서울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과정은 이렇다. 금감원 자본조사1국 소속 김모 팀장은 금감원이 KT ENS 사기대출 조사에 착수한 1월29일 KT ENS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조사 내용을 전해줬다. 이틀 뒤에는 강남의 한 식당에서 협력업체 대표들과 만나 공모를 꾸몄다. 핵심용의자인 전모 엔에스쏘울(KT ENS 협력업체) 대표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4일 이미 홍콩으로 도주했다.

전 대표는 현재 남태평양에 있는 섬인 바누아투공화국에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따라서 경찰은 금감원 김 팀장이 전 대표의 도피를 돕고 사기 대출 과정에서도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팀장은 2005년에서 2007년 금감원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특히 대구 출신인 김 팀장은 2005년부터 고향 친구인 서모 중앙티앤씨 대표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 대표와 서 대표 등 KT ENS 협력업체 대표들과 어울리며 필리핀 골프접대를 받고 수억원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또한 김 팀장은 서 대표가 2008년 230억원에 사들인 시흥 농원의 지분 30%를 무상으로 받았다. 종적을 감췄던 서 대표는 지난달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연루된 금감원 간부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사기대출에 대한 특별검사를 지휘하던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 박모 팀장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김 팀장이 박 팀장에게 접근해 검사 정보를 빼내 서 대표 등에게 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팀장도 금감원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박 팀장이 1월29일과 2월3일 금감원의 검사 상황을 알려준 사실은 통화기록에서 발견됐다. 1월29일은 김 팀장이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금감원 조사 내용을 전달해준 날이고, 2월3일은 전 대표가 홍콩으로 도주하기 전날이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박 팀장이 동료인 김 팀장의 요구에 따라 검사 상황을 알려준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대출사기범의 해외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김 팀장에 대해 보직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반면 내부 규정을 어긴 박 팀장은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징계위원회는 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적발로 금감원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금감원 간부 연루 정황
대출 도움 주고 해외도피 도와

특히 금감원은 내부 직원이 이번 사건 배후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그동안 금감원은 '저축은행 여신 상시감시시스템'으로 대출 사기사건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었다고 홍보해왔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KT ENS 대출 사기사건 범인들이 금융권 여신시스템의 허점을 꿰뚫고 있었다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금융 지식에 해박한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선 범인들은 은행이 자금이 입금된 타행 계좌를 조회할 수 없다는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또한 원리금 상환이 늦어질 경우 은행이 KT ENS의 자금 담당 부서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상환기일을 꼬박꼬박 지켰다. 금감원은 은행 등 금융권 내부자 공모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금융사가 아닌 금감원 내부 직원이 해외 골프 접대와 금품을 받고 사기 대출 핵심 용의자에게 조사내용을 알려준 것이다.
 

이전에도 금감원 직원이 비리 사건에 줄줄이 연루된 적이 있다. 3년 전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금감원 전 현직 임직원 10여명이 청탁과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저축은행의 비리를 눈감아준 것이다. 적발된 금감원 직원들은 무더기로 기소됐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금감원에 찾아가 "용서받기 힘든 비리를 저질렀다"며 "여러분은 조직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뼈를 깎는 자세로 쇄신해 국민에게 신뢰를 되찾겠다"고 쇄신을 다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금융사 감사 자리에 퇴직 직원을 내려 보내지 않기로 하는 강력한 자정 노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금융권 낙하산 인사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저축은행 악몽

최근에는 금감원 인사들로 채워진 카드3사(KB국민, 롯데, NH농협)의 감사가 고객정보 유출의 주요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실태조사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에서 "카드3사 감사가 전부 금감원 출신"이라며 "(금융사에) 금감원 출신들이 감사로 있어서야 제대로 된 감사가 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금감원 출신의 감사인사가 폐해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2009년 이후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정보유출을 했던 경우는 모두 8건이었지만 금감원은 정보유출 사건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 의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지주회사에게 정보 공유의 혜택은 무한정 제공하면서 제재는 면책시켜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 사기대출 주범들 호화생활

KT ENS 사기대출의 주범들이 은행에서 빼돌린 돈으로 호화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대출 범인들이 사용한 내역은 ▲금융비용 이자 900억원 ▲명동사채 비용 200억원 ▲대출수수료 165억원 ▲회사 인수 비용 280억원 ▲회사 운영 비용 270억원 ▲양천구 목동 부동산 매입 100억원 ▲서모 중앙티앤씨 대표 말레이시아 체류 비용 230억원 등이다. 불법 대출금 미상환금 2900억원 가운데 2200억원이 이런 식으로 쓰였다.

특히 사기대출 주동자로 알려진 서 대표는 충북 충주시에 2층 규모의 최고급 별장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 대표의 별장은 건축비만 12억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 대표는 내연녀에게 15억원가량의 집까지 사주는 등 부동산에 500억원 넘게 쏟아 부었다. 280억원을 들여 상장회사를 인수해 대출 수수료와 사채 이자로만 360억원을 썼다.

서 대표와 2004년부터 동업자 관계를 맺은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전모 엔에스쏘울 대표는 인천 부평에 175억원을 들여 창고를 매입해 회사 사옥으로 사용했다. 양천구 목동에는 100억원짜리 건물을 사들였다. 전 대표는 금감원이 내용을 발표하기 이틀 전인 4일 홍콩으로 도피했다.


서 대표와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금융감독원 김모 팀장과도 해외골프를 치러 다니고, 호화술판을 자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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