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폭풍전야 내막

2014.03.03 11:16:05 호수 0호

거짓말 거들다 딱 걸렸다

[일요시사=경제2팀] KDB대우증권은 앞으로 3년간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분식회계로 상장 폐지된 중국고섬의 상장 대표주관사를 맡았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20억원의 기관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다. 이후 파장이 길어지고 있다.



KDB대우증권이 섬유업체 중국고섬 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대우증권은 금융당국에 대한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을 따랐다는 점을 들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고섬 사태는 끝났다는 입장이다.

최대 규모 징계

중국고섬은 애초에 상장해서는 안 되는 부실기업이었다. 중국고섬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중국의 섬유업체다.

중국고섬은 2009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2011년 1월2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중국고섬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면서 2개월 만에 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중국고섬은 거래정지 전날 싱가포르거래소에만 거래정지를 요청했고, 이후에도 상당기간 정지 사유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특히 매매정지 하루 전인 3월21일 중국고섬의 이상기류를 감지한 기관투자자들이 먼저 주식을 팔아치웠다. 기관과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은 영문도 몰랐던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였다.


투자자들의 원성은 극에 달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사건이 터진 후 3년간 해명이나 사과는 커녕 모든 주주총회와 공시를 수십 차례 미루며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투자자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금융당국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중국고섬의 증권신고서와 매출 및 주요 실적은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중국고섬은 국내 증시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때 마치 1000억원 이상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가진 것처럼 허위기재한 것이다. 심각한 현금부족 상태였던 중국고섬은 한국거래소 상장 후 국내 투자자들에게 공모자금 2100억원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은 중국고섬의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해당 금융사는 3년 동안 신규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다. 최근 증시 부진과 거래대금 급감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대우증권에 커다란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문책경고’를 받은 대우증권 임원 또한 3년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대표주관사로서, 2010년 3분기 중국고섬의 핵심자산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계정에 대해 단순한 분석적 검토만 실시했다. 중국고섬의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2010년 3분기 재무제표는 외부감사인의 감사를 받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지는데도 입출금 통장 잔고 및 거래내역도 확인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역시 대우증권이 중국고섬의 현금잔고 확인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중국고섬의 증권신고서 거짓 기재와 누락을 막지 못한 것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대우증권과 공동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대우증권은 이 결정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12월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의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지난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는 중국고섬 투자자 550명이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중국고섬 공모주에 투자했던 125명에 대해 대우증권은 이들이 입은 손해액의 절반(3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감사·검토를 받지 않은 2010년 9월 재무제표는 주관사인 대우증권이 적절한 검증을 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대우증권은 재무비율 분석만 했을 뿐 예금통장 확인, 은행의 잔액조회서 수령, 중국고섬의 현금원장·명세서 수령 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금융투자협회의 대표 주관업무 모범규준 등을 감안할 때 이는 적절한 검증 절차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즉, 대우증권의 가장 큰 실수는 중국고섬의 통장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장폐지 2년 뒤에야 중국고섬 사태는 종지부를 찍었다. 대표주관사였던 대우증권이 거의 모든 책임을 지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부실기업 상장 주관했다가…파장 일파만파 
결국 분식회계로 폐지 "3년간 새 사업 못해"

그러나 대우증권은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금감원은 1차적으로 회계법인의 과실을 밝혀냈어야 했다"며 "(대우증권의) 100% 책임이 아닌 (회계법인과의) 공동책임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년 반 동안 회계법인도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3개월 만에 증권사가 어떻게 분식회계 사실을 알 수 있었겠느냐"며 "금감원은 모든 책임을 증권사에만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우증권이 주장하는 과정은 이렇다. 중국고섬의 분식회계는 싱가포르에 상장된 2009년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2007년부터 중국고섬의 감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3년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회계법인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중국에서 고섬과 은행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고 있어 강제로 검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합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영회계법인에 대해서도 감리했지만 중국에서 협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보류된 상태"라며 "대우증권은 대표주관사로서 책임을 소홀히 해놓고 핑계를 대고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고섬 고발

대우증권은 싱가포르 경찰국 상무부(CAD)에 중국고섬 등을 회계부정으로 고발했다. 금융당국이 중국고섬 회계부정 수사를 할 수 없게 되자 대우증권이 직접 해외소송을 준비한 것이다. 회계부정을 입증할 증거가 모두 해외가 있어 국내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대우증권은 이번 고발을 통해 중국고섬의 회계부정을 입증하고 관련 증거를 최대한 입수해 향후 진행할 손해배상소송에 활용할 계획이다. 상무부는 금융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싱가포르경찰국 산하에 있는 특수수사국 부서다. 대우증권은 참고인 자격으로 중국고섬 사태에 대한 직접 진술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고섬 사태는?


KDB대우증권이 중국고섬 사태 이후 실적 악영향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우증권은 2013회계년도(2013년 4∼12월)에서 영업손실 360억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고섬, STX, 경남기업 부실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800억원 가량 발생한 탓에 손실 규모가 커졌다.

중국고섬의 대표주관사였던 KDB대우증권은 고섬의 상장폐지 후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대우증권은 당시 중국고섬 주식을 약 830만주 보유하고 있었다. 거래 정지 기간 동안에도 582억원 가량으로 평가됐던 중국고섬 주식은 28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또한 상폐 후 정리매매를 거쳐 국내 주식 1주당 싱가포르 주식시장의 주식 20주와 워런트 10주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11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게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자본시장법상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20억원도 물게 됐다. 피해자들에게는 손해배상금액 3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아울러 대우증권은 투자일임 운용제한, 금융투자상품 매매 관련 손실 보전 금지 등을 위반했다가 최근 적발됐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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