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추적> 거물급 무기중개상 일광공영 커넥션 실체

2009.11.24 09:27:21 호수 0호

로비스트 검은돈에 ‘동교동 사람들’ 초비상

<일요시사>가 지난 7월 단독으로 실체를 확인한 ‘무기중개상’인 이모 일광공영 회장이 결국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705호 참조) 일광공영이 DJ 정부 때 급성장한 배경에서 검찰의 수사가 지난 정권 실세들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자칫 ‘권력형 게이트’사건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일광공영에 숨겨진 비밀이 뭘까. 이 회장이 받고 있는 의혹들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해 봤다.

‘DJ정부 급성장’이 회장 비자금 조성 혐의 구속
정·관계 로비 수사 확대…‘권력형 게이트’조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지난 18일 구속한 이 회장이 받고 있는 의혹은 크게 4가지다. 검찰은 우선 이 회장의 비자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불곰사업’으로 불린 러시아와 우리나라 간 무기거래 과정에서 받은 80억원대 수수료를 기업 수익금으로 처리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또 2003∼2006년 수십 차례에 걸쳐 회사 돈 46억여 원을 빼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의혹1>비자금 조성



‘불곰사업’이란 우리나라가 1990년대 옛 소련에 빌려준 경제협력차관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돌려받는 사업이다. 당시 이 회장은 러시아 무기수출업체의 에이전트로 활동하면서 공기부양정 등 3400억원 상당의 무기 도입을 중개했다. 이 회장이 2차 ‘불곰사업’기간인 2000∼2006년 러시아 무기 수출업체의 국내 협력사로 활동하며 회사 몫으로 수수료 800만 달러(약 84억원)를 받았는데 회사 수익금이 아닌 교회 기부금으로 위장해 우회 송금 방식으로 챙겼다는 것이다.

실제 이 회장은 1992년부터 자신이 장로를 맡고 있는 서울 성북구 D교회에 담보나 약정 없이 빌려주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기부 또는 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01년부터 진행된 D교회 신축(연건평 3000평 규모) 당시 교회건축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일광공영은 이 인연으로 2006년 완공 직후 교회 건물 3층에 입주했다. <일요시사>가 지난 7월 단독 취재 당시 찾아간 일광공영 사무실은 소 예배당 사이에 끼어 제대로 된 ‘회사’의 모습이 아니었다. 일광공영 계열사들이 입주한 사옥은 D교회 인근에 따로 있다. 이 회장의 현 주소지도 이곳이다.

<의혹2>수십억 탈세

이 회장은 탈세 의혹도 받고 있다. 2003년부터 5년간 법인세 12억6000만여 원을 내지 않은 조세포탈 혐의가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탈세 부분은 앞서 국세청이 조사를 끝낸 사안으로 지난 6월 말 일광공영이 수십억원대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부터 공군 차세대 전투기 사업 등 대형 무기도입과 관련 일광공영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세무조사는 ‘대형사건 전담반’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담당해 신빙성을 더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일광공영이 그동안 국세청에 신고한 연매출액은 2005년 9억원, 2006년 12억원, 2007년 13억원, 2008년 16억원으로 평균 10억∼20억원에 불과하다. 일광공영의 매출 누락·축소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1985년 자본금 300만원으로 일광공영을 설립한 이 회장은 S유화, I하이테크, S사 등 계열사 4개와 사회복지법인 산하 복지시설 3곳, 학교법인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심해잠수장비, 수송기 시뮬레이터, 야시경, 조기경보 통제시스템 등 일반적인 군수 물자에서 전투기, 헬리콥터, 잠수함 등 최첨단 방위장비에 이르기까지 군장비를 수입하는 일광공영의 사업 특성상 연매출이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이란 게 방산업계의 추정이다.

<의혹3>정·관계 로비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진다는 사실이다.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다. 이 회장이 횡령과 탈세로 조성한 비자금이 정·관계로 흘러간 가능성도 수사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 자칫 이번 수사가 ‘권력형 게이트’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이유다. 검찰은 “이 회장과 일광공영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통장 등을 추적하고 있다”며 “이미 이 회장이 카리브해 연안의 조세도피처인 바베이도스로 돈을 송금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일광공영은 DJ정부 시절 군과 경찰 등에 무기와 각종 장비 구입을 중개하면서 급성장했다. 부산 출신인 이 회장은 국내 명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경찰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1980년대 초 신군부에 의해 자택에 연금됐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담당하면서 ‘동교동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무기 로비스트’로 유명한 조풍언씨와도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조씨 역시 국민의 정부 시절 ‘얼굴 없는 실세’라 불릴 정도로 DJ정권의 숨은 가신으로 통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일광공영이 DJ정권의 비호로 몸집을 키웠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군납 실적은 물론 러시아와 거래가 전무했던 일광공영이 2차 ‘불곰사업’에 참여하자 사전 정보유출과 특혜 의혹이 일었고 결국 전 국방부 차관에게 군납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일광공영 직원이 벌금형을 받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의혹4>군사기밀 유출

이 회장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일광공영이 외국 무기를 국내에 중계판매하면서 방위산업청 간부 등 군 관계자들로부터 군사기밀을 빼낸 단서를 잡았다. 이를 통해 무기 거래 입찰 등에 활용한 정황이다. 유출된 문건들은 ‘불곰사업’을 비롯해 ‘한국형 헬기(KAH) 사업’등 민감한 군사대외비다. 검찰은 문건 유출 배경에 군 윗선이 개입했는지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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