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파주 용주골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성매매 집결지다. 군대 갔다온 남성들이라면 용주골을 모를 리 없다. 그만큼 잘 알려진 홍등가다. 이곳은 과거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사그라드는 듯 보였지만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눈 내리는 날, <일요시사>가 용주골을 찾아갔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경기북부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인 용주골. 알게 모르게 많은 남성들이 이곳을 찾는다. 아마 용주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르면 간첩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이름난 성매매의 메카다. 사실 용주골의 ‘리즈 시절’은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주골을 찾은 이유는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향세의 모습 속 용주골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꺼지지 않는
붉은 조명…
지난 20일, 눈보라를 헤치고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에 위치한 집장촌 ‘용주골’을 찾았다. 연풍삼거리에서 서울방향 연풍교를 건너 오른편을 바라보니 용주골 홍등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초행길이었지만 어렵지 않게 용주골을 찾았다. 날씨 탓인지 용주골에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움추린 몸을 펴고 홍등가로 향했다.
주변 골목에 들어서자 ‘청소년 동행금지구역’이라는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차량통행’이라는 노란 표지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표지판에는 화살표와 함께 ‘주차도 해드립니다’라는 친절한 문구도 안내되어 있었다.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 보니 골목길 좌우는 온통 쇼윈도로 도배된 상태였다. 그런데 문을 닫은 곳도 꽤 있었다. 천천히 둘러보니 4분의 1정도의 쇼윈도가 폐허로 변해 있었다.
기자는 폐허가 된 쇼윈도를 뒤로하고 불이 켜진 쇼윈도를 찾기 위해 열심히 걸었다. 이른 오후였기 때문이었을까. 불 꺼진 쇼윈도만 덩그러니 있었다. 어두운 쇼윈도 내부를 바라보니 TV, 의자, 난로, 담요, 세면도구, 커피 등 웬만한 건 다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쇼윈도 앞에는 연탄재를 담은 커다란 봉지가 있었다. 용주골은 여전히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찰나, 한 트럭을 발견했다. 이 트럭에는 연탄이 가득 실려 있었다. 그리고 한 남성이 새 연탄을 트럭에서 쇼윈도로 계속 옮기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가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요즘 용주골은 어떻냐’고 물었다. 그는 퉁명한 말투로 “확실히 예전 같지는 않다. 그래도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건물은 2층에서 3층으로 볼품없는 외관이었다. 원룸빌딩 같은 건물이 마치 소규모 연립주택처럼 들어서 있었다. 주택가를 연상시키는 그곳은 똑같은 모양과 똑같은 페인트를 바르고 서 있다. 1층 쇼윈도 통유리문만 없다면 성매매 업소란 걸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
예전 같지 않지만…24시간 돌아가는 홍등가
연휴도 풀 영업 “성매매 여성들 전원 투입”
쇼윈도 조명 위에 있는 빨간 천막은 다소 촌스러웠다. 이렇게 건물을 유심히 살피다 보니 어느새 큰 길에 들어서게 됐다. 그리고 붉게 켜진 조명 여러 개를 발견했다. 그 앞에는 차량 몇 대가 주차돼 있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이 차량들은 눈이 쌓이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차에서 내리고 들어간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아하니 1층에서 고객을 유혹하고 2층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계단 밑 낡은 갈색 작업화와 흰색 킬힐이 그 증거였다. 그리고 신발의 주인을 확인하기 위해 무작정 기다렸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좁은 계단 사이로 한 남성과 여성이 손을 잡고 내려왔다. 빨간색 원피스로 섹시한 몸매를 드러낸 여성은 남성의 등을 쓰다듬으며 나가는 길을 배웅했다.
남성의 모습을 보니 외국인 노동자였다. 그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여기 얼마예요?” 그는 파주 인근에서 3D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맞았다. 그는 능숙한 한국말로 “술값이 들지 않아 자주 온다”며 “우리 같은 외국인들에겐 이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근 공장 외국인 노동자들은 용주골을 자주 찾는다. 오로지 섹스만 파는 게 이곳의 장점이라고. 그리고 그녀는 “여기는 술 먹고 쇼하면서 지저분하게 노는 데가 아니고 깨끗하게 섹스만 하는 곳”이라며 “미성년자도 없고 임금착취도 없다”고 덧붙였다. 술 없이 깔끔하게 섹스만 하기 때문에 돈이 적게 들어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용주골의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그래서일까. 용주골 여성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친절하다고 전해진다. 왜냐하면 가장 큰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고객의 발이 끊길 수도 있기에, 서비스에 적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어쩌면 지금의 용주골은 ‘현대판 기지촌’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요가 내국인 남성들을 압도한다고.
기자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차량들이 주차돼 있는 홍등가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멀리서 유혹의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여기서 놀다가요. 잘 해줄게.”
무시하고 지나치자 나와서 붙잡았다.
“에이∼오빠 어디가∼여기 다 비슷하니까 그냥 여기서 놀아.”
그래서 물었다.
“얼만데?”
“30분에 10만원. 처음 왔어? 여기 다 똑같아. 일단 들어와서 커피한잔 해.”
딱 달라붙는 트레이닝복과 풍만한 가슴은 남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용주골 아가씨들의 나이대는 보통 20대 중반으로 전해진다. 30분에 10만원, 1시간에 18만원. 웬만한 서비스는 다 가능했다. 그리고 낮에는 한 여성만 쇼윈도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당직근무’를 서는 것처럼 보였다. 본격적인 영업은 밤 9시부터 시작된다.
설 연휴는? ‘피크’
아가씨 전원투입
1층 쇼윈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가정집 같은 구조의 작은 방들이 있다. 3∼4평 크기인 방에는 침대와 TV, 작은 옷장 그리고 샤워 꼭지만 있는 욕실이 있다. 아가씨들의 개인 방이자 영업장이다. 아가씨들은 쇼윈도에 나와 있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엔 주로 이 방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단골’미군→외국인 노동자
‘현대판 기지촌’명맥 이어가
그렇다고 방에만 있는 건 아니다. 용주골은 다른 집장촌과 달리 자유로운 편이다. 근처 상점에 나가 쇼핑도 하고 PC방도 드나든다. 이들에게 매매춘은 단지 직업일 뿐 20대 여성들이 즐기는 문화를 그대로 누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용주골 아가씨들에게 명절은 없다. 이번 설연휴는 그녀들에게 ‘피크’이기 때문. 성매매 성수기라 총원 근무한다. 의아하겠지만 명절에 이곳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있어 설 연휴는 명절이 아닌 그저 ‘빨간 날’에 불과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명절만큼은 모든 여성들이 ‘전원투입’된다. 설날이라고 해서 돈을 더 받지는 않는다. 기존에 받던 금액 그대로 고객들을 상대한다.
적어도 용주골은 치사한 짓은 하지 않는다. 정직하게(?) 돈을 벌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당당하다. 쇼윈도 앞에 걸린 ‘6.29 성노동자의 날 8주년 기념’ 현수막이 이를 말해준다. 여성으로서 관리도 나름 철저해 보인다. ‘여성전용 피부관리실’ 등과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는 이유다.
파주읍 연풍리 300번지 일대는 하루 24시간 내내 청소년의 출입이 금지돼 있는 곳이다. 매매춘 지역으로 소문난 용주골의 원래 이름은 ‘용지골’이었다. 파주공고 옆에 있는 연못에서 용이 승천했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정확한 옛이름은 ‘대추벌’이다. 1960년대 초반까지 이곳엔 대추나무숲이 울창했고, 마을사람들은 가을이 되면 대추 수확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다고.
연풍리에 용주골 매매춘 지대가 형성된 것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부터다. 주한미군 2사가 파주읍에 자리잡고 1개 사단병력의 미군들이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미군들을 대상으로 한 상점과 클럽들이 우후죽순 들어섰고, 당시 미군들을 상대로 한 기지촌이 형성됐다.
대추벌에 모여든 수천명의 매춘 여성들은 미군들과 살을 섞어가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미군이 점차 파주를 떠나면서 기지촌은 쇠락했다. 매춘의 현장은 치킨집이나 호프집 등으로 바뀌었다. 미군의 자리에 한국군이 주둔하면서부터, 용주골은 한국군 대상 매매춘 지역이 됐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수도권의 신흥 윤락 명소로 등극했다.
그러나 2004년 성매매특별법 이후 위기 속에 영업을 계속해 왔으나 경찰의 강력한 단속에 백기를 들고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당시 파주시와 경찰은 기동대 등 15∼18명의 경찰관을 투입해 오후부터 새벽까지 집중 단속을 벌여 성매매 업주와 종업원 6명을 성매매 알선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의 단속이 계속되자 150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일하고 있는 용주골 70개 업소는 일제히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했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해온 용주골이 문을 닫았다. 당시 파주 경찰은 “용주골에 불이 꺼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성매매가 근절될 때까지 더욱 강력한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후 용주골의 규모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용주골을 젠더파크로 개발해 다양한 성교육장으로 탈바꿈 시키는 등 지역특화상품화해야 한다는 이색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간편한 섹스에…
단골 된 외노자들
한때 용주골은 무려 250여곳 업소에서 140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일하던 ‘리즈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엔 엄청난 성업을 누리며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왠지 초라하다.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는 수준이다.
용주골 외에도 집장촌은 곳곳에 숨어 있다. 청량리역 광장을 빠져나와 롯데백화점을 끼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양쪽으로 펼쳐진 쇼윈도를 볼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곳은 ‘메카’였다. 바로 ‘청량리588’이다. 단속 탓일까. 홍등을 밝혀놓은 집은 단 한 곳도 없다. 드문드문 보이는 ‘청소년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과 ‘철거’라고 적혀진 업소 출입문만이 남아 있을 뿐.
30분 10만 1시간 18만
발렛파킹 서비스 눈길
그러나 청량리는 아직 죽지 않았다. 죽은 척하고 있다. 화류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청량리588은 음성적으로 여전히 성을 주고 판다는 것. 밖에서 봤을 때는 모두 철거되거나 문을 닫은 듯 보이지만 숨겨진 사실이 있었다. 포주들이 근처 포장마차나 불 꺼진 업소에 몰래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접근해 아가씨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근처 PC방이나 미용실 등에 대기 중이던 아가씨와 연결시켜줘 함께 모텔이나 여관으로 이동해 성매매를 한다. 경찰이 와도 속수무책이다. 연인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거대 집장촌이었던 ‘미아리 텍사스촌’ 자리에는 뉴타운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었다.
지난 2009년 1월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월곡 1구역’으로 지정된 미아리 텍사스 일대는 최고 39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9개동(1192 가구)이 들어설 계획이다. 그런데 이게 벌써 몇 년째다.
성매매업소가 대거 강제철퇴되면 지역 땅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뉴타운 계획은 무기한으로 연기됐고 집장촌 업주들과 종사자들은 살 떨리는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기약 없는 뉴타운 설계에 진저리가 난 주민들. 뉴타운이 지역 토박이를 위한 게 아닌 일부 부유층들을 위해 계획된 것이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점점 작아지는
성매매 지도
또한 영등포역 집장촌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4년 실시된 성매매특별법. 성매매를 원천적으로 근절시키겠다는 본래 취지대로 집장촌 업소의 수가 대폭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업소는 아직 영업 중이다.
영등포역을 나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면 어두컴컴한 골목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길을 걸어가면 양 옆으로 총 18개의 업소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은 15분에 7만원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놀라운 건 쇼윈도 조명이 아주 환하게 켜져 있다는 것. 쇼윈도를 가로질러 가기 민망할 정도로 많은 아가씨들이 남자들을 유혹하는 손길을 뻗는다. 그렇지만 쇼윈도 조명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성매매 집장촌과 종사자는 2010년 935곳(2282명)에서 2011년 845곳(1867명), 2012년 760곳(1669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최용환 기자 <cyh@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부산 집창촌의 변신
성매매 완월동이 갤러리로?
한때 부산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창촌이었던 부산 서구 충무동 2가 완월동 일대가 재생을 거쳐 ‘문화예술마을’로 탈바꿈 된다.
부산시는 집창촌이었던 서구 충무동2가 완월동 재생계획 용역을 부산발전연구원에 의뢰했다. 부산시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올해 중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재생 거쳐 문화예술마을로 탈바꿈
이번에 부산시가 추진하는 완월동의 모델은 일본 요코하마가 250여곳이 밀집한 성매매 집창촌을 갤러리·서점·창작공간으로 바꾼 ‘고가네초’다. 요코하마시가 재개발을 거쳐 임대한 건물 70여곳은 현재 예술가의 아지트나 연구소로 변신했다. 부산시는 성과에 따라 해운대 집창촌으로 사업을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