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VS 홍준표 박 터지게 싸우는 진짜 이유

2014.01.27 11:17:40 호수 0호

'정치 앙숙'의 퇴로 없는 끝장 승부 "너 죽고 나 살자"

[일요시사=정치팀]6·4지방선거가 다가오며 새누리당 경남도지사 후보 자리를 놓고 홍준표 현 지사와 안상수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의 대표적 앙숙으로 손꼽히는 두 인사가 서로에 대한 원색적 비난까지 쏟아내며 날선 공격을 주고받고 있는 것. 4선 의원에 한나라당 원내대표, 당대표를 나란히 지낸 두 거물급 인사가 경남에서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게 된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안상수(68) 전 한나라당 대표와 홍준표(60) 경남도지사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많다. 이들은 같은 경남에서 출생(안상수-마산, 홍준표-창녕)해 검사·변호사로 재직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15대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된 이후에는 18대까지 내리 4선에 함께 성공했다. 그 사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당대표를 모두 지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19대 총선에서는 공천 탈락(안상수), 낙선(홍준표)의 시련을 함께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유사한 삶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대표적 앙숙으로 손꼽힌다.

대표적 앙숙

본격적으로 둘 사이가 틀어진 것은 지난 2010년 7월 당대표 경선 때부터다. 당시 홍준표 의원은 안상수 의원이 "개 짖는 소리가 너무 크다"며 이웃을 상대로 소송을 냈던 사실을 폭로했고, "병역 기피를 10년 하다가 고령자로 병역 면제된 사람이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 한나라당은 '병역 기피당'이 된다"며 맹비난했다. 

홍 의원의 원색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시 친이(친이명박)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안 의원이 1위로 당대표가 됐다. 아쉽게 2위를 차지해 최고위원이 된 홍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때마다 사사건건 안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시하며 더욱 관계가 악화됐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사법시험 기수가 7기수가 차이나는데도 불구하고 홍준표 지사가 안 전 대표를 검사, 정치적 선배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2010년 당대표 경선 이후 둘 사이는 완전히 멀어졌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이 이번에는 6·4지방선거 새누리당 경남지사 후보직을 놓고 또 한번 제대로 붙는 모양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민병두 후보에 밀려 낙선한 이후 공직생활 은퇴까지 선언했다가 2012년 12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기사회생한 홍 지사의 재선 가도에 안 전 대표가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조차 받지 못했던 안 전 대표는 재기를 위해 "마지막 정치인생을 경남에 걸겠다"며 지난해 11월부터 경남 민생투어에 나섰다. 이는 새누리당 지지성향이 뚜렷한 경남에서 공천권만 따낼 경우 당선이 무난하리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을 향한 공격의 포문은 안 전 대표가 먼저 열었다. 그는 지난 14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지난 2012년 12월 보궐선거 당시 경남지사 출마를 생각하면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는데 홍 지사가 출마하겠다고 나섰다"며 "(당)대표를 했던 두 사람이 대선을 앞두고 다투는 모양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양보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보궐선거에서 (경남지사 후보직을) 한번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홍 지사가 한번 양보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러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1차 경남지역 민생투어 결과 현 지사에 대한 (지역주민의) 평가는 극과 극"이라며 "경남의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태였고 그동안 별로 호전된 것 같지도 않은 것 같아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홍 지사를 비판했다.

재선 노리는 홍준표 "보온병 들고 흔들던 시대 갔다"
재기 노리는 안상수 "지난 재보선서 내가 양보한 것"

이에 홍 지사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다음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지난 재보선에서 안 전 대표가 양보한 일이 없다"며 "이게 무슨 서로 나눠먹기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그런 말씀 하는 것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안 전 대표가) 느닷없이 경남에 내려와서 돌아다니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며 "나온다 해도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난 16일 <YTN>과의 인터뷰에서는 안 전 대표를 향해 "보온병 가지고 흔드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라며 "이제 시대가 좀 바뀌었다. 전 계파 없이 정치를 해 왔고 이미 (안 전 대표는) 친이계 대리인으로 당대표를 하신 분인데 (지금) 친이계가 있나? 이제는 지지해 줄 세력들도 없다"고 비난했다.

안 전 대표가 당대표로 있던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이후 연평도를 방문해 보온병을 들고 포탄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던 사건과 과거 당대표 경선에서의 앙금을 다시 끄집어내 망신을 준 것이다. 이는 홍 지사가 현직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전 대표를 포함한 타 후보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지난 22일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도전장을 내민 또 다른 새누리당 후보 박완수(58) 창원시장은 "안 전 대표와 홍 지사의 설전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두 분의 설전은 새누리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박 시장은 특히 "지난 2012년 경남지사 재보선 때 한 사람이 후보를 양보했다 아니다 라며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는데, 두 사람이 그 배경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경선 주목

한편 아직 교통정리가 끝나지 않은 야권 경남지사 후보로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공민배 전 창원시장, 민주당 허성무 경남도당 위원장, 통합진보당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정의당 박선희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경남에서는 민주당 소속 김두관 전 지사의 18대 대권도전을 위한 자진사퇴 이후 가뜩이나 약한 야권의 세가 더욱 위축돼 어느 후보가 나와도 새누리당에 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유리한 경남지사직을 놓고 정치적 앙숙인 홍 지사와 안 전 대표의 물러설 수 없는 대결에 박완수 시장이라는 만만찮은 상대가 가세한 새누리당 내 경선이 본선보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상수·홍준표, 앙숙의 '닮은꼴 인생'

차기 경남지사 직을 놓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삶은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두 인사는 같은 경남 출신의 선후배 검사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다.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란히 당선된 이들은 이후 18대 국회까지 내리 4선 의원을 지냈고, 그 사이 한나라당 '원내대표→당대표' 등 주요직을 차례로 지냈다. 병역의 의무는 안 전 대표가 병역기피, 행방불명 등으로 인한 면제, 홍 지사는 체중미달로 단기사병(방위병)으로 14개월간 복무해 모두 정상적으로 마치지 않았다.

또한 상황과 시기만 다를 뿐 '막말 논란'도 함께 겪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연평도를 방문해 불에 탄 보온병을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중국에도 보도되는 등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그해 12월에는 서울 용산의 한 장애인 시설에 방문, 여기자 3명과의 오찬에서 "요즘 룸살롱에 가면 오히려 '자연산'을 더 찾는다고 하더라"라며 성형 안한 여성을 자연산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홍 지사는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주가조작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식사했어요?"란 엉뚱한 답변만 늘어놓아 '식사준표'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으며, 2011년 10월에는 홍익대 인근카페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타운미팅에서 자신의 과거 사연을 소개하며 "이대(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 등의 막말을 쏟아내 '막말준표'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도 얻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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