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빛난다

2014.01.27 09:14:56 호수 0호

삶의 의미와 무의미에 정면으로 도전하다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켈리 저 / 사월의책 / 1만6000원



책 한 권으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떤 책은 우리 삶을 괴롭히는 문제의 근원을 뿌리째 들어내고 직시하게 해준다. 우리는 그 책으로 인해 삶이 바뀌지는 않을지언정 최소한 내 삶의 연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은 빛난다>는 바로 그런 책이다. 역자는 번역을 고사하다가 원서를 읽어보고는 책의 불가피한 유혹에 빠져 번역의 중노동을 감수하기로 한다. 편집자 역시 책을 만들면서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을 통독하고는, 이 책이 건네는 감동과 깨달음에 젖어 한 계절을 보낸다.
감히 말하건대, <모든 것은 빛난다>는 근래에 나온 인문적, 철학적 에세이 가운데 최고라고 주장하고 싶다.
미국 철학계의 거장 중 한 명인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하버드대 철학과장 숀 도런스 켈리가 함께 썼다. 권위의 <뉴욕타임스>는 동일한 책에 대해 유례없이 3번이나 리뷰를 실으면서 ‘2011년 올해 최고의 책’이라 추켜세웠고, 우리 시대의 위대한 철학자 찰스 테일러, 명저술가 찰스 반 도렌 등은 대놓고 극찬에 가까운 찬사를 보냈다.
우리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찬양하는 ‘개인의 자율성’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자아’는 우리 삶에 무슨 의미를 가져다주는가? 이 질문은 정말 충격적이다. 개인이 어떤 외적 강제도 없이 스스로를 책임지고 자유와 행복을 구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데카르트와 칸트 이래, 그리고 프랑스 인권선언 이후 인류의 신성불가침한 이상 아닌가?
저자들은 아니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허무와 우울의 시대적 병증은 ‘자율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그릇된 신념이 최종적으로 봉착한 지점이라고 한다.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과 선택의 짐을 오롯이 개인에게 지운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율적 존재이기에 홀로 의미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삶의 피로감을 넘어 심각한 허무주의, 의미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물론 우리가 처한 정치적, 경제적 한계 상황이 개인의 삶을 질식하게 만드는 직접 원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해소된다고 해서 우리 삶이 회생할 것인가? 또다시 그런 상황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 삶은 파탄을 맞이해야 하는가? 이렇게 보면, 성과주의의 피로감을 성공과 성취감이라는 프로작 약물로 마취시키는 사회를 비판한 <피로사회>나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의 진단은, 그에 앞서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진단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들은 의미의 다양한 생산지를 하나의 원천으로만 응집시키려 한 서양 사상사의 시도야말로 허무주의의 주범이라고 하며, ‘자각된 개인’이라는 내면의 영웅주의에 취하지 않는다면 삶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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