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소설

2009.09.15 10:31:27 호수 0호

악마주의적 기법으로 파헤친 대하소설


고사리 저 / 일월문학 펴냄 / 1만원



<악마의 소설>은 KBS <TV문학관> MBC <베스트셀러극장>의 천부적인 악마파 작가가 쓴 앙가주망 계열의 가공할 문제소설로서, 집필 기간이 무려 10년이나 걸린 전 3권의 대하소설이다.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와 쌍벽을 이룰 이 책은 하찮은 꽃구슬 한 개로 운명이 절묘하게 뒤바뀐 두 형제의 기막힌 운명을 통해서, 인류 최초의 어머니인 하와의 원죄를 풍자하듯 두 형제의 어머니인 설보경의 무서운 원죄를 작가가 악마가 되어 끈질기게 파헤친 특이한 소재의 독창적인 소설이다.


특히 이 소설은 악마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곧 악마가 승리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데 이것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문학적 대반란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미모의 여교주가 여왕처럼 군림하는 계룡산의 어느 기도원이 전체적인 배경을 이룬다. 이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종말론을 다룬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무서운 원죄를 작가가 악마 되어 끈질기게
파헤친 특이한 소재의 독창적 소설


이 기도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이하고도 무서운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런 비밀을 캐내려고 이 작품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기도원으로 틈입한다. 그리고 결국엔 그 비밀을 하나하나 캐내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남대문을 신봉하는 강님도령이라는 기괴한 사교 집단의 정체가 밝혀진다.

여교주는 땅 위에서는 대성전 지붕에 거대한 십자가 첨탑을 세워 놓고 예수 그리스도를 신봉하는 기독교 계통의 기도원인 척하면서, 지하실에서는 강님도령을 신봉하는 변태적 이중 신앙생활을 한 것이다.

이는 서울의 남대문을 지었다는 도편수 강님도령이 새로운 세상 종말의 날짜와 시간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여교주는 그런 확고한 계시를 죽은 자의 영혼을 통해 강님도령으로부터 받는다고 주장한다. 이상은 이 대하소설의 작은 얘깃거리에 불과하다.

이 소설의 후반부에 가면, 주인공의 여동생인 신학대학생이 강간으로 인해 잉태된 태아 때문에 무서운 고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이 장면에 가면 모든 여성 독자들은 자신의 일처럼 고민하고 괴로워할 것이다. 낙태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것 때문이다.

과연 혼전 여성에게 있어 낙태는 살인 행위인가, 아니면 정당한 것인가? 작가는 이 작품에서 신학대학생 아가씨를 통해 낙태 문제에 대한 확고한 정답을 내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채점은 독자들이 해야 한다는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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