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여의도가 우울하다. 첫 눈과 함께 감원 '칼바람'이 불어 닥쳤다. 최근 2년간 10대 증권사 직원 1700여명이 증권사를 떠났고 내년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나오는 얘기지만 올해는 증권사 실적마저 최악이라 씁쓸함이 더하다.
증권업계에 대대적인 인원 감축 움직임이 관측됐다. 이미 희망퇴직에 돌입한 증권사가 있는가 하면 임원을 대폭 줄였거나 줄일 증권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지점 통폐합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증시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5조28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5조원대로 추락한 것은 지난 2006년 5조1659억원을 기록하고 7년 만이다.
지난 2007년 7조5757억원을 기록했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09년 7조8942억원, 2011년 9조1131억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6조9527억원을 기록하면서 하향세다. 거래대금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증권사들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임금삭감과 인력감축 등 비용절감에 나선 것이다.
우울한 여의도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신한금융투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노조와 함께 희망퇴직안을 마련 중이며 현재 검토 중인 안 중에는 15년차 이상 부서장을 기준으로 1억7000만원 정도를 지급하고 퇴직 후 4년간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차·부장의 경우 22개월 급여, 대리이하 및 고객지원팀은 20개월 급여를 조건으로 한다. 고객지원팀은 75~77년생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받는다.
신한금융투자의 희망퇴직 검토 소식은 업계에 불황을 새삼 확인시켰다. 신한금융지주계열인데다가 실적이 크게 나쁘지 않아 증권가 칼바람에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2009년(2009년 4월∼2010년 3월) 당기순이익 710억원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지난해(2012년 4월∼2013년 3월)에는 570억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한화투자증권은 희망퇴직과 임금삭감 등을 논의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5일 직원들에게 인력 감축 규모를 기존의 450명에서 250명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임금 20%를 삭감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계약 변경안을 공지했다.
SK증권은 회사 창립 이래 첫 희망퇴직에 나섰다. 지난달 초부터 약 한달 동안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현재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퇴직 절차는 이달 중순께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에 나선 KTB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10월 직원 100여명을 내보냈다. 이에 따라 지점도 줄었다. 지점 리테일은 지난 2년 동안 강남, 해운대 등 핵심지역에 PB센터개념으로 8개 지점을 뒀으나 이번에 도곡, 울산지점이 각각 강남, 부산지점과 합쳐졌다.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마케팅을 맡았던 온라인비즈니스팀은 최소한의 인원으로 축소됐으며 IT 인력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인력·임금 줄이고 지점 합치고…대규모 구조조정
신한·한화·SK·삼성 등 규모 불문 조직 슬림화
임원 감축도 이어졌다. 현대증권은 임기가 만료된 임원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임원 수를 줄였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 임원 인사를 실시, 전체 임원 수를 43명에서 38명으로 줄였다. 회사를 떠나게 된 임원은 리서치센터장, 준법감시인, PBS담당 상무보, 법인영업본부장, IT본부장 등 5명이다. 퇴임에 따른 업무 공백은 다른 임원이 겸직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부사장 절반을 전환배치 했다. 삼성증권은 이번 연말 정기인사에서 임영빈 부사장이 금융일류화추진팀으로, 방영민 부사장이 삼성생명으로 이동한다. 이로써 삼성증권은 안종업 부사장과 차영수 부사장만 2인자로 남게 됐다.
'동양사태'를 겪고 있는 동양증권은 지난 10일 임원 40명 중 22명을 보직해임했다. 이에 앞서 동양증권 임원 모두 지난달 서명석 신임 사장 내정자에게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2개 증권사의 전체 임직원 수는 지난 9월 말 기준 4만1223명으로 지난해 9월(4만3091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지점 수도 1695개에서 1509개로 감소했다.
증권사별로 보면 같은 기간 삼성증권 직원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다. 삼성증권 직원은 3157명에서 2859명으로 9.4% 감소했고 107개였던 지점은 100개로 줄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1900명이던 직원은 13% 감소한 1653명으로 집계됐으며 지점은 103개에서 87개로 급감했다. 동양증권은 2755명에서 2531명으로 줄었고 지점은 125개에서 116개로 줄었다.
증권사 불황에 고액 연봉을 받아가는 애널리스트도 애물단지가 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협회에 등록된 애널리스트 수는 133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등록된 1462명과 비교했을 때 1년 새 125명이 줄어든 셈이다.
당국도 드라이브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구조조정 바람에 가세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62개 전체 증권사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계획서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금감원의 움직임에 대해 금융위가 추진 중인 부실 증권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준비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를 뒷받침하듯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증권회사 인수·합병(M&A) 촉진을 위해 M&A를 추진하는 회사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경영이 부실한 증권회사는 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토록 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