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천하 얻은 신라 여인 미실!

2009.08.18 10:20:45 호수 0호


미실/ 김별아 저 / 문이당 펴냄 / 9500원

MBC 특별기획 드라마 <선덕여왕> 주인공 미실
천하 움켜쥐고 뒤흔들고자 했던 진정한 팜므파탈



1억원 고료 제1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김별아의 <미실>이 출간되었다. 김별아는 1993년 실천문학에 중편 〈닫힌 문 밖의 바람 소리〉로 등단, 장편소설 <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 소설집 <꿈의 부족> 등을 통해 개인적 체험과 경험적 사실을 허구로 가공하여 보여 주는 글쓰기에서 탈피, 자기를 떠난 소재를 통해 말하기라는 독특한 방법론을 통해 열정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 심화시켜 왔으며 부단한 자기 성찰을 계속해 왔다.

작가는 <꿈의 부족>에서  이미 자기가 누구인가를 묻고, 그 물음을 타파하려 자기를 떠났다 다시 자기로 돌아오는 방법적 순례자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다채로운 글쓰기의 방식과 문체의 실험을 통해 문단의 비상한 주목을 예감케 한 바 있는 작가는 <미실>에서 한층 더 수준 높은 탐색을 통해 자기 삶의 표백에 국한되지 않는, 숙련공의 기질과 사상가적인 기질을 함께 구비한 작가적 역량과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작가는 작가 자신이 속한 지금의 한국 사회를 떠나 천오백 년 전 가상적인 또 하나의 역사 공간 신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우리의 역사이지만 단절된 그래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신라의 여인 미실에게 상상력이라는 숨결을 불어넣는다. <미실>은 신라시대, 왕을 색으로 섬겨 황후나 후궁을 배출했던 모계혈통 중 하나인 대원신통의 여인으로 태어나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를 색으로 섬기면서 신라 왕실의 권력을 장악해 간 미실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는 외할머니 옥진으로부터 온갖 미태술과 기예를 배우며 성장한 미실이 지소태후(진골정통)와 사도왕후(대원신통)의 권력 다툼 과정에 휘말려 자신의 잔인한 운명을 깨닫게 되고 사랑을 빼앗긴 후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에 충천해 냉혹한 여인으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호방하고 장대한 서사 구조 속에 담아냈다.

작가는 역사의 베일에 가려진 미실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신화적 인물로 그려내면서 여러 가지로 재해석될 수 있는 풍요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자기 운명에 발목 잡혀 파멸을 길을 걷는 비운의 여인이 아닌 자기 운명을 개척해 간 여인,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마녀나 요녀로 전락하지 않은 자유로운 혼의 여인으로서의 미실, 그리고 그런 여인이 가능했던 신라를 보여 주는 데 성공했다. 음란하고 방종한 나라가 아니라 아름다움을 섬기고 모신 신라,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여인 미실을 통해 욕망과 본능이 억압되고 왜곡된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란 무엇인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환기시키는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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