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객 지방권 넘쳐 문제 vs 서울-경기권 줄어 문제

2009.06.16 10:45:19 호수 0호

‘빈익빈 부익부’ 심각한 골프장 밀착취재

본격적인 골프 시즌에 돌입하며 골프장마다 다양한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조세특례감면법 시행으로 인해 지방골프장들은 세금이 줄어 내장객이 일일 한도를 초과할 정도로 몰려들어 손님맞이에 한숨 돌릴 틈이 없고, 서울-경기권 골프장은 ‘그래도 서울 인근 수도권이라 영업에 지장이 없을 것’이란 안도감이 ‘내장객 급감’으로 이어지는 현실에 깊은 한숨을 짓고 있다. 내장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올해 정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며 수도권 골프장의 생존 경쟁은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현실에 놓인 셈이다.

강원·충북과 맞닿은 수도권 골프장 직격탄
낮은 회원권 가격으로 최고의 ‘핫 코스’로 등장
 
지난해 10월 이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골프장은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가을을 맞아 밀려드는 내장객으로 인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본격적인 골프시즌이 시작되는 봄에 이어 무더위가 수그러드는 가을을 맞아 ‘제2의 시즌’ 맞이에 분주했다.

강원·충북지역 골프장
내장객 폭주에 환호성

그 즈음 수도권과 인접한 강원, 충북지역은 주말이 돼야 겨우 팀을 꽉 채울 뿐 평일에는 주말의 절반에도 미치질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정부가 시행한 회원제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특별소비세)와 재산세, 취득세를 면제해주다 보니 이용료가 3~4만원씩 인하돼 비회원의 경우 주중은 15만원대에서 11만~12만원대로, 주말은 19만~20만원대에서 15만~16만원대로 크게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이 생겨났다.
그리고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먼저 지방권이지만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강원지역과 충북지역 골프장들이 밀려드는 내장객으로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비발디파크CC(18홀)의 한 관계자는 “세금감면이 시행된 이후 평일 40팀 정도였던 것이 두 배 이상 늘어난 80팀으로 늘어 직원 모두가 비상사태”라며 “회원은 그린피를 받지 않고 특별소비세만 받는데 이마저도 없어져 월 5회 정도 찾던 회원이 10회 이상 골프장을 찾는다”고 말해 심각한 몰림 현상에 당황해하기도 했다.

회원들의 몰림 현상은 주말 뿐 아니라 주중에도 이어져 골프장 측에서 아예 회원들에게 부킹 날짜를 협의한 후 골프장에 통보해주는 식으로 운영하는 골프장도 생겨났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의 충북지역 A골프장 경기팀장은 “가격이 저렴해지다 보니 밀려드는 부킹 청탁도 늘어나 핸드폰을 매일 꺼 놓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원지역 골프장을 찾은 A모씨는 “이전까지 조금 비싸도 가까운 수도권 골프장을 찾았지만 이제 30분 정도만 더 가면 한 사람 그린피가 빠질 정도로 가격이 저렴해 강원지역이나 충청도 지역으로 가게 된다”고 말해 골퍼 스스로가 체감하는 가격차이가 그 만큼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호남지역 골프장… 그린피 4~5만원 줄어들며 내장객 급증
황제 회원권 골프장 울상, 경기지역 골프장 대책 마련 시급


수도권과 인접하지만 강원도, 충청도라는 지역 특성으로 시설에 비해 낮은 회원권 가격과 적은 내장객으로 고민하던 골프장들이 이제 최고의 ‘핫 코스’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20% 이상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골프장들이 많아 그 인기는 올해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세금감면으로 가장 큰 수혜를 받고 있는 강원, 충청지역 골프장 못지않게 영호남지역의 골프장들도 그린피가 4~5만원 줄어들며 내장객이 급증하고 있다.

대구의 팔공CC(18홀)의 경우 카트로가 없어 카트 운행이 안 되는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지리적 입지로 인해 지난해보다 15% 이상 증가한 하루 90팀 정도가 골프장을 찾아 전 직원이 진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고, 인근 다른 골프장들도 주말은 말 할 것도 없이 주중에도 부킹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내장객이 전년도에 비해 급증했다.



영호남지역 골프장 
내장객 급증세

호남지역 골프장의 경우 이전, 주중 팀이 차지 않아 여행사 등을 통해 수도권 골퍼 1박2일 투어로 운영하던 것을 이제 내장객이 늘어나며 수도권 투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세금감면 발표와 함께 서울과 인접한 황제 회원권 골프장들은 오히려 그린피를 올리며 정부대책에 시위 아닌 시위를 한 바 있다. 아무리 지방골프장 가격이 내려도 서울 인근의 입지적인 특성으로 영업에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10월 이후 직격탄을 맞은 여주, 이천, 안성, 안산지역과 달리 지난해 말까지 양평, 가평 등 경기지역에 위치한 소위 ‘황제 회원권 골프장’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사뭇 양상이 달라졌다. 지난해 ‘황제 중의 황제’로 급부상한 가평베네스트는 올해 내장객이 줄며 다양한 방법으로 내장객 모집에 나서고 있다. 가장 손님이 적은 시간대를 지정해 1팀(4인 기준) 중 1인에게 그린피 면제 혜택을 주고 있는 것. 지난해까지는 도저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그런 혜택이다. 뿐만 아니라 인근 크리스탈밸리, 이스트밸리, 프리스틴밸리, 남부, 남촌, 렉스필드 등도 줄어든 내장객으로 인해 영업 전략을 새로 짜며 대안을 찾는 데 고심 중이다.

이중 크리스탈밸리는 기업이나 골프동호회, 회원권거래소 등과 제휴를 통해 주중 아마추어 골프대회 등을 자주 열어 올해 5월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매출을 이어가고 있어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다. 이렇듯 경기지역 골프장들의 내장객 급감은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싼 요금을 치르더라도 가깝고 좋은 골프장을 찾던 골퍼가 저렴한 금액에 이에 못지않은 좋은 시설을 갖춘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 후 다시 비싼 골프장을 찾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가격적인 경쟁력에서 밀려나고 있는 경기지역 골프장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한 대책으로 자체적으로 가격인하라는 히든카드를 꺼내든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지역 내장객 급감
올해말까지 지속될 듯

여주, 이천지역의 몇몇 골프장은 가격인하를 단행한 인근 퍼블릭코스와의 경쟁을 위해 ‘살아남기 위한 대책’으로 그린피를 3~4만원 인하했고, 또한 무료 조식서비스, 그늘집 무료 식사제공 등의 서비스로 내장객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까지 큰 움직임이 없어 보이는 서울 인근 경기지역의 골프장들도 조만간 대대적인 ‘고객유치 전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결국 가격경쟁에서 지방권 골프장에 밀린 상황이어서 어느 정도 ‘제살 깎기’가 불가피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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