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허세남’ 알고 보니…

2013.05.20 15:46:47 호수 0호

철없는 재벌 2세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4월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호텔 인근 영동대로. 세계에서 333대만 한정으로 생산된 뉴 아우디 R8 GT 스파이더가 강남 한복판을 거침없이 질주했다. 지방의 한 대형 의료재단 부이사장 선모(22)씨는 조수석에 앉아 “스포츠모드 갑니다! 살아있네!”를 외치며 치솟는 계기판과 질주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분노의 질주 중. 비 오는데 제로백(시속 0∼100km에 이르는 시간) 밟아봤다. 3초대 초반”이라는 글도 함께 게시했다. 화면 속 계기판의 속도는 시속 200km 근처까지 치솟아 있다. 그러나 영동대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다.



선씨의 ‘무개념 과속 자랑’은 국민신문고에 “강남 한복판에서 고급 외제차로 과속하며 교통질서를 흐리는 사람이 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은 지난 13일 선씨를 불러 과속 행위 여부를 조사했다.

선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 차는 아는 형이 클럽에서 만난 사람의 차다. 난 옆에 타서 촬영만 했다. 차량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한번 밟아보라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 운전자에 대해선 “처음 본 사람이라 누군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지방 대형 의료재단 이사장 아들
영웅심리에 과속동영상 올려 덜미

선씨는 이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벤틀리, 벤츠, 아우디 등 고급 외제차 옆에 서서 찍은 사진도 다수 올렸다. 벤틀리 2대, BMW 3대, 벤츠 1대, 아우디 1대 등 외제차 키를 한데 모아 두고 “부업으로 차량 렌트를 하고 있으니 연락 달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 두기도 했다. 5만원권 돈다발을 들고 자랑스레 게시한 사진도 있었다.

그러나 선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외제차 중 자신의 차는 단 1대도 없었다. 경찰이 번호판이 보이는 차 4대를 조사한 결과 아우디, 마세라티, 벤틀리는 모 캐피털 업체의 소유였고, 제네시스 쿠페 1대만 선씨 부친 명의의 차였다. 고급 외제차 열쇠들도 렌트업을 하는 지인에게 받아 찍은 것이었다. 외제차 옆에 서서 찍은 사진 또한 모두 길거리에 서 있는 차거나 렌터카였다.


선씨의 어머니는 지방의 대형 의료재단 이사장이고 선씨는 20대 초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재단의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상당히 재력가 집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선씨가 주장하는 실제 운전자를 찾는 한편 선씨가 지인들과 서울 강남에서 집단적으로 폭주를 했는지, 차량 개조와 관련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김하은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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