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윤석열정부의 조작 수사·조작 기소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조작기소 특검법’을 전격 발의했다. 국정조사가 사실상 종료된 바로 그날이었다. 하루의 간격도 없었다. 이 장면은 우연이 아니라 설계다. 정치에서 타이밍은 의도를 드러내는 가장 솔직한 언어다. 이 법안은 내용보다 먼저 ‘언제 나왔는가’가 메시지를 말해준다.
명분은 분명하다. 검찰이 정치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왜곡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작된 기소가 있다면 그것을 되돌리는 것이 정의라는 논리다. 이 원칙 자체는 반박하기 어렵다. 국가 권력은 오류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정의는 방향만이 아니라 과정으로도 평가된다.
이번 특검법의 핵심은 ‘공소 유지 권한’이다. 법안은 공소 취소를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검이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 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사실상 공소 취소 권한을 포함한 것으로 해석된다. 표현은 우회적이지만, 결과는 직선적이다. 법은 문장이 아니라 작동 방식으로 판단된다.
이 지점에서 정치적 긴장이 폭발한다. 여당은 “독립된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 사건을 취소하기 위한 셀프 면죄부”라고 규정한다. 같은 구조를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온다. 이 충돌은 단순한 공방이 아니라 권력 구조에 대한 해석의 차이다.
국민의힘은 특히 구조 자체를 문제 삼는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고, 그 특검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있는 구조는 이해 충돌이라는 것이다. 법치주의의 핵심은 절차인데, 이 절차가 무너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정치적 공격을 넘어 헌법적 문제 제기다. 이 비판이 힘을 갖는 이유는 구조가 실제로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겉으로는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지만 속내는 이재명 대통령 본인의 재판을 취소하겠다는 노골적인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필리버스터는 기본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법조계의 반응은 더 직접적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재판 개입”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특검이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사법부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사와 재판은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권력 분립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다.
검사 출신 변호사들도 비슷한 시각을 보인다. 공소 취소는 형사 사법 체계의 핵심 권한이다. 이를 특검에 넘기는 것은 기존 시스템을 우회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권이 바뀌면 동일한 방식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정치적 전염성’도 지적된다. 한번 열린 구조는 계속 사용된다. 법은 선례를 남기고, 선례는 권력이 된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이번 특검은 검사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데 그 수사를 수행할 인력 역시 검사다. 내부가 내부를 수사하는 구조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다. 파견 검사 확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제도가 설계되더라도 실행이 따라오지 않으면 공허해진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왜 하필 4월30일인가. 국정조사가 끝난 바로 그날이었다. 하루만 늦어도 메시지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기다리지 않았다. 이 선택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의도다. 정치 일정과 사법 일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 타이밍이다.
정치는 ‘가능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이번 특검법은 그 순간을 잡은 결과다. 여당 입장에서는 국정조사로는 부족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했다. 반면 야당은 이 흐름을 사전에 설계된 시나리오로 본다. 두 해석 모두 정치적으로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국민은 해석보다 결과를 본다.
그렇다면 이 법은 꼼수인가. 법적으로는 명시적 공소 취소 조항이 없다. 그러나 구조적으로는 그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문제는 이 법이 정의를 위해 설계됐는지, 아니면 정의를 이용해 설계됐는지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불법이 아니라, 합법의 형태를 한 권력이다. 그 순간 법은 통제 장치가 아니라 방어 장치로 변한다.
이 논쟁의 본질은 하나다. 정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두 목적은 종종 같은 방식으로 실행된다. 그래서 구분이 어렵다. 그러나 국민은 그 미묘한 차이를 감지한다. 결과가 같더라도 출발점이 다르면 신뢰는 달라진다.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특검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공소 취소 가능 여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권한이 불명확할수록 정치적 해석은 늘어나고, 해석이 많아질수록 신뢰는 무너진다. 법은 명확할수록 강해진다.
둘째, 임명 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이 최종 임명권을 갖는 구조에서는 이해 충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 추천 비중을 높이거나 제3의 중립 기구를 도입해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은 결과보다 중요하다. 과정이 의심받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셋째, 수사와 재판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 특검이 수사를 하더라도 재판에 영향을 주는 구조는 최소화해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이 선이 흔들리는 순간, 모든 권력은 서로를 침범하기 시작한다.
이번 특검법은 단순한 법안이 아니다. 권력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장치다. 검찰 권력을 견제할 것인지, 정치 권력이 사법 영역으로 확장될 것인지가 걸려 있다. 이 선택은 일회성이 아니다. 한 번 만들어진 구조는 반복된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정치는 늘 정의를 말한다. 그러나 국민은 정의보다 먼저 구조를 본다. 정의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만, 권력은 설계로 작동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불안을 느낀다. 지금 이 특검법이 의심받는 이유도 바로 그 구조 때문이다.
법은 한번 권력을 보호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권력을 통제하지 못한다. 이번 특검이 옳으냐 그르냐는 시간이 지나면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방식이 하나의 선례로 남는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예외는 내일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결국 다음 권력을 위해 다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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