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노상원 ‘고문·자백제 문건’ 타깃 정치·언론인이었다

2026.04.30 10:26:42 호수 1582호

“‘노상원 수첩’ 체포 명단이 대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군정보사령부가 12·3 내란 6개월 전 작성한 이른바 ‘고문·자백제 문건’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문건에 적시된 약물은 ‘노상원 수첩’에 적혀 있는 정치·언론인들에게 쓰려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문 전 사령관은 정보사 요원들을 통해 약물 효능까지 확인했다.

국군정보사령부는 2024년 6월 약물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 그간 누구에게 사용하려 했던 것인지 추측이 난무했다. 대상은 ‘노상원 수첩’에 적힌 인사들이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500명을 수집하겠다’며 정치인은 물론 연예인, 체육인, 언론인 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노상원 직접 개입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같은 해 6월 초 정보사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 이모 대령에게 관련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 그는 현재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북파공작원) 부대장을 맡고 있다. 이 대령이 작성한 문건의 제목은 ‘협상과 설득을 통한 주요 정보 입수 방법’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문건과 동일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문 전 사령관은 이 대령에게 문건 작성 지시 한 달여 전 노 전 사령관에게 연락을 받았다. 당시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비상계엄 상황이 되면 체포된 정치인,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고문이나 약물을 사용해 진술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알아봐라”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

문 전 사령관은 수사기관에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실무자들에게 알아보라고 했고 노상원에게 전화해 ‘전문 의료인 수준에서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말한 건 맞지만 문건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 대령은 “문 전 사령관이 ‘공작 업무와 관련해 진술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지시 이후 문 전 사령관 비서실에 전달했다”고 했다.

문 전 사령관은 이 대령에게만 문건 작성을 지시하지 않았다. 그는 HID 부대장 출신인 다른 영관급 장교에게도 “북한 고가치 인물을 포획했을 때 고문·설득 방법을 정리해서 줘라”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이 장교는 “지시를 메모하기만 했고 이 대령에게 넘겼다. 다른 건 모른다”고 주장했다.

문상호, 노 연락받고 2024년 6월 문건 작성 지시
정보사 요원들 통해 약물 효능 및 존재까지 확인

정보사 특수사업처장 출신 한 대령도 “문상호가 ‘이 대령에게 포로 신문 포섭 방안 과업을 지시했는데 어떻게 돼가냐’고 물어봤다. 이 대령이 문 전 사령관 비서실에 전달한 사실을 알려준 적은 있다”고 했다.

수사기관은 문 전 사령관이 정보사 요원을 통해 향정신성의약품 효능을 알아본 사실도 확인했다.

한 군 관계자도 “불상의 인물 2명이 와서 향정신성의약품 목록을 보여주면서 효능을 물어봤다. 2024년 여름이었는데 알고 보니 정보사 직원들이었다”고 진술했다.

이 대령이 작성한 문건에는 비상식적 문구들이 수차례 등장한다. 문건에 적힌 신체적 고문 방법은 다음과 같다.

▲복면으로 눈을 가리고 나체 상태로 장시간 방치하기(체온 저하) ▲물고문(찬물 뿌리기, 이마에 한 방울씩 장시간 떨어뜨리기) ▲벌레, 개 등을 이용해 공포심 유발 ▲수면 박탈 및 장시간 공복 유지 ▲러시안룰렛 / 눈을 가리고 신체 근처에서 전동드릴 작동 ▲좁은 공간에 가두기(대리석 바닥, 시멘트 독방 등) ▲감각 이탈(낮은 온도, 밝은 조명) 등이 언급됐다.

정신적 고문으로는 ▲고독감을 느끼도록 사회활동으로부터 격리해 독방 감금(외부 소식 차단) ▲가족에 대한 협박 ▲평생 불구자로 만들거나 종신형을 선고할 것이라며 위협 ▲아파트, 자동차, 장학금 등 물질적 수단으로 회유 ▲사기를 꺾기 위한 인격적 모욕, 가혹행위와 같은 방법이 나열됐다.

3항에는 자백 유도제로 쓰이는 약물과 사용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대표적으로 ▲벤조디아제핀 ▲펜토탈나트륨(티오펜탈나트륨) ▲프로포폴 ▲케타민 등을 예시로 들었다. 문 전 사령관은 정보사 요원들을 통해 펜포탈나트륨을 제외한 모든 약물이 군 병원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노, 수사기관서 “작성 경위 모른다” 전면 부인
문→노 문건 전달했다면 ‘군사기밀 유출’ 혐의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 대해 “작성 경위도 모르고 문상호한테 문건을 받지도 않았다”고 진술했다.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을 포함한 수사기관의 판단은 달랐다. 문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이 연락한 사실을 확인했고 문 전 사령관이 업무상 군사기밀을 유출했다고 봤다.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이 없었다면 문건 작성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사 관계자들은 ‘노상원 수첩’에 거론된 인물들로부터 원하는 진술을 받아내지 못했을 경우 약물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는 ‘500명을 수집하겠다’며 정치인은 물론 연예인, 체육인, 언론인 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기존 체포 명단 14명 외 김제동, 차범근 전 축구감독, 유시민 작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이 포함됐다.

그는 체포 대상자들을 A급부터 D급까지 분류했다. 김제동과 유 작가, 김 총수, 문재인 전 대통령,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은 A급 수거 대상으로 분류됐다. 또 민주당 정청래, 김용민, 김의겸 등 전·현직 의원들도 적혀 있었다. 문재인정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청와대 행정관 이상, 차관 이상, 국정원 하수인, 경찰 총경, 장관 보좌관’까지 무더기로 수거 대상에 올렸다.

내란 특검팀 조사를 받았던 한 정보사 관계자는 “노상원이 약물 문건과 관련해 수첩에 거론된 대상 외에도 ‘부정선거를 밝히려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에게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여전히 모르쇠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한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은 조만간 문 전 사령관을 불러 전반적인 내용을 캐물을 방침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통신 등 영장을 집행해 물적 증거를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문상호가 노상원에게 문건을 전달했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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