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품절’ 치솟는 계란값 민낯

2026.04.06 11:38:26 호수 1578호

한판 7000원 진실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최근 계란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매년 계란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는 모양이다. 업계에서는 가격 상승 원인으로 유통 과정에서의 거래 관행과 구조적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특란 30개 기준 연평균 소비자가격을 보면 2021년 6949원에서 2022년 6629원으로 320원(약 4.6%) 하락했고, 2023년에는 6491원으로 다시 138원(약 2.1%) 떨어졌다. 이후 2024년에는 6560원으로 69원(약 1.1%) 상승하며 반등했고, 2025년에는 6787원으로 227원(약 3.5%) 올랐다. 이처럼 계란 한 판 가격은 최근 몇 년간 6000원대 중후반 수준에서 움직이며 등락을 반복해 왔다.

갈수록
오름세

다만 올해 들어 상승 폭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6년 현재 계란 소비자가격은 약 7045원 수준으로, 전년 평균 가격(6787원)과 비교해 약 258원(약 3.8%) 상승했다. 특히 1년 전 같은 시기(약 6041원)와 비교하면 1000원 이상 오른 수준으로, 상승률은 약 16%에 달한다.

계란은 대표적인 생활 필수 식품으로, 가정에서의 소비뿐 아니라 제과·제빵과 외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만큼 가격 변동이 체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최근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계란값까지 오르며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현재 계란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공급 감소다. 겨울철을 중심으로 AI가 확산되면서 산란계 살처분 규모가 크게 늘었고, 이로 인해 계란 생산량이 감소했다. 계란은 생산과 소비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신선식품 특성상 공급 변화에 따라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 생산비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산란계 농가의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산지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였고, 이는 소비자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봄철을 앞두고 외식과 가공식품 수요가 증가하는 계절적 요인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란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공급은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급 요인만으로는 산지 가격과 소비자 가격 사이의 격차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계란값은 단순히 생산량과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실제 유통 과정에서는 농가에서 생산된 계란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며 가격이 형성된다. 일반적으로 계란은 ‘농가, 집하·선별업체, 도매상, 소매(마트·시장)’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유통된다.

이 과정에서 물류비와 선별·포장 비용, 파손 등에 따른 손실 비용이 더해지며 가격이 단계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다만 문제는 이런 비용이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계란은 신선식품 특성상 운송과 보관 과정에서 일정 비율의 파손이나 품질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를 반영해 유통 단계에서 비용이 붙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평균 10% 이상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손실 규모와 비용 반영 방식은 거래 주체 간 협의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가격 형성 과정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후장기·DC 등 거래 관행이 원인?
판매가 두고 ‘네 탓’ 엇갈린 주장

계란 거래는 일반적인 상품 거래 방식과 다르다. 대표적인 것이 ‘후장기’로 불리는 사후정산 방식이다. 이는 농가가 계란을 먼저 유통업자에게 넘긴 뒤,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정산을 받는 방식으로, 거래 시점에 가격이 확정되지 않는 구조다.

후장기 거래에서는 유통업자가 도매나 소매 단계에서 판매를 마친 이후, 판매 가격과 손실 등을 반영해 농가에 지급할 금액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고시 가격이나 시세를 기준으로 일정 금액이 차감되며, 농가는 최종 정산 시점이 되어서야 실제 수취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거래 당시에는 수량과 품목만 기록되고 가격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 ‘DC(Discount,할인)’ 방식이 함께 작용한다. 유통업자는 고시된 산지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를 진행한 뒤 유통비, 손실 비용 등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차감하고 농가에 지급한다.

이로 인해 고시 가격과 실제 농가 수취 가격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일부 현장에서는 고시 가격 대비 상당한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같은 거래 방식은 가격 형성 과정에서 유통 단계의 영향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납품 시점에 가격을 확정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유통 단계에서 가격이 조정되는 구조가 굳어진다.

또 계란 가격은 오랜 기간 생산자단체가 발표하는 산지 가격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원래는 참고 지표 성격이었던 고시 가격이 실제 거래 기준으로 활용되면서, 가격 결정 구조가 일정한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경향이 나타났다.

유통 단계에서는 이 고시 가격을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이후 정산 과정에서 조정되는 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결국 계란값은 생산 단계에서 결정된 가격이 그대로 소비자 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통 단계에서의 비용 반영과 거래 방식, 가격 기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형성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중간에
마진은?

계란값 상승의 원인을 둘러싸고 생산자와 유통업계 간 입장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가격이 오른 원인을 두고 각 주체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목하면서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산란계 농가 측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공급 감소를 계란값 상승의 원인으로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동절기 동안 수백만마리에서 많게는 1000만마리에 이르는 산란계가 살처분되면서 생산 기반이 크게 약화됐고, 이로 인해 계란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하루 약 5000만개 수준이던 계란 공급량이 수백만개 단위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농가는 살처분 이후 곧바로 생산이 재개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공급 감소 영향이 장기간 이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병아리를 다시 입식해 계란을 생산하기까지 최소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에 수급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농가들은 생산비 상승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료 가격이 국제 곡물가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크게 오른 데다 인건비와 전기료 등 운영 비용이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생산단가 자체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조사에서는 계란 1개당 생산원가가 170원대 후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산지 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때문에 농가 측에서는 현재 가격 수준을 두고 ‘폭등’이 아니라 ‘정상화 과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과거에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고, 최근 가격 상승은 최소한의 비용을 반영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일부 농가에서는 연평균 수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가격 상승을 단순히 이익 확대와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상화 과정?
진짜 이유는?

또 생산자단체의 가격 고시와 관련해서도 농가 측은 이를 강제성이 없는 참고 지표로 보고 있다. 실제 거래 가격은 개별 농가와 유통업자 간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최근 가격 상승 역시 인위적인 조정이 아니라 공급 감소에 따른 시장 반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유통업계는 다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일부 농가가 공급 부족을 이유로 기존 거래 가격에 더해 웃돈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통 단계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기준가격에 더해 개당 10~20원 수준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매입 단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비용 상승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형마트와 식자재마트 등 주요 판매처는 납품 단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리는 데 제한이 있어, 상승한 매입 가격을 유통업체가 그대로 전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준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고, 유통 단계에서 일정 부분 비용을 떠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계란이 소매 유통 과정에서 ‘미끼 상품’처럼 활용되는 점도 유통업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식자재마트의 경우 소비자 유인을 위해 계란을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납품업체에 원가 수준 또는 그 이하의 가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이 같은 관행이 지속되면서 정상적인 계란 가격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계란이 갖는 특성상 발생하는 손실 비용도 유통업계가 떠안고 있다고 호소했다.

계란은 운송과 보관 과정에서 파손이나 품질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한 손실과 선별·포장 비용,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실제 마진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는 결국 이 과정에서 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커지는 업계 담합 의혹
정부 가격 체계 대수술

정부와 공정거래 당국은 생산자단체가 발표한 산지 가격이 시장에서 사실상 기준 가격이 되면서 경쟁을 제한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가격 고시 이후 일정 수준 이하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웠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대한산란계협회가 지역별 산지 가격을 고시하고, 이 가격이 거래 기준처럼 활용되면서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검토 중이다.

특히 가격 상승 시점과 관련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이전부터 가격이 상승한 점도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단순한 수급 변화 외에 가격 형성 과정에서 인위적인 요인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도 계란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작업에 나선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지 가격을 공공기관이 조사·발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가격 검증을 위한 별도의 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처럼 민간 단체가 가격을 고시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가격 형성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거래 방식 역시 손질할 예정이다. 농가와 유통업자 간 거래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가격, 규격, 손실 반영 기준 등을 사전에 명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사후정산 방식으로 이뤄지던 거래 관행을 개선해 가격 결정 시점을 앞당기고 분쟁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목적에서다.

수급 안정 대책도 병행되고 있다. 정부는 산란계 사육 기반을 확대하고, 계란 가공품을 비축했다가 가격이 상승할 경우 시장에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급이 줄어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계란뿐 아니라 돼지고기 등 다른 축산물 유통 구조에 대해서도 가격 담합과 재고 관리 문제를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가격 형성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불투명한
유통 구조

한 유통업계 관계자 A씨는 “가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단계별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구조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이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다 보니 문제가 매년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msharp@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