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 범죄학> 관계성 범죄 대책, 이대로 좋은가?

  • 이윤호 교수
2026.03.31 11:02:37 호수 1577호

최근 떠들썩했던 사건 중 하나는 이른바 ‘관계성 범죄’다. 하루가 멀다고 전 연인이 스토커에게 희생당하고, 친밀한 관계의 사람에게 배우자가 살해당하는 일들이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같은 유형의 범죄를 흔히 관계성 범죄라고 부르는데, 이는 말 그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가족, 배우자, 연인, 친구 등 특정한 관계가 있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범죄다.



서양에서는 흔히 ‘친밀한 관계의 폭력’이라고 더 많이 불리기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 관계성 범죄가 갑작스러운 현상만은 아니다. 예전이라면 개인적인 문제라거나 가정 문제, 집안 문제로 치부돼 단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여권의 신장과 사회와 형사사법기관의 인식 변화로 더 이상 개인의 사적인, 집안의 문제가 아닌 여성의 문제, 사회의 문제로 세상 밖의 공적 문제가 되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게 된 측면이 강하다.

인식의 전환에는 나름의 이유가 많이 있겠지만, 범죄학적으로, 형사사법적인 측면에서는 범죄 자체의 잔인성과 지속성, 그리고 반복성, 그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 때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나 대부분의 관계성 범죄에 있어서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인 경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권력과 통제의 범죄로서 약자에 대한 폭력이요, 지배와 종속의 폭력이라는 점에서 여성의 지위와 기본적 인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요 침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관계성 범죄로는 교제 폭력 또는 연인 폭력, 스토킹, 가정 폭력, 그리고 최근에는 그루밍 범죄나 로맨스스캠과 같은 사이버상 범죄가 있다.

모든 폭력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인 범죄가 다 관계성 범죄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시간과 공간에 대면해야만 일어날 수 있는 범죄다. 그렇다면 이런 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상호 관계에 있는 잠재적 가해자와 잠재적 피해자가 같은 시간과 공간에 같이 있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관계성 범죄의 경우에는 특정한 관계로 인해 현실적으로 분리 조치가 쉽지 않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거주지와 직장은 물론이고, 모든 일상을 잘 알고 있음에도 현재 사법기관의 관계성 범죄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분리 조치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조치가 행해져도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와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거의 무용지물이다.

이번 남양주 사건에서 보듯이, 경찰의 부족한 조치가 한 여성을 관계성 범죄 희생자로 만들지는 않았는지 질타를 받고 있다. 바로 충분한 정도로 분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과 경력이나 이전의 관계성 폭력으로 경찰에 신고된 이력 등을 충분히 고려했다면, 피의자를 피해 여성으로부터 물리적으로 완전하게 분리시켰어야 했다.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경찰이나 특히 법원에서는 범죄 피해에 대해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그들의 인식 속에는 사람이 죽거나 피를 흘리고 다쳐야 심각한 피해인 것이다.

범죄 피해는 눈에 보이는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더 심각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는 신체와 생명의 손상처럼 물리적 피해도 물론 중요하지만, 범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과 같은 정신적 피해가 더 무섭고 심각할 수 있는데도 우리 사법기관에서는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완전한 분리 조치라고 할 수 있는 인신 구속영장의 청구나 발부에 있어서 경찰, 검찰, 법원 모두가 사법의 절차적 편의를 우선한 나머지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영장 신청과 발부의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잠재적 피해자에 대한 재범의 위험성이나 우려는 왜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사법 절차의 편의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중심에게 맞춰져야 할 것이다. 피해자에게 스마트 시계가 아니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워서 접근 자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영장 청구나 심사에도 재범의 가능성, 위험성이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