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산 해운대구에 자리한 데이트갤러리에서 김춘환 작가의 개인전 ‘Noir et blanc 흑, 백’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데이트갤러리에서 진행한 김춘환의 두 번째 전시다.
김춘환 작가의 개인전 ‘Noir et blanc 흑, 백’은 화이트와 블랙이라는 색채 대비를 넘어서 동일한 행위로 만들어낸 두 가지의 감각적 모습을 조망한다. 작품마다 빛의 반사로 드러나는 색, 인쇄물의 고유한 물성, 작가가 가하는 압력과 밀도의 조절 등의 조건 속에서 현대사회를 시각적·물질적으로 재현한다.
인쇄물
김춘환은 “2000년도 초반 프랑스에서 잡지를 이용한 작업을 시작할 즈음 많은 양의 잡지를 구하는 게 문제였다. 초기엔 한인 커뮤니티에 광고를 내서 패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는 학생들에게서 (잡지를) 구하며 작업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작업실로 이사 온 후부터는 프랑스 동네 주민들이 제가 잡지로 작업하는 걸 알고 작업실 문 앞에 잡지들을 놓고 가곤 했다”며 “프랑스 재활용협회장이 제 작품을 구입하고 각종 포장지를 2t 정도 후원해 줘서 사용하고 있다. 항상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작업이 진행되며 작업 구상 중에 필요한 종이를 길에서 우연히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작가는 작품에 사용되는 종이의 물성을 관찰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거친다. 새로운 시각으로 본 종이는 자르고 반복적으로 구겨지고 압축한 후 절삭을 통해 캔버스 위에서 심층적인 단면을 드러낸다.
수집한 인쇄물은 작품으로 각색됐을 때 어떠한 이미지로 변모할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연한 과정도 작품에 스며든다. 작품 속에 온전한 작가의 의도만 들어간 게 아니라 종이 덩어리의 조화와 상호 간섭으로 조율된 화면을 보여준다.
종이를 자르고 구겨서
무거운 존재감 드러내
김춘환은 붓 대신 칼을, 물감 대신 종이를 사용해 전통적인 회화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평면 회화이면서도 조각인 작가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간다. 정보를 전달하던 인쇄물의 이미지와 글이 작가의 손을 거쳐 구겨지고 겹쳐지면서 절삭의 과정을 지나 새로운 조형적 언어가 돼 복잡하면서도 밀도 있는 시공간을 만든다. 작가는 이러한 평면 회화에 압축적이고 입체적으로 화면에 질서와 무질서의 교차를 형성한다.
김춘환에게 흑과 백은 이원론적 상징이 아닌 동일한 제작 방법이 만든 서로 다른 밀도의 상태, 종이가 서로 만나는 경계의 차이, 이미지가 해체된 이후 재구성된 두 극단의 결과다. 인쇄물에 새겨진 시각적인 소비의 이미지는 작가로부터 무게와 깊이감을 가지고 새로운 의미로 시각화된다.
김춘환 예술의 핵심 의제는 가장 가벼운 것, 즉 종이를 통해 가장 무거운 존재감, 즉 새로운 회화의 형식 완성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소비되고 버려지는 일상의 파편을 예술의 영역으로, 더욱이 가장 진취적인 방법으로 끌어올린 그 형식은 과잉된 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물의 본질과 예술적 수행의 가치가 무엇인지 절실히 느끼게 하는 내재적 힘을 지닌다.
재구성
데이트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단순한 색채 대비를 넘어 인쇄물을 새로운 상태로 재구성하는 동시에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과정과 결과에 주목했다”며 “종이의 물성이 만들어낸 질서와 무질서의 교차 속에서 깊이와 긴장을 느끼며 사물과 예술의 의미를 사유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데이트갤러리
<jsjang@ilyosisa.co.kr>
[김춘환은?]
김춘환은 1995년 프랑스로 이주 후 30년 이상 일상에서 새로운 시선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학사를 마친 뒤 프랑스 파리8대학 조형예술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활발히 작업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그는 파리, 브뤼셀, 뉴욕 등 국내외 갤러리와 아트페어 등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작품을 널리 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