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과하게 생각한다

2026.02.23 07:21:31 호수 1572호

그랜트 스나이더 / 윌북 / 1만9800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남긴 이 명쾌한 문장은 지금 우리에게 고달픈 현실이 되고 있다. 오히려 그 생각만으로 지쳐버린 현대판 데카르트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의심과 불안에 쫓겨 끝없이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 멈춰 서서 잠시 숨을 고른다.



그리웠던 옛 친구를 만나고 손에 익은 옛 책을 펼치고 감미로운 옛 음악에 몸을 맡겨본다. 그럼에도 생각은 여전히 한시도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 억지로 끊어내려 할수록 더욱 거세지는 생각의 파도 앞에서 누군가는 초연하게 말을 건넨다. 복잡한 마음의 모양이야말로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일지도 모른다고.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눈앞의 현실을 잊어버리거나,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오늘 저지른 실수가 머릿속에 영화처럼 상영된 적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생각한다 고로 과하게 생각한다>를 한번 펼쳐 보시길 권한다.

생각이 많아 괴로운 당신에게 이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고요한 위안을 선사한다. 글로 적기에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과 생각을 다루는 만화로, 공감의 독백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완벽주의와 자책에 빠진 우리의 머릿속을 날카롭고도 유머러스한 펜 끝으로 다시 그린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전부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한 컷의 예술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생각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내면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게 된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은 평생의 숙제다. 감정은 매 순간 요동치는 파도만큼이나 다루기 까다롭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표현하고 싶어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불안과 자책에 빠지곤 한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면 억지로 잠재우거나 외면하고 싶어지지만,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상태를 나의 일부로 인정하는 일이다.


이 책은 단순히 생각을 멈추라고 조언하는 대신 우리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에 구체적이고 기발한 형상을 부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성실한 리듬과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적인 상상력을 닮은 한 컷 만화들은 우리가 미처 언어로 풀어내지 못했던 마음을 포착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불안은 나를 침범하는 적이 아니라 까다롭지만 미워할 수 없는 동행자가 되어 곁에 머문다. 자책으로 얼룩졌던 어제의 기억도 그만큼 스스로를 세심히 관찰하고 격려한 흔적이기도 하다.

모호한 표정의 주인공이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혼잣말하는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아진다. 끝없이 떠오르는 상념을 떨쳐내기보다 마음의 무늬를 유쾌하게 덧그려보는 것이다.

“안정적인 것은 지루해, 완벽해지기는 어려워, 생각을 포기할 수는 없어”라고 말하는 나를 오히려 즐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구불거리는 선들이 텅 빈 종이를 채워 하나의 작품을 만들듯이 우리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도 그 자체로 근사한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난히 지친 하루를 보냈다면 생각의 흐름에 몸을 온전히 내맡겨보자.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하다는 평온이 오래도록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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