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경계에 선 자아’ 유기주

2026.02.12 00:18:58 호수 1570호

무너진 신체를 다시 세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 호리아트스페이스가 작가 유기주의 개인전 ‘Hunting the unseen - Shadow Hunter’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신체적 감각이 무뎌지는 ‘감각의 진공 상태’를 마주한 이후 무너진 존재의 좌표를 다시 세우기 위해 치열하게 추적해 온 기록이다.



유기주는 회화, 영상, 조각, 도자기 등 다양한 매체의 실험을 통해 실존의 경계에 선 자아를 탐구한다. 세밀한 묘사 대신 자신의 숨결과 종이의 움직임을 조율하며, 우연과 통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현존을 증명하는 새로운 회화와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실체 아닌

유기주는 손의 통제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들숨과 날숨, 그리고 신체의 움직임을 작업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흑연 가루를 물에 풀어 입김으로 형태를 잡고 양손으로 종이를 흔들어 물줄기를 분산시킨다. 이 과정에서 미처 녹지 못한 가루들이 덩어리를 이루며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변상증(pareidolia)’ 연작은 무정형의 흔적 속에서 대상의 실루엣을 포착하며 감각의 진공 속에서 잃어버렸던 존재의 형체를 다시금 식별해낸다. 이는 사진작가 만 레이가 빛의 회화적 반응을 통해 대상의 본질을 새롭게 발견하려 했던 시도와 맞닿아 있다. 관람객은 작가가 남긴 흑연의 심연 속에서 각자의 형상을 투영하는 능동적인 경험을 하게 한다.

이 같은 행위는 매체의 우연성에 기대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숨결의 속도와 종이를 기울이는 각도를 정교하게 조율하는 작가의 치밀한 통제 의지가 서려 있다. 작가는 자신을 ‘종이와 혼연일체가 돼 왈츠나 탱고를 추는 무용수’에 비유하며 신체의 한계를 냉소하듯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나간다.


감각의 진공 상태 이후
다양한 매체로 선보여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며 끝내 살아남은 흑연의 흔적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우연마저 길들이려 했던 치열한 수행의 결과물이다.

전시는 2차원 평면 작업을 넘어 설치와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한다. 유기주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소한 사물들을 전시장에 배치하고 어둠 속에서 물체만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낮은 조명을 활용한다. 작은 사물들이 긴 그림자를 던지는 순간, 전시장 공간은 거대한 관람차와 롤러코스터가 교차하는 환상의 ‘놀이동산’으로 변모하며 대상의 위계는 전복된다.

유기주는 고정된 실체보다 그로부터 파생된 그림자에 집중함으로써 실재를 바라보는 고정된 시각을 흔든다. 관람객은 시각의 경계가 무너지는 틈에서 자신의 심연에 따라 형상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된다. 작가가 명명한 ‘놀이동산’ ‘심판’ ‘노송’ 등의 제목은 모호한 심연 속에서 건져 올린 최소한의 좌표이자 관람객에게 건네는 유연한 해석의 길잡이다.

그림자

호리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로서의 작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나약함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매체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생생한 현장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자료·사진= 호리아트스페이스 

<jsjang@ilyosisa.co.kr>


[유기주는?]

▲학력
국민대학교 회화과 졸업
국민대학교 대학원 인터미디어아트 석사 수료

▲전시
‘양립된 거울’ Space+갤러리(2022)
‘PLAY’ 스몰 벗 그레이트(2025)
‘습관 서식지 아비투스(Habit-Habitat-Habitus)’ 한국예술종합학교 강태희갤러리(2025)
‘서울공예문화축제’ 서울함(2024)
‘Wavy Wave’ 호리아트스페이스(2024)
‘도서관 속 작업실’ 의정부미술도서관(2023)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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