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코스피 5000 돌파는 단순한 증시 기록이 아니라 한국 경제가 완전히 다른 궤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과거처럼 위기 뒤에 모두가 함께 회복하는 V자나 U자의 시대였다면 이 숫자는 곧바로 생활 경기의 회복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승은 체감과 분리돼있다. 이는 우리가 더 이상 같은 경제 안에 살고 있지 않다는 신호다.
한국 경제는 지금 명백한 K자형 성장 구조로 들어섰다. K자형 경제성장이란 경기회복이나 성장 국면에서 일부 산업과 계층은 빠르게 위로 치솟는 반면, 다른 쪽은 정체하거나 더 내려가는 분기 구조를 말한다. AI와 반도체, 금융과 플랫폼에 연결된 기업과 자산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만, 자영업과 내수, 노동 밀집 산업은 그 흐름에서 이탈한다.
같은 성장률 아래에서 서로 다른 경기 사이클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대다.
코스피 5000은 이 K자의 윗부분이 얼마나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수를 끌어올린 것은 대부분 AI, 반도체, 2차전지, 글로벌 수출 대기업이다. 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중동과 유럽의 AI 투자 자본과 실시간으로 연결돼있다.
그들의 실적은 한국의 골목상권이나 내수 소비와 직접 연결돼있지 않다. 그래서 주가는 오르는데 장바구니는 가벼워지는 기묘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AI 사이클은 이 분화를 구조적으로 고착화한다. 인공지능은 노동을 대체하면서 동시에 극단적인 생산성 격차를 만든다. 데이터를 가진 기업, 알고리즘을 가진 기업, 반도체를 가진 기업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확장성을 확보한다.
반면 그 아래에서 일하던 중간 노동과 서비스업은 설 자리를 잃는다. 기술 진보가 성장과 동시에 사회적 분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자산 격차는 이 K자를 더욱 벌린다. 코스피 5000과 AI 주식 상승은 이미 주식과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에게는 새로운 부의 도약이지만, 주식이 없는 다수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해외 투자에 접근할 수 있는 계층은 AI 사이클의 과실을 흡수하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물가와 금리, 임대료 상승만 떠안는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는 “경제는 좋은데 나는 더 힘들다”는 역설이 퍼진다.
이 K자형 구조는 6월3일 지방선거를 경제 투표로 바꾼다. 같은 정부, 같은 성장률, 같은 코스피 5000 아래에서 유권자들은 전혀 다른 현실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AI와 자산 상승의 혜택을 체감하는 쪽은 안정과 성과를 말하고, 생활경제에 갇힌 쪽은 분노와 박탈을 느낀다.
이 선거는 이념이 아니라 K자의 어디에 서 있는지를 묻는 투표가 된다.
정치가 이 구조를 방치하면 K자는 더 가팔라진다. AI와 반도체, 금융이 만들어내는 초과이익은 계속 위로만 쌓이고, 아래쪽은 소비 위축과 일자리 불안 속에 더 깊이 빠진다. 이런 사회는 결국 포퓰리즘과 분열 정치로 향한다. 성장률이 오를수록 불만도 커지는 역설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K자 사회의 정치적 위험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이 선택해야 할 다음 단계는 K자의 고착이 아니라 ∩자형 성장이다. ∩자형 성장이란 위쪽의 과열은 완만하게 낮추고, 아래쪽의 바닥은 강하게 끌어올려 사회 전체의 안정적 중간대를 넓히는 구조다. 이는 자연적으로 오지 않는다.
AI와 자산의 부를 사회 전체로 재분배하는 정치적 설계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모델이다.
∩자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AI와 반도체, 금융이 만들어내는 초과이익을 사회 배당의 형태로 환원해야 한다. 데이터와 인프라, 공공 연구 위에서 만들어진 부가 소수 기업에만 귀속되면 K자는 더 벌어진다. AI 초과이익, 반도체 로열티, 데이터 사용료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것이 위쪽의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동시에 AI를 노동과 지역경제로 내려보내야 한다. 지금의 AI는 자본의 생산성만 높이고 있다. 이를 중소기업, 자영업, 공공서비스, 지방 산업에 결합해 생산성을 공유해야 아래쪽이 올라온다. AI를 가진 대기업만 성장하는 구조에서는 ∩자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술을 사회 전체의 도구로 바꾸는 정책이 필수다.
마지막으로 자산 상승의 진입권을 국민에게 열어야 한다. 코스피와 AI 자산이 오를 때 이미 가진 사람만 부자가 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K자는 고착된다. 국민 AI 펀드, 국가 반도체 펀드, 지수 연동 국민계좌 같은 제도를 통해 상승의 입장권을 사회 전체에 배분해야 한다. 그래야 K자의 위쪽과 아래쪽이 하나의 곡선으로 다시 묶인다.
6·3 지방선거는 바로 이 선택의 분기점이다. 코스피 5000과 AI 사이클이 상위 10%의 잔치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국민 전체의 성장으로 전환될 것인지를 가르는 정치적 판단이 이뤄진다. 유권자들이 묻는 것은 단순한 성장률이 아니라 ‘이 성장에 내가 포함돼있느냐’다.
한국 경제는 지금 K자에서 ∩자로 갈지, 분열로 갈지를 선택하는 문 앞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