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코미디언 강유미가 선보인 이른바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코미디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해당 콘텐츠가 통렬한 세태 풍자인지 아니면 특정 집단을 제물 삼은 ‘혐오 비즈니스’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면서다.
특히 이번 논란은 단순한 코미디 호불호를 넘어, 플랫폼 알고리즘이 부추기는 자극적인 소재주의와 학교 현장의 젠더 갈등 문제까지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일 강유미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중년남미새’ 편이다. ‘남미새’는 ‘남자에 미친 XX’의 줄임말로, 남성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거나 남성 중심적 사고를 가진 여성을 비하하는 은어다.
해당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인 8일 기준 조회수 140만회, 1만5000개의 댓글이 달리며 여전히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상 속 강유미는 아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여직원이나 여학생들에게는 엄격하고 편향된 잣대를 들이대는 중년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영상 속 캐릭터는 여성 동료가 혼자 밥을 먹는 것을 두고 “사회성이 없다”며 뒷담화하거나 “그렇게 순진하게 생긴 애들이 뒤에서 남자를 밝힌다”는 식의 험담을 쏟아냈다.
반면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는 “우리 아들은 순진해서 여자애들이 때리면 맞고만 온다”며 감싸고 “딸은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해서 싫다”고 노골적인 ‘아들 선호’ 사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강유미의 연기를 두고 “인류학 보고서급 고증”이라며 환호했다. 이들은 해당 영상이 가부장제에 순응하며 같은 여성을 억압하는 일부 중년 여성들의 내면화된 여성혐오를 날카롭게 꼬집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누리꾼들은 “직장에 꼭 한 명씩 있는 유형”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소름 돋는다”며 공감을 표했다.
반면, 맘카페 등 학부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아들을 키우는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잠재적인 ‘남미새’나 ‘예비 악덕 시어머니’로 매도당하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개그를 빙자해 여성 간의 갈등을 부추긴다” “자극적인 소재로 특정 집단을 조롱거리로 삼는 것이냐” 등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댓글창의 변화다. 초기에는 해당 영상이 여성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 등이 주를 이뤘으나, 이후 10대 여학생들의 ‘댓글 미투(Me too)’로까지 번지면서, 단순한 콘텐츠 비평을 넘어 학교 현장의 여성혐오 실태를 고발하는 ‘성토의 장’으로 변모했다.
영상 속 캐릭터가 “요즘 여자애들은 영악하다”며 무조건적으로 아들을 감싸는 대목이 10대 여학생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분석된다. 학생들은 댓글을 통해 자신들이 학교에서 실제로 겪고 있는 남학생들의 여성혐오적 언행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댓글창에는 “반 남학생들이 수행평가 점수가 높은 여학생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다” “딥페이크 성범죄나 불법 촬영물에 대해 죄의식 없이 낄낄거리는 남학생들이 태반이다” “남학생들이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데도 선생님이나 학부모는 ‘남자애들이라 철이 없어서 그렇다’며 묵인한다”는 증언이 줄을 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강유미가 연기한 캐릭터가 현실에서 가해 학생을 옹호하고 피해 학생을 2차 가해하는 어른들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이 영상은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학교 현장의 심각한 젠더 권력 문제와 가정교육의 부재를 시사하는 다큐멘터리”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유튜브 코미디의 주류로 자리 잡은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가 조회수와 화제성에 매몰돼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탄맘’ ‘신도시 부부’ 등 특정 지역이나 세대, 직업군의 특징을 극대화해 묘사하는 방식은 시청자들에게 즉각적인 공감과 웃음을 주지만, 필연적으로 ‘편견 강화’와 ‘낙인찍기’라는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플랫폼 환경이 더 자극적이고 더 노골적인 묘사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조회수가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 속에서, 창작자들이 갈등을 유발하거나 특정 집단을 희화화하는 소재를 ‘풍자’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소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웃음을 통한 사회 비판이라는 풍자의 본래 순기능보다는, 혐오 정서에 기생해 트래픽을 올리는 ‘혐오 장사’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인의 특수한 경험을 보편적인 특성인 양 일반화할 때, 풍자의 대상이 된 집단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강유미의 영상 역시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줬지만, 결과적으로 ‘아들 맘’ 전체를 비하하는 밈(Meme)을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개그우먼 이수지도 ‘대치맘’을 패러디한 영상으로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추억처럼 남기자는 마음으로 만든 캐릭터였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커 부담을 느꼈다”며 “모든 캐릭터는 주변에서 본 인물이나 내가 경험한 모습을 바탕으로 만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사회학과 교수는 “표면적으로는 특정 캐릭터를 연기한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성차별, 세대 갈등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비추고 있다”며 “웃음 뒤에 남는 씁쓸함이 단순한 뒷맛이 아닌,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혐오의 시대’에 대한 경고음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