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연쇄 추돌사고를 일으켜 15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택시 운전자가 구속 기로에 놓였다.
5일 서울중앙지법(부장판사 정재욱)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도로교통법상 약물 영향 운전 등 혐의를 받는 택시 운전자 A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날 흰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원에 출석한 A씨는 ‘급가속한 이유’ ‘처방약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일 오후 6시7분께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택시를 몰다 급가속해 횡단보도 인근 신호등과 승용차 2대를 연이어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사고로 40대 여성 보행자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외에 택시 승객과 승용차 탑승자 등 14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4명은 외국인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약물 간이 시약 검사에서 ‘모르핀’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그가 평소 복용한 의약품 때문에 반응이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해 정확한 약물 성분과 사고 영향 여부를 확인 중이다.
법조계에선 불법마약 투약이 아닌 처방 감기약 등으로 밝혀지더라도, A씨가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도로교통법 제45조에 따르면 자동차 등의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 외에도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 등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같은 법 제148조의2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모르핀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로, 당시 운전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면 합법적인 복용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경찰이 현장에서 비틀거림 등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징후를 확인할 경우에도 약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만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지난 2015년 49만명에서 2024년 95만명으로,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만 65세 이상 고령 운수 종사자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자격유지검사’의 변별력 강화를 추진해 왔으며,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 운전적성에 대한 정밀검사 관리 규정’ 등 개정안이 지난달 5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된 관리 규정은 자격유지검사 7개 검사항목 중 2개 이상에서 5등급(불량) 판정을 받으면 운전 업무를 제한하던 기존 기준에 더해, 사고 관련성이 높은 4개 항목(시야각·도로 찾기·추적·복합기능)에서 2개 이상 4등급(미흡)이 나와도 부적합으로 판단하도록 강화했다.
또 만 75세 이상과 고위험 사고 건수가 많은 특별검사 대상자는 병·의원의 의료적성검사로 자격유지검사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반복 숙달로 통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재검사 기간과 적용 기준도 강화했다.
다만 이번 강화 조치는 운수 종사자에게만 적용된다. 일반 운전자는 만 75세 이상부터 3년 주기로 안전교육 등을 이수하도록 돼있지만 이는 자격유지검사와는 성격이 다르며, 의료기관의 ‘운전 가능’ 진단서를 제출하면 갱신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어 관리 강도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4년 7월,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 사고’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키운 계기다. 당시 68세 일반인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시청역 교차로 일대를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졌고, 5명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가해 운전자는 사고 원인을 두고 급발진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경찰은 국과수 감정 등을 토대로 페달 오조작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이후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재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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