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 논현동 주상복합 건물 ‘보타니끄 논현’을 둘러싸고 시행사와 시공사 간 법적 분쟁이 형사 고소로 번졌다. 시공사 두산건설이 발주처인 라미드그룹과 ‘공사비 절감’을 명분으로 맺은 ‘코스트앤피(Cost & Fee)’ 방식 계약이 불투명한 이윤 구조로 드러나면서다.
시행사 라미드관광주식회사(이하, 라미드관광)는 두산건설 임원 등 3인을 상대로 위법한 유치권 행사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형법 제314조)로 서울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방대한 계약서·공문·판례를 첨부한 고소 보충서를 추가 제출했다.
물리적 충돌
라미드관광 측은 “분쟁의 핵심이 공사대금 미지급 여부가 아닌, 금융 PF 구조하에서 명확히 정해진 지급 조건과 책임 준공 의무를 두산건설이 이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치권을 행사해 분양·임대·입주 업무를 물리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라미드관광과 두산건설은 2021년 8월30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같은 해 10월26일 1차 변경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두산건설·무궁화신탁·대주단과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특약사항 제35조에는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이 공사도급계약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효력순위 조항이 명시돼있다.
관리형토지신탁계약에 따르면 총공사비 439억원(부가세 별도) 중 90%는 공사진행률에 따라 지급하되, 잔여 10%인 43억9000만원은 PF대출 원리금이 전액 상환되고 시공사의 책임 준공 의무가 면탈된 이후에만 지급하도록 규정돼있다.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PF대출 원리금 상환 이전까지 총 도급금액의 90%를 초과해 공사비를 수령할 수 없고, 증액된 공사비 역시 동일한 제한을 받는다. 라미드관광은 이 계약에 따라 이미 총 공사비의 90%에 해당하는 395억1000만원을 지급했다. 나머지 10%만을 계약에 따라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책임 준공 여부다. 계약상 두산건설은 최초 대출금 인출일로부터 36개월 이내인 2024년 10월28일까지 건축물을 책임 준공하고, 강남구청으로부터 사용승인(임시사용승인 제외)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고소장에 첨부된 사용승인서에 따르면 실제 사용승인은 책임 준공 기한을 넘긴 2024년 11월22일에 이뤄졌다. 대주단인 화성새마을금고는 준공기한 도래 전인 2024년 10월24일, 두산건설에 책임 준공 미이행이 예상된다며 병존적 채무인수 사유 발생 예정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고소인 측은 이 시점에서 이미 두산건설은 관리형토지신탁계약과 대출약정서상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두산건설은 2025년 1월24일 ‘시설물인수인계 완료 알림’ 공문을 보내며 건물 인도를 통보했지만, 미분양 및 시행사 보유분 18세대의 열쇠는 전달하지 않았다. 이후 두산건설은 해당 세대와 상가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건물 곳곳에 유치권 행사 안내문을 부착해 분양 문의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것이 고소인의 주장이다.
라미드관광, 업무방해 혐의 고소
“책임 준공 의무 이행하지 않아”
특히 고소장에는 물리적 충돌 정황도 상세히 적시돼있다. 2025년 8월10일 오전, 아파트 1001호 임차인의 입주 당일 두산건설 CS센터장으로 근무 중인 피고소인 윤의로씨가 건물 출입문을 봉쇄하고 이삿짐 반입을 막아 112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출입문을 몸으로 막고 열어주지 않아 분양·임대·입주 업무가 심각하게 방해됐고, 고소인 직원과의 몸싸움까지 발생했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라미드관광은 두산건설 측에 유치권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두산건설은 PF대출 약정 과정에서 대주단에 ‘시공권 및 유치권 포기각서’, ‘책임 준공 및 채무인수확약서’를 제출했고, 이 문서에는 책임 준공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대출 원리금이 전액 상환될 때까지 어떠한 사유로도 사업부지나 건물에 대해 유치권 등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고소인은 대법원 2018년 1월 24일 선고 판결을 인용해 “유치권 배제 특약이 있는 경우, 그 효력은 계약 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에게도 미친다”고 밝혔다.
또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과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판례를 근거로, 유치권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입을 막는 행위는 실제 업무방해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그 위험만으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며, 지시·공모한 임원 역시 공모공동정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라미드관광은 “두산건설 대표이사 이정환, 개발영업팀장 박진영, CS센터장 윤의로를 공모·공동정범으로 특정해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소인 측은 수 개월간 지속된 유치권 행사로 분양·임대·입주·관리 업무가 전면 중단돼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며, 신속한 수사와 엄중 처벌을 요구했다.
사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회사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추가 증거자료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고소는 단순한 공사대금 분쟁을 넘어, 금융 PF 구조 속에서 시공사의 책임 준공 의무와 유치권 행사 한계를 형사적 문제로 판단해달라는 요구라는 점에서 향후 수사 결과와 사법 판단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계산부터 하고” 분양·임대 마비
‘코스트앤피’ 불투명한 이윤 구조
한편, 두산건설은 2021년 8월 라미드그룹(라미드관광)과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제안 내용은 ‘공사비 총액 439억원 내 절감 가능, 코스트앤피 방식 적용’이었다. 이 방식은 시공사가 투입한 실제 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이윤(Fee)을 붙이는 구조로, 이론상 원가 투명성이 높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두산은 견적 당시 ‘적산업체를 통한 단가 검증과 도면 기반 내역 산출’을 강조했으나, 이후 공사 도중 “공사비가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200억원 추가 청구에 나섰다. 발주처가 보기에 이는 ‘계약 정신을 정면으로 뒤엎은 기망 행위’였다.
라미드관광은 당시 GS건설과 동양건설 대신 두산건설을 택했다. 결정적 이유는 ‘공사비 절감’ 제안이었다. 그러나 두산건설은 공사 진행 중 “코스트앤피 계산 결과 상한액을 넘는다”며 총 2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이는 전체 공사비의 42% 증가분으로,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사비 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라미드관광 측은 “총액이 명시된 계약인데 증액을 주장한다면 그건 ‘절감형 공사’가 아니라 ‘무제한 청구형 계약’”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은 법정 다툼을 넘어 현장 점유 문제로 번졌다. 두산건설은 2021년 10월 PF대출 기관에 유치권 포기각서를 제출했다.
법적으로 유치권을 한번 포기하면 효력이 소멸되며, 이후 점유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두산건설은 공사비 소송과 동시에 라미드그룹 회장 개인재산에 가압류를 단행했다. 라미드그룹은 호텔 4곳, 골프장 6곳을 보유한 자산 4조원 규모의 종합 리조트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기업 규모상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낮은데 개인재산까지 묶은 건 ‘감정적 보복성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 두산건설은 ‘보타니끄 논현’ 근린시설 일부의 출입을 봉쇄, 입주민과 발주자의 열쇠 인도를 거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치권 포기 후 점유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보타니끄 입주민 상당수는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분쟁으로 인해 문전박대를 당하는 상황이다.
두산건설 측은 ‘보타니크 논현’과 관련해 “공사비를 수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당사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손실을 감내하며 책임을 다해 성실 준공을 완료했고, 수분양자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상적인 계약을 한 수분양자 및 입주자분들에게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현재 시행사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당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미드가 주장하는 입주 방해는 사실과 다르다. 최초 전 세대 분양이 완료됐지만, 시행사에서 계약 과정의 오류로 인해 일부 세대의 분양 계약이 해지돼 미분양 세대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처분권한은 대주단에게 있어 시행사는 임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 같은 계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시행사에서는 2세대를 무단 임대했다”고 설명했다.
떠는 주민들
그러면서 “대주단 또한 무단 임대는 명백한 위반사항으로 채무불이행사유가 발생될 예정으로 통보했고, 해당 세대는 정상적인 분양 세대가 아니기에 당사는 입주를 불허한 것으로, 정상적인 분양 세대들은 차질 없이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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