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55주년 기념 전시’ 로얄앤코+장준호

2025.12.17 17:16:19 호수 1562호

기능적 시간+생리적 시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욕실 전문 기업 ‘로얄앤코’가 창립 55주년을 맞아 특별한 전시를 준비했다. 예술 전시 플랫폼 ‘갤러리로얄’에서 작가 장준호와 함께 전시 ‘Soft Time’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로얄앤코가 축적해 온 1970~1990년대 설계 도면과 장준호의 밀랍, 목재 조각, 관객 참여형 설치 작업을 병치해 구성됐다.



로얄앤코는 2007년 문화사업부를 신설한 이후 예술 전시 플랫폼 갤러리로얄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갤러리로얄은 기능·기술 공간에 대한 로얄앤코의 철학을 확장해 예술적 시각 실험을 선보이는 전시 플랫폼이다.

과정의 시간

갤러리로얄은 지난 4일부터 55주년 기념 전시 ‘Soft Time’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 장준호와 함께 기술과 감각, 기능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각 실험을 제안한다.

전시장 벽면은 로얄앤코가 1970년대부터 수십 년 동안 직접 손으로 그린 설계 도면을 비롯해 현재의 그래픽 도면에 이르기까지의 자료로 채워졌다. 기업의 긴 역사를 시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도면의 선은 제품 생산을 위한 기능적 기술 자료를 넘어 로얄앤코의 장인이 쏟았던 고민과 손끝의 집중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표면이다. 기능이 완성되기 이전 단계인 ‘과정의 시간’이 압축된 흔적이자 기술의 역사 속에서 시간이 응축되고 물성이 부여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 같은 기술적 흐름과 병치되는 감각의 층위에서 장준호는 밀랍과 나무를 사용해 인간의 장기나 손을 조각한 설치 작업을 소개한다. 장준호는 로얄앤코의 기술적 기록을 기능의 언어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촉각과 감각이라는 감성적 어휘로 재해석하며 그 안에 유기적 생명성을 불어넣는다.

설계 도면 아카이브와 조각
새로운 영감의 출발점 선봬

장준호의 조각은 생리학적 기관의 재현을 넘어서 제품의 기능이 시작되기 이전에 가장 먼저 활성화되는 원초적 촉각과 감각, 즉 몸 안의 운동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로얄앤코의 기능적 시간과 인간의 생리적 시간을 한 공간 안에 머물게 하며 두 영역이 맞물리는 부드러운 교차점을 탐색한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제작된 대형 조각이 있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이 조각은 관람객이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조절하면서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직접 경험하도록 설계됐다.

관람객은 몸의 움직임(생리적 운동), 조각이 움직이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기계적 리듬, 그리고 그 두 요소가 만나 만들어내는 감각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움직이는 오브제를 넘어 관람객에게 전시의 주제를 직접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다.

갤러리로얄 관계자는 “로얄앤코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욕실을 단순한 생활 공간이 아닌 회복·사유·감각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확장해 바라본다”며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로얄앤코의 기술적 기록과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설계 도면은 오늘날의 감각과 만나 새로운 영감의 출발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교차점 탐색

이어 “Soft Time은 기술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손의 흔적, 시간의 흐름을 예술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전시로 로얄앤코가 추구하는 ‘욕실은 영감의 공간’이라는 철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며 “기업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앞으로 어떤 문화적 지향점을 만들어갈지 탐색하는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2월26일까지. ⓒ갤러리로얄

<jsjang@ilyosisa.co.kr>

 

[장준호는?]

▲학력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2008)
홍익대학교 조소과 대학원 졸업(2013)


▲개인전
‘도마의 환상’ 한향림미술관(2024)
‘Bug’s Life’ 공간 황금향(2023)
‘유치뽕치유’ 스페이스55(2018)
‘조율하는 마음대로’ 스페이스 윌링앤딜링(2017)
‘벌레잡기’ 드로잉스페이스 살구(2016)
‘House of Dogma’ Space CAN 오래된 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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