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경찰 수뇌부가 당시 국회 봉쇄 등 경찰의 과오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경찰은 당시 행위를 ‘위헌·위법’으로 규정하고, 향후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지난해 12월3일 밤 국회 주변에서 국회의원의 출입을 통제한 행위는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의 일상을 위협한 위헌·위법한 행위였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 직무대행은 “일부 지휘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의 자유와 사회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경찰이 위헌적인 비상계엄에 동원돼 국민께 큰 실망과 상처를 드렸다”며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경찰관들의 명예와 자긍심도 훼손됐다”고 고개 숙였다.
그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시민에 의한 통제 강화와 헌법 수호 의지를 강조했다.
유 직무대행은 “경찰 권한을 국민만을 위해 행사하도록 시민에 의한 통제장치를 촘촘히 마련하겠다”면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위헌·위법한 행위에 절대 협조하거나 동조하지 않고, 부당한 지시가 현장에 전달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사과는 1년 전 비상계엄 당시 경찰의 행적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나왔다.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자필 메모 등을 통해 국회 통제 지시를 받은 후 출입을 봉쇄했고,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출입이 가로막혔다.
결국, 계엄 해제 일주일 뒤인 지난해 12월11일 긴급 체포된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올해 1월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청장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김 전 청장은 지난 27일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 출입 통제는) 전적으로 제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 지시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인 직원들에게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정부는 앞서 지난 24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계엄에 참여·협조한 경찰공무원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TF는 사실관계 유무를 따져 승진 배제와 징계 등 인사 조처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경찰이 1년 만에 공식적으로 머리를 숙이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으로 쏠리고 있다.
비상계엄 1주기를 맞아 당 차원의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지도부가 딜레마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는 복잡한 기류가 감지된다. 장동혁 대표는 최근 “책임 통감” “국민의힘이 부족했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민주당의 폭거가 계엄을 불렀다”는 양비론을 펴며 명확한 사과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반면 당내 소장파와 일부 최고위원들은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배현진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 등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처절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으며, 김재섭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의 침묵 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재원 최고위원 등 일각에선 “민주당의 ‘내란 몰이’에 절대 국복해선 안 된다”며 섣부른 사과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이 내란주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오는 2일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어 당내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경찰의 선제적 사과와 추 전 원내대표의 구속 갈림길이라는 대형 변수 앞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계엄 1주기에 어떤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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